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상 교수의 '중독 이야기' (5) 암페타민류

필로폰(히로뽕)은 일본 제약사가 만든 메트암페타민의 상품 이름

최은상 승인 2021.05.28 11:49 | 최종 수정 2021.05.28 12:16 의견 0

암페타민류(amphetamines)는 코카인과 함께 대표적인 중추신경흥분제이다. 암페타민류에는 암페타민, 메트암페타민(methamphetamine)처럼 합성된 것과 캐치오닌(cathinone), 에페드린(ephedrine)과 같이 식물에서 추출한 것을 포함해서 약 7종의 화합물이 있다. 이들의 화학 구조는 모두 도파민과 닮았다. 그래서 암페타민류에 대한 중독은 도파민 신경전달과 관련이 깊다.

캐치오닌은 기온이 1년 내내 영상 1도가 넘는 동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에서 자생하는 상록 관목인 카트(khat, Catha edulis)의 활성 성분이다. 이 지역에서는 술이나 담배 대신 카트를 씹는 문화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에페드린은 마황(麻黃, Ephedra vulgaris)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성분으로 중국인들은 마황을 오천년 이상 약재로 사용하였다.

1887년 루마니아의 화학자 에델레아누(Lazar Edeleanu)는 암페타민을 처음으로 합성하였다. 1932년 미국 제약회사 Smith, Kline & French는 암페타민을 코로 흡입하는 의료용 약물(nasal inhaler)로 만들어 판매하였다. 1935년 암페타민은 낮 시간에 참기 어려운 수면 발작(기면증, narcolepsy)을 치료하기 위해 알약의 형태로 판매되었다.

암페타민은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미군(美軍)들에게 졸음을 방지하고 오랜 시간 근무에도 최고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약물로 사용되었다. 미군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암페타민을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캐나다 군인들을 적군으로 오인하여 사살하고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임무 수행 중에 암페타민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조종사들도 야간 임수 수행 중에는 암페타민을 사용하여 졸음을 없애고 임무가 끝나면 진정제를 사용하여 수면을 취하였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졸음을 쫒기 위해 암페타민을 사용한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출처: Pamphlets & Propoganda)
전투기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한 암페타민 홍보 포스터 [출처: Pamphlets & Propoganda]

미국은 지난 60년 동안 군사적인 목적으로 암페타민을 사용했지만, 공식적으로 인가 한 것은 1960년부터였다. 그러나 미국이 암페타민을 군인들에게 처음으로 대량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메트암페타민은 1893년 일본의 화학자 나가이(Nagayoshi Nagai)가 에페드린(ephedrine precursor)에서 추출하였고 1919년 결정의 형태로 합성하였다. 메트암페타민은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많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당시, 독일, 영국, 미국, 일본은 자국의 군인들에게 전투력 향상을 위해 메트암페타민을 사용했다. 단순 각성 약물로 판매되던 메트암페타민이 전쟁 중에 군수품으로 대량 생산되어 군인들의 피로 회복과 전투 의욕을 높이고, 군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산 능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전쟁 후에도 일본은 군수품으로 재고가 많았던 메트암페타민을 폐기하지 않고 국내 소비를 목적으로 상품화 하였다. 일본의 제약회사들은 메트암페타민이 졸음을 쫓고 원기를 충만 시켜 주는 약이라고 광고하면서 처방 없이 판매하였다. 이로서 일본은 메트암페타민의 남용이 유행병처럼 번진 최초의 나라가 되었다.

1941년 일본의 대일본제약은 메트암페타민을 필로폰(일본식 발음은 히로뽕: 일하는 것을 사랑한다는 희랍어 philoponos에서 유래되었다고 함)이란 상품명으로 판매하면서 필로폰은 일반에 퍼지게 되었다. 필로폰은 상품명이기 때문에 메트암페타민을 필로폰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메트암페타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불법 마약으로써 중독자들은 메트암페타민을 결정이나 가루, 또는 액체의 형태로 사용한다.

