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탱자
박 미 자
경계를 넘지 마라
함부로 건들지도 마라
겉과 속이 다르다고 흉보지만
다 자기 몫이 있다
쓸데없이 공격적이지 않았고
게으름만 굴리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물구나무를 서 본들
시고 떫고 쌉쌀한 본성은
떨궈지지도 않고 달큼해지지도 않는다
그 누구처럼 물러터지는 것보다
오히려 땡땡한 게 낫지 않은가
떨떠름한 인생,
그렇다고 헛살지만은 않았다
노란 향내를 호객 행위라며 뒷발질한 이에겐
화끈하게 할퀴고 덤빈 적 있지만
한때 유배된 이들을 살뜰히 품어준 의리도 있고
윷판 위로 날아오르며 흥에 겨운 때도 있었으며
쪽으로 밀리지 말자고 다짐했던 적도 있다
평생 구석에서 탱자탱자 뒹굴고 있으란 법은 없다
그래, 다시 탱글탱글하게 잘살아 보자
힘내서 이겨내고 버텨보자
탱자, 끝까지 지켜내기로 했다
- 박미자, 한국문학인 2025 봄호 vol. 70
시 해설
시인은 탱자를 통해 시계를 보여주고 있다. 강한 의지와 목표를 내포하고 있는 시이다. ‘경계를 넘지 마라’ 함부로 건들다가는 다칠 수 있고 다 자기 몫에 맞추어 살고 있다고 한다. 가시를 가졌다고 해서 공격적이지 않았고 그저 부지런하게 살았다고 한다.
자기의 본성을 잃는 경우를 보지만 ‘시고 떫고 쌉쌀한 본성은 떨궈지지도 않고 달큼해지지도 않는’데 그게 ‘그 누구처럼 물러터지는 것보다 오히려 땡땡한 게 낫’다는 것이다.
‘떨떠름한 인생’을 돌아보니 ‘그렇다고 헛살지만은 않았’음이 자긍심이며 무시하는 사람에겐 덤볐고 ‘한때 유배된 이들을 살뜰히 품어준’ 울타리 의리도 있고 함께 흥겹게 어울렸으며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쪽으로 밀리지 말자고 다짐했던 적도 있’었으니 비아냥대는 말로 ‘평생 구석에서 탱자탱자 뒹굴고 있’을 필요도 없음을 안 것이다.
‘그래, 다시 탱글탱글하게 잘살아 보자, 이겨내고 버텨보자’라는 각오로 밀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기로’ 한 것이다. 마침 필자도 탱자를 소재로 쓴 시가 있어서 소개한다.
찔린 자들은/ 스스로 와서 찔렸을 뿐/ 바늘 끝 하나 까딱한 적 없는데/ 경계하라 하니// 더 푸르뎅뎅하지요/ 서로 겨냥한 가시가/ 그물망 되어/ 바람만 지나가게 한/ 인색함이 잘못이라면 // 우리가 만든 울타리에/ 그냥 줘도 안 먹을 쓴 탱자로/ 장단고저 노란 악보 만들어// 바람의 소리로 노래하고/ 나비 한 마리 춤추게 하리니
-필자의 시 〈탱자〉전문, 시집 《내 생의 워낭소리》중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