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60) - 어린 아이가 꿩을 길들이고, 바닷가 늙은이가 갈매기와 함께 놀 수 있음은 …

허섭 승인 2021.12.26 11:51 | 최종 수정 2021.12.28 11:30 의견 0
제백석(齊白石, 1864~1957) - 송학도(送學圖)

360 - 어린 아이가 꿩을 길들이고, 바닷가 늙은이가 갈매기와 함께 놀 수 있음은 …

『菜根譚』附錄 第1章(명각본 후집 제135장) - 童子心虛 海翁機息

童子는 心虛하여 而雉馴하고  
海翁은 機息하여 而鷗下이니 
唯藏機挾詐之人은 神形兩相猜疑하고 肝膽自爲胡越이라.
豈惟物不能動抑하고 此身自爲仇리오.

어린 아이는 마음이 비어 있기에 꿩을 기를 수 있고,
바닷가 늙은이는 속임수를 부리지 않아 갈매기가 내려온다.

오직 올가미를 숨기고 속임수를 노리는 자는
정신과 육체가 서로 의심을 하고 간과 쓸개가 서로 멀어진다.

그러니 어찌 외물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으며  
도리어 자기 몸이 원수가 되지 않으리오.

  • 雉馴(치순) : 꿩을 길들이다.  馴은 ‘길들다, 순종하다’.
  • 海翁(해옹) : 바닷가의 늙은이. 『열자(列子)』 황제편(皇帝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어떤 이가 바닷가에 가면 갈매기들이 그의 어깨에 내려와 앉으니, 하루는 그의 아버지가 잡아오도록 명하여 그가 바닷가로 나서니 갈매기들이 그의 주변을 맴돌기만 할 뿐 어깨에 내려오지 않았다는 고사(故事)이다. 
  • 機息(기식) : 속임수를 부리지 않다.  機는 ‘어떤 의도 - 動機’ 를 뜻하며 더 나아가 ‘機心 - 속이고자 하는 마음’ 을 뜻한다.  息은 ‘쉬다, 그만두다’ 의 뜻이다.   
  • 藏機挾詐(장기협사) : ‘속이고자 하는 마음(機心)이나 도구(덫이나 올가미, 올무 등)를 감추고 지니고 있음’ 을 말한다.  挾은 ‘(양 겨드랑이에) 끼다, 지니다’ 의 뜻이다.
  • 之(지) : ~하는.  之는 앞의 말을 관형어로 바꾸어 주는 접사의 기능을 갖고 있다. 즉 ‘~하는 사람(人)’ 이 된다.
  • 神形(신형) : 정신과 육체, 몸과 마음.
  • 猜疑(시의) : 의심하다.  猜는 원래 ‘시기(猜忌)하다, 시샘하다’ 의 뜻이나 여기서는 ‘의심하다’ 의 뜻이다. 즉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기는커녕 서로 믿지 못한다’ 는 뜻이다. 
  • 肝膽(간담) : 간과 쓸개. 간과 쓸개는 서로 붙어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멀어진다’ 는 것이다. 
  • 胡越(호월) : 멀리 떨어져 있는 서로 상관이 없는 상대를 가리킨다.  胡는 북방의 오랑캐요, 越나라는 남쪽에 위치하니 서로 관계가 먼 존재들이다.
  • 動抑(동억) : 움직이거나 억제(抑制)하여 멈추게 함. 즉 ‘조종(操縱), 제어(制御)’ 의 뜻이다.
  • 爲仇(위구) : 원수가 되다. 仇는 ‘짝’ 이라는 뜻도 있으나 여기서는 ‘원수(怨讐) - 원망(怨望)의 대상’ 을 뜻한다.  ‘자기 몸이 자기 마음과 반대로 움직이니 도리어 원수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뜻이다. 
360 제백석(齊白石 1864~1957) 청평복래(淸平福來) 69+34
제백석(齊白石, 1864~1957) - 청평복래(淸平福來)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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