메트암페타민은 사용자의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여 중독에 이르게 할까? 메트암페타민도 다른 흥분제인 니코틴이나 코카인처럼 보상계에서 도파민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메트암페타민은 도파민 통로(dopamine transporter)를 통해 뉴런 안으로 들어가서 도파민을 싸고 있는 작은 주머니 같은 소포(synaptic vesicle)로부터 도파민 분자들을 세포질로 빠져 나오게 한다. 메트암페타민은 세포질로 나온 도파민 분자들을 다시 도파민 통로를 따라 시냅스로 나오게 한다. 메트암페타민의 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카인처럼 도파민 통로를 차단하여 도파민을 시냅스에 축적하여 농도를 크게 증가시킨다. 더욱이 고농도의 메트암페타민은 도파민의 대사를 방해하여 시냅스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을 더욱 증가시킨다(그림).

메트암페타민의 작용
메트암페타민의 작용

이렇게 증가한 도파민은 선조체의 가바 뉴런을 과도하게 자극하여 도파민의 신경전달과 글루타메이트 신경전달을 강화하여 중독자에게 메트암페타민의 의존성을 일으킨다. 시냅스에 증가한 도파민과 글루타메이트 분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사가 진행되고 중독자는 금단 증상을 갖게 된다. 중독자는 금단 증상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메트암페타민을 다시 사용해 보지만 그의 정서는 유포리아 보다는 디스포리아 쪽으로 바뀌게 된다. 메트암페타민의 약물 강화 효과는 중독자에게 약물의 사용을 중단할 수가 없게 만든다. 정서의 변화와 약물의 강화 효과는 중독자의 의지와 관련 없이 뇌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메트암페타민 사용자의 뇌는 이미 중독에 빠진 것이다.

중독의 형성에서 모든 흥분제는 도파민과 글루타메이트의 분비를 증가시키지만 이들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니코틴은 도파민과 글루타메이트 뉴런의 말단에 있는 니코틴 수용체와 결합하여 이들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이에 비해 메트암페타민과 코카인에 의한 증가는 수용체와 관계없이 간접적인 방법으로 일어난다(그림). 메트암페타민은 간에서 느리게 대사되며 오줌으로 배출된다. 제거되는 반감기는 약 7~30 시간이다. 긴 반감기 때문에 메트암페타민은 니코틴과 코카인에 비해 효과가 매우 오래 지속된다.

암페타민류의 불법적인 남용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암페타민 중독자는 주로 구강, 정맥 또는 피하 주사를 통해 약물을 사용한다. 암페타민은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가 느리기 때문에 중독자들은 약효가 매우 빠르고 강한 효과를 일으키는 정맥 주사를 선호한다. 영어권의 암페타민 사용자들은 이 약물을 어퍼스(uppers), 베니스(bennies), 덱시스(dexies), 블랙 뷰티스(black beauties), 다이어트 필(diet pills) 과 같이 다양한 은어를 사용한다.

메트암페타민의 사용도 암페타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독자는 구강, 정맥 주사뿐만 아니라, 비강으로 흡입하거나 흡연을 통해서도 메트암페타민을 사용한다. 1980년대 하와이에서 시작된 메트암페타민의 흡연은 주로 유리로 된 파이프를 이용하거나, 결정 형태의 메트암페타민 염을 알루미늄 호일에 싼 후 열을 가해 증기를 마신다. 메트암페타민은 값이 비싸지 않고 뇌에 미치는 영향도 암페타민보다 훨씬 커서 중독자들이 선호하는 마약이다. 메트(meth), 스피드(speed), 크랭크(crank), 집(zip), 고(go) 등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스, 백색가루, 작대기 등의 은어를 사용한다.

