【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길을 내다 – 박홍재

박홍재 승인 2024.02.25 11:48 의견 0

길을 내다

박홍재

제 갈 길
정해두고 뻗는 가지 없을 거다
바람 덧댄 진눈깨비 심술도 견디면서

허공에
손을 내밀어
햇빛 찾아 길을 간다

바스락 낙엽 자국 새 울음 품어 안아

옹이로 박힌 생을 삭혀서 내민 손길

산 능선
뼈대로 서서
푸른 하는 찾아간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세상에 이름을 가진 것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고 해야만 할 의무가 있다.
나뭇가지 하나까지도 뻗어 나가는 길도 뜻이 있을 것이다.
그 길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살아가면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의미를 부여하였을 때만이 그의 삶도 진정성이 있다.
하늘을 향한 그 마음이 자신이 길이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주위를 아우르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 길 위에 나도 서 있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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