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101) 양이 많은 찻잎의 ‘손 덖음차(手製茶)’ 만들기

청계 송승화 '손 덖음차 만들기' 실습
차솥 최대 양인 찻잎 5kg 덖어 만듦
이튿날 오전 10시께 수제차 완성 돼

조해훈 기자 승인 2022.05.10 13:40 | 최종 수정 2022.05.12 10:26 의견 0

매주 월요일마다 목압서사에서 실시하는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 특강’ 제53회의 주제는 ‘손 덖음차 만들기 실습’이었다.

실습자는 화개·악양농협에 근무하는 청계(靑磎) 송승화(宋昇和·41)였다. 청계는 하동군 화개면 덕은리(德恩里) 상덕(上德)마을에 살고 있다. 필자와 같은 화개면에 살고 있지만 청계의 집은 섬진강변이고, 필자는 화개골짝에 살고 있다. 그의 어머니께서 차농사를 지으신다. 며칠 전 처음 어머니와 차를 덖어보았다고 했다. 오늘 두 번째 차를 덖어 만들어보는 것이다.

생잎의 양은 5kg 가량으로 많은 편이다. 5kg 이상을 덖어 차를 만들면 제대로 맛을 내기 어렵다. 그러니까 차솥에 덖어 만드는 수제차(手製茶)의 찻잎의 양은 5kg이 한계라고 보면 된다. 물론 10kg 이상을 넣어 만드시는 분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계 송승화가 차를 덖기 전에 잎을 고르는 모습. [사진=초해훈]
청계 송승화가 차를 덖기 전에 잎을 고르고 있다 [사진 = 조해훈]

청계와 목압서사 연빙재(淵氷齋)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밤9시부터 차 만들기를 시작했다. 우선 찻잎을 채반에 펼쳐놓고 함께 잘못 섞인 잎 등을 골라내었다. 그런 다음 필자는 차솥을 닦았다. 차솥은 사용하고 나면 물을 부어 불렸다가 다시 차를 덖을 때 닦아낸다.

드디어 솥에 찻잎을 넣었다. 찻잎의 양이 많아 둘이서 번갈아가면서 덖어야 한다. 찻잎이 무거워 혼자 덖으면 너무 힘이 든다.

덖음 차 작업 들어가기 전에 차솥을 닦고 있는 필자. [사진=송승화]
덖음 차 작업 전에 차솥을 닦고 있는 필자 [사진 = 송승화]

매번 찻잎을 덖을 때 드는 생각이지만 솥에 싱싱한 잎을 넣어 숨이 죽는(살청·殺靑)과정을 보면 신비롭다. 그때 나는 차의 향긋한 내음은 또 다르다. 잎을 딸 때, 비빌 때, 그리고 차를 마실 때의 향과는 다른 내음인 것이다. 살면서 아무나 맡을 수 없는 행복한 내음이다.

늘 강조하지만 처음 덖을 때가 중요하다. 특히 양이 많으므로 빠른 속도로 덖어야 한다. 덖는 손이 살청기(殺靑機), 즉 덖는 기계라고 생각하고 빠른 동작으로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러다보니 혼자서 덖으면 땀이 많이 나고, 팔이 아파 무척 힘든다. 조금만 멈춰도 찻잎이 뜰 수가 있다. 제대로 덖어지지 않은 찻잎이 발효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필자가 덖다가 청계에게 덖도록 했다. 차를 만드는 공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필자는 “어머님과 함께 덖어봤겠지만 나와는 방법이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차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공정도 많이 보고 체험을 해보아야 자기 나름의 제다 방법을 찾을 수 있다”라고, 청계에게 설명해주었다. 양이 많아 첫 덖음은 10분가량 소요된다.