암페타민과 메트암페타민의 사용자들은 약물을 여러 번 반복해서 정맥 주사를 한다. 이렇게 주사하는 것을 스피드 런이라고 한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중독자의 약물 경험(유포리아)은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중독자들은 암페타민이나 메트암페타민을 헤로인과 섞은 혼합물(스피드 볼이라 함)을 정맥 주사하여 약물의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메트암페타민은 암페타민 기본 구조에 메틸기(CH3)가 더해진 것으로 메틸기 때문에 뇌혈관장벽을 쉽게 통과한다. 그 결과 도파민의 분비는 빠르게 증가하여 흥분 효과는 빨리 나타난다. 환원 현상은 산소 원자가 제거되거나 수소 원자가 첨가되어 다른 물질로 변환되는 것을 말한다. 에페드린에서 산소 원자 하나만 제거하면 메틸기를 가진 메트암페타민과 똑같은 구조가 된다. 다시 말해서 에페드린이 강력한 마약인 메트암페타민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대학원생이 비처방약인 감기약 속에 들어있는 슈도에페드린 성분을 가지고 메트암페타민을 제조한 사건이 있었다. 그만큼 메트암페타민은 다른 마약에 비해 제조하기가 쉽고 남용의 소지가 크다.

암페타민을 처음으로 사용하면 약물 사용자는 자신감, 흥분과 함께 피로감의 감소와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나타낸다. 그러나 집중력이나 주의 그리고 신중한 결정 능력이 필요한 곳에서는 작업 능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고용량의 암페타민 사용은 정신병적 반응(psychotic reaction)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시각과 청각의 왜곡, 편집증(paranoid state)과 같은 것들이 주요한 증상들이다. 도파민의 과도한 분비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다. 예컨대, 중독자들은 벌레들이 피부에 기어 다니는 것과 같은 환각을 경험한다. 중독자들은 환각 속에서 얼굴에 기어 다니는 벌레를 떼어내면서 수 없이 많은 상처를 남긴다. 과거 전쟁 중에 전투기 조종사들의 오폭에 의한 인명 살상도 환각에 의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그들은 인정을 하고 있지 않지만.

고용량의 암페타민 사용은 중독자에게 방을 반복하여 청소하거나 밤을 새우면서 콘플레이크를 세는 등 강박 행동(compulsive behavior)이나 반복적인 행동을 일으킨다. 중독자는 답안을 작성할 때도 논리적으로 서술하기보다는 반복된 문장이 나열된 답안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고용량의 메트암페타민 사용자는 약물 사용을 오랫동안 중단한 후에도 정신병적 반응이 갑자기 나타나는 플래쉬 백을 경험하여 심한 공포심과 함께 공황장애를 격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약물을 처음 사용했을 때보다 오랜 기간의 약물 경험을 통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메트암페타민의 남용이 무엇보다 위험한 이유는 신경 손상 때문이다. 실험쥐에게 장기간 메트암페타민을 투여하면 쥐의 선조체에서 도파민 뉴런의 손상이 관찰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사람에서도 똑같이 관찰된다. 수개월 또는 그 이상 메트암페타민을 사용한 사람의 선조체에서 도파민 통로의 감소가 일어난다. 손상의 정도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매우 유사하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뉴런의 손상으로 일어난 질병이다. 메트암페타민 중독자는 도파민 뉴런의 손상 때문에 파킨슨병과 유사한 행동, 인격 장애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되기 전에 만들어진 갱스터 영화의 단골 소재가 바로 메트암페타민의 밀매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메트암페타민은 그만큼 제조하기도 쉽고 수요가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메트암페타민의 압수량은 60,758g 으로 마리화나 다음으로 많다. 2021년 4월에는 코카인 다음으로 압수되는 양이 많았다. 암페타민 유사물질 또한 랜선을 통해 학생들에게는 머리가 좋아지는 약으로,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살 빼는 약으로 둔갑하여 오, 남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 번의 마약 경험으로 인간의 존엄함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 맨 앞에 (메트)암페타민이 있다.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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