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상 교수의 '중독 이야기' (13) 카페인

최은상 승인 2021.10.02 11:23 | 최종 수정 2021.10.05 12:15 의견 0

카페인은 커피를 즐겨 마셨던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가 커피를 마시면 왜 잠이 안 오는지 그 원인을 밝혀줄 것을 부탁받은 독일의 유기화학자 룽게(Friedlieb Ferdinand Runge)에 의해 1821년 처음으로 분리되었다.

카페인은 방향성 유기화합물인 잰틴(xanthine)에서 유래한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중추신경 흥분제이다. 주로 커피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카페인은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향정신성 약물(psychoactive drug)이다. 다른 향정신성 물질과 달리 합법적으로 사용된다.

카페인의 흡수 속도는 빨라서 경구 섭취 후 30분이면 혈중 농도가 최고점에 이른다. 반감기는 3~4시간 정도이며 10% 정도는 그대로 배설된다. 커피 두 잔(200 mg)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대뇌 피질을 자극하여 졸음과 피로를 감소시켜 작업 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 카페인은 혈관을 확장시키지만 뇌 속의 혈관은 오히려 수축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카페인은 가벼운 두통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내성이 없는 상태에서 200mg의 카페인도 잠드는 시간을 늦추거나 수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카페인은 사용을 중단하면 두통, 졸림, 피로감, 집중력의 감소와 같은 금단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사용자는 금단증상의 극복을 위해 더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고 그 결과 내성과 의존성은 커져서 중독에 이르게 된다.

아데노신은 핵산 염기인 아데닌에 5탄당의 일종인 리보스가 결합된 물질로서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기 화합물(ATP)을 구성하는 분자이다. 뇌에서 아데노신은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여 아데노신 수용체(A1, A2a, A2b, A3)와 결합하여 수면을 조절하는 물질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카페인 효과
카페인의 작용과 효과

1980년대 초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의 기능을 억제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카페인은 화학 구조가 아데노신과 유사하여 뇌 안으로 들어가면 아데노신과 경쟁적으로 수용체에 작용하기 때문에 수면이 방해를 받는다.

카페인의 작용은 주로 대뇌의 피질에서 글루타메이트, 도파민 그리고 가바 뉴런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일어나는 것 같다(그림). 카페인은 뇌혈관장벽을 쉽게 통과하여 글루타메이트 뉴런의 말단에 있는 억제성 A1 수용체의 기능을 약화시켜 글루타메이트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증가된 글루타메이트는 도파민 뉴런의 말단에 있는 흥분성의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mGluR)와 결합함으로써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킨다.

카페인에 의해 증가된 도파민은 가바 뉴런에 있는 억제성 도파민 D2 수용체의 기능을 촉진하기 때문에 가바 뉴런이 가지고 있는 억제 기능은 약화된다. 이와 동시에 카페인은 가바 뉴런에 있는 흥분성 A2a 수용체의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가바 뉴런의 억제 기능을 더욱 약화시켜 카페인의 효과를 일으킨다.

카페인의 효과는 니코틴, 암페타민이나 코카인과 같은 중추신경 흥분제와 같이 도파민의 증가에 의한 유포리아로 부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면 조절에 대한 아데노신의 정보가 방해를 받아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카페인 중독은 중추신경 흥분제나 알코올, 아편중독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통제하기 힘든 약물의 남용을 초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대인의 기호식품인 커피를 든 풍경 [픽사베이]

그러나 카페인의 과도한 사용은 수면 장애 뿐 만 아니라 신경과민, 정서 및 인지 장애, 행동 장애, 심혈관 질환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카페인 중독(caffeinism)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극도로 많은 양의 카페인(하루 1000mg)은 사용자에게 불안장애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결과를 일으킨다. 놀랍게도 카페인 중독의 부작용은 최근에 알려진 것이 아니라 100년보다 훨씬 오래 전이었다는 것이다.

높은 카페인 소비량과 학업 성취도 저하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양의 커피(1일 300mg 또는 3잔 이상)를 매일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업무의 수행 능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은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줄일 수 있으나 충분한 휴식을 취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카페인은 집중력을 잠시 향상시킬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욱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최은상
최은상

우리나라의 카페인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mg)은 성인은 400, 임산부는 300, 청소년(12~19)과 어린이(3~11)는 킬로그램 당 2.5 이하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를 기준으로 하루 2~3잔을 마시면 일일 섭취 권고량을 초과하게 된다. 2017년 미국의 16세 고등학생이 카페 라떼를 마신 후 사망하였다. 카페인이 직접적인 사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하루에 카페인을 100mg 이상 섭취하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마시는 커피가 밤부터 계속된 졸림을 쫓아버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늦은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잔은 점심시간 이후 몰려오는 피로감을 날려 보내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고 한다. 커피가 생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임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단 사용자가 카페인에 내성이 생기지 않았을 때를 전제로 한 말이다.

카페인이 심리적이나 생리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중독에 빠졌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도 여느 향정신성 약물처럼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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