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얼굴
백점례
식탁도 준비 안 된 초저녁 유리창 밖
“어떻게 살고 있니, 문득 네가 생각났다”
막걸리 한 잔 하셨는지 불그스레합니다.
천리 길 딸네 집이 기억에 남았던가요
옷 한 벌 못해 드린 먼 길 가신 아버지
환하게 웃는 얼굴에 구름이 스칩니다.
천리 길 떨어져 있어도 부모님의 마음은 늘 자식 곁에 있다. 행여나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을까 봐 노심초사다. 그런 마음을 먹고 자란 우리는 부모님께 감사하고 미안하다. 내 살기에 급급하여 번번이 미루었던 일들, 내 부모님이니까 이해해주리라 생각하고 소홀하지는 않았을까. 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은 보름달이 되어 일찌감치 와 계신다. 좀더 곁에 있고 싶은데 구름이라는 세월이 가려버리고 그리움만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