청계가 첫 덖음을 하는 모습. [사진=조해훈]
 첫 덖음을 하는 모습 [사진 = 조해훈]

찻잎의 숨이 거의 죽자 큰 채반에 얼른 꺼내 둘이서 빠른 손놀림으로 펼쳤다. 그러면서 양 손으로 계속 들었다가 털면서 흩뿌렸다. 선풍기도 가장 센 바람으로 고정시켜놓고 채반의 찻잎을 식혔다. 역시 찻잎이 뜨지 않도록 하는 방편이었다.

찻잎의 양이 많으므로, 필자 혼자서 적은 양으로 멍석 깔린 작은 테이블에서 비비는 것보다는 큰 채반에서 비비는 게 효율적이다. 그렇게 찻잎에 든 열기를 다 빼낸 다음 비볐다. 비빌 때 손가락과 손바닥에 최대한 힘을 주고 손으로 빨래를 하는 것과 같은 동작을 해야 한다. 비록 양이 많지만 주변에 밀려 나간 찻잎까지 골고루 비벼야 한다. 다시 찻잎을 솥에 넣었다.

첫 덖음을 하고 비볐으니 당연히 찻잎의 양이 줄었다. 두 번째 덖음까지를 잘 해야 한다. 역시 청계와 번갈아 덖었다. 교대를 하곤 누구랄 것도 없이 땀을 닦았다. 그러면서 필자가 여담삼아 “차밭을 가꿀 때, 찻잎을 딸 때, 찻잎을 덖을 때, 차를 마실 때 등 차를 대하는 전 과정에 있어서 하나의 삿된 마음도 없는 순수한 상태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청계가 찻잎을 첫 번째 덖어 비비는 모습. [사진=조해훈]
 찻잎을 첫 번째 덖어 비비는 모습 [사진 = 조해훈]

두 번째 덖어 비비고 나니 찻잎의 색깔도 제법 죽었다. 살청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덖음부터는 조금 수월해졌다. 찻잎이 약간씩 가벼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세 번까지 덖고 비볐다. 네 번째부터는 차솥의 온도를 좀 낮추었다. 차를 만들면서 감으로 온도 조절을 한다. 네 번째는 가볍게 비볐다. 찻잎의 수분이 많이 빠져 세게 비비면 찻잎이 부러질 수 있다. 다섯 번째부터는 채반에 들어낸 찻잎을 비비지는 않고, 양손으로 들어 열기를 빼면서 엉키지 않도록 흩뿌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청계가 아홉 번째 찻잎을 덖는 모습. [사진=조해훈]
청계가 아홉 번째 찻잎을 덖는 모습 [사진 = 조해훈]

불을 조금 더 낮췄다. 여섯 번째 덖고 나니 찻잎의 색깔이 제법 거무스름해졌다. 같은 방법으로 아홉 번을 덖었다. 자정이 넘었다. 솥에 온도가 있어 그대로 차를 솥에서 건조시키기로 했다. 청계에게 “내일 출근을 해야 하니 그만 집에 돌아가시라. 건조와 ‘시야게(맛내기)’는 내가 할 터이니.”라고 말했다. 일단 여기까지 만든 차를 우려 맛을 보았다. 차의 색도 적당히 나왔고, 맛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청계가 10분가량 건조 작업을 도와주다가 집으로 출발했다.

양이 보통 때보다 많으므로 솥 안의 차를 계속 뒤집으면서 건조를 시킨다. 1시간 반가량을 같은 방법으로 건조를 시켰다. 어느 정도 건조가 되었다. 이제는 한 시간 간격으로 차를 뒤집으며 털어준다. 다음날 아침까지 같은 작업을 되풀이 했다.

다음 날 아침 8시에 차를 보니 건조가 거의 다 된 것 같았다. 이제부터 시야게를 시작했다. 시야게 작업은 솥 안의 차를 깨 볶듯이 빙빙 돌리면서 한 번씩 섞어준다. 그 작업을 두 시간 정도 하고 나니 적당히 마무리 된 것 같았다. 이제 비로소 양 많은 찻잎의 ‘손 덖음차’가 완성된 것이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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