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107) 목압서사 주최 ‘5월 외부 초청 인문학 특강’ 열려

부산일보 논설실장 역임한 백태현 박사 특강
필자가 강의 주제로 '영화 속의 지리산' 요청
'남부군', '태백산맥' 및 드라마 '토지' 등 내용

조해훈 기자 승인 2022.06.04 12:31 | 최종 수정 2022.06.05 09:59 의견 0

지리산 화개골의 인문학 문화공간인 목압서사는 매주 갖는 ‘조해훈 박사의 인문학 특강’과는 별도로 매달 ‘외부 초청 인문학 특강’을 실시한다. 5월 외부 초청특강이 지난 5월 31일 오후 6시 목압서사 연빙재에서 열렸다.

강사는 부산일보 논설실장을 역임하고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역사학자인 백태현 박사였다. 강의에 참석한 사람은 7명이었다. 필자를 포함해 화개 부춘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음악가 율비 김근식 선생, 국제신문 하동지역 담당 기자인 이완용 편집부국장, 화개파출소에 근무하는 백경동 선생, 화개·악양농협의 송승화 대리, 그리고 여성 두 분이었다. 특히 이완용 국장은 이날이 30여 년 기자생활을 마치고 정년을 하는 날이어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강의 주제는 「영화 속의 지리산」이었다. 주제는 필자가 요청했다. 지리산에서 갖는 강의여서 가능하면 매회 특강 주제를 하동 및 지리산과 관련된 내용으로 한다. 목압서사가 자리한 지리산 화개골에서 여순사건의 주모자들과 남부군으로 불리는 빨치산들이 토벌된 데다 관련 영화가 몇 편 있어 필자가 그렇게 요청한 것이다. 마침 백 박사는 역사와 영화를 접목시킨 연구를 하고 있다.

목압서사 주최의 5월 '외부 초청 인문학 특강'이 지난 31일 오후 6시 서사 연빙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조해훈
목압서사 주최의 5월 '외부 초청 인문학 특강'이 지난 31일 오후 6시 서사 연빙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조해훈

백 박사는 이날 지리산 관련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까지 소개했다. 그는 강의 모두에서 “지리산은 빼어난 풍광과 수많은 문화재를 자랑하는 민족의 영산(靈山)이지만 비극의 현장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투사의 피난처였으며,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의 근거지로 일제 강점기-광복-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 격동기의 역사 현장이었다.”라고 간략했다.

그러면서 먼저 영화 「남부군」에 대해 언급했다. 백 교수는 “「남부군」은 1990년에 개봉한 영화로, 배우 안성기 씨가 이태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기 전북 순창군 회문산 등에서 활동한 빨치산 남부군의 활동을 그린 작품으로, 원작은 이태의 자전적 소설 「남부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병주 작가의 소설 「지리산」에도 이태가 등장한다. 이태는 원래 종군기자였는데, 나중에 남부군에 합류했다”라고 말했다.

강의를 하고 있는 백태현 박사. 사진=조해훈
강의를 하고 있는 백태현 박사. 사진=조해훈

이병주 소설 「지리산」에 대해서는 “이 소설은 일제 말기 암울한 상황 속에서 방황하던 젊은이들이 학병을 피해 지리산으로 숨어들었다가 좌우익의 충돌 속에서 좌절해 가는 모습을 그린, 우리 민족의 뼈아픈 아픔을 형상화한 민족의 대서사시”라고 밝혔다. 또한 “이병주 소설가 역시 국제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한 언론인으로 이 지역인 하동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영화 「태백산맥」에 대해 강의를 이어갔다. 그는 “「태백산맥」은 1994년 9월에 개봉한 영화로 임권택 씨가 감독이었다. 안성기(김범우 역), 김명곤(염상진 역), 김갑수(염상구 역), 오정해(소화 역), 신현준(정하섭 역) 등의 배우가 출연했다. 원작은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는 1948년 10월 여순사건 발생 후 좌우익 대결이 격화한 전남 보성군 벌교를 무대로 빨치산(반란군)과 계엄군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가운데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 박사는 “이 소설의 주 배경은 지리산으로, 여순사건 이후 농지 개혁, 6·25 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 분단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목압서사 입구에 특강을 알리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조해훈
목압서사 입구에 특강을 알리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조해훈

백 박사는 영화 「짝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1980년에 개봉한 영화로 역시 임권택 감독의 작품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되는 피해자들의 후유증과 기구한 사연을 그린 영화다. 빨치산 짝코(김희라 분)와 토벌대 전투경찰 송기열(최윤석 분)의 30년에 걸친 추격전이다. 다시 말해 이념에서 평생 빠져나오지 못하고 인생을 허비한 두 남자의 웃지 못 할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말했다.

배우 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대호」에 대해서도 강의를 이어갔다. 백 교수는 “일제 강점기가 배경으로 호랑이 사냥꾼 이야기이다. 1925년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은 지리산 움막에서 아들과 기거하고 있다. 일본군은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를 찾아 몰려들었다. 일본군과 조선 포수대는 호랑이 가죽을 얻기 위해 만덕을 이용하려 한다. 그런 가운데 만덕은 호랑이 대호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이 영화는 민족혼과 부성애 등이 볼거리”라고 피력했다.

특강이 끝난 후 목압서사 연빙재에서 강의를 한 백태현 박사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특강이 끝난 후 목압서사 연빙재에서 강의를 한 백태현(오른쪽 세 번째) 박사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해훈

백 박사는 드리마 「토지」와 「여명의 눈동자」, 「대장금」에 대해서도 강의를 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 「지리산」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토지」는 박경리 소설을 원작으로 KBS가 1987년 10월~1989년 8월 150부작으로 방영했고, SBS도 2004년 11월~2005년 5월 52부작으로 방영했다. 「여명의 눈동자」는 소설가 김성종 씨가 1975년부터 1981년까지 일간스포츠에 연재했던 10권 완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드라마 「지리산」은 지리산을 지키는 레인저(공원 감시원)들이 펼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천왕봉·노고단·피아골·뱀사골 등 지리산에서도 손꼽히는 명승 공간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백 박사의 강의와 관련된 원작 도서들. 목압서사에 소장된 책들이다. 사진=조해훈
백 박사의 강의와 관련된 원작 도서들. 목압서사에 소장된 책들이다. 사진=조해훈

백 박사는 강의를 마치면서 “지리산은 높은 기상과 너른 품을 가진 민족의 영산으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작품의 무대가 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산”이라고 압축해 정리했다.

한편 목압서사의 ‘외부 초청 인문학 특강’은 지난 해 10월부터 매달 화개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열고 있다. 2021년 10월 21일 오후 6시30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인 배익천 선생을 초청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읽히고, 어떻게 읽힐 것인가?’ 주제의 특강을 가졌다. 11월에는 최영호 동아대 교수를 초청해 ‘팔만대장경과 하동’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12월에는 17일 오후 6시 30분에 필자의 ‘지리산 유람록(遊覽錄)’ 주제의 특강을, 2022년 1월 21일 오후 6시 30분에는 필자의 ‘조선시대 하동지역의 학맥(學脈)’을 주제로 각각 특강을 했다. 지난 2월에는 당초 김정선 동아대 교수의 특강이 예정돼 있었으나,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특강을 갖지 못했다. 그리고 3월 특강은 25일 오후 6시 팔령 강안구 선생이 ‘옛책(고서) 장정의 이해와 실습‘ 주제로 개최했다. 4월에는 필자가 ‘화개골 신흥사에 대한 고찰’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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