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증호 시인의 「시조, 사랑을 노래하다」49 부부라는 이름의 시詩 - 변현상

손증호 승인 2024.01.31 07:00 의견 0

부부라는 이름의 시詩

변현상

대학병원 폐암 병동 금연구역 휴게실

대롱대롱 흔들리는 링거병을 팔에 꽂은

중년의
마른 남자와
휠체어 밀던 아낙

깊은 산 호수 수면 그 잔잔한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 물고 서로 불을 붙여준다

주위의 눈길을 닫는
저 뜨거운
합일(合一)!

이제까지 부부를 소재로 하는 사랑 시와는 결을 달리하는 작품입니다. 폐암 환자에게 담배를 물리다니요! 생사여탈에 관한 일인데도 '깊은 산 호수 수면 그 잔잔한 표정'에 이르러서는 부부가 엄숙한 의식을 치르는 것 같아 결연하면서도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누가 이 ‘뜨거운 합일(合一)’에 감히 입을 열 수 있을까요? 나도 그만 눈을 감습니다.

손증호 시인

◇ 손증호 시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 작품상, 성파시조문학상, 전영택 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 선집 《달빛의자》 등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