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134) 2023년 봄, 조해훈의 차(茶)와 관련된 이야기

4월 10일 첫 찻잎 따 녹차 조금 만들었을 뿐
차산 칡넝쿨 제거하다 왼손 엄지 일부 잘려
신판곤 대표 부탁한 발효차 11일 겨우 완성

조해훈 기자 승인 2023.06.11 16:53 | 최종 수정 2023.06.15 10:16 의견 0

오늘, 2023년 6월 11일 오후에 건조시키던 발효차를 체로 까불려 부스러기 등은 버리고 차 봉지에 담았다. 11봉지였다.

이 발효차는 사연이 있다. 세세한 설명을 하기는 좀 그렇다. 한 달 전인 5월 11일에 악양면 동매리에 있는 신판곤(71) 경기도 용인시 소재 삼성프레시젼 대표님의 차밭에서 찻잎을 땄다. 이날 함께 차회를 하는 백경동(57) ‘차사랑’ 회장님과 신 대표님, 그리고 필자 셋이서 오전 8시부터 낮12시까지 땄다. 3kg 정도였다.

백경동 '차사랑' 차회 회장님과 신판곤 대표님이 차밭에서 차를 따는 모습. 사진=조해훈
백경동(앞쪽) '차사랑' 차회 회장님과 신판곤 대표님이 악양의 신 대표님 차밭에서 차를 따는 모습이다.  [사진=조해훈]

신 대표님이 필자에게 “이 찻잎으로 발효차를 좀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찻잎이 컸기 때문이다. 여하튼 5월 27일에 차를 비볐다. 찻잎이 크고 억세어 손으로 비빌 수가 없었다. 필자의 집에서 뒤쪽으로 더 들어가면 집 몇 채가 있는 맥전(麥田)마을의 조봉현(62) 씨에게 부탁하여 백 회장님과 그 집에 가 유념기로 비볐다. 비빈 찻잎을 집에 가져오자마자 바로 방에서 발효를 시켰다.

그런데 그날 밤부터 사나흘 계속 장맛비처럼 비가 쏟아졌다. 방에서 하룻밤 발효를 시킨 뒤 다음 날 마당의 햇볕에 내놓아 더 발효를 시켜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였다. 한나절 가량 방에서 더 발효를 시키다 녹차 작업실 옆 그늘지고 바람 통하는 곳에서 건조를 시켰다. 채반 두 개에 늘어놓았다. 며칠 비에 찻잎 속에 물기가 흠뻑 흡수되었는지, 쉽게 건조되지 않았다. 매일 뒤집으며 확인을 했다. 어제 10일 저녁에 다른 채반에 다 모아놓았다가, 오늘 11일 체로 까불려 부스러기는 버리고 차 봉지에 담았던 것이다.

조봉현(62) 씨 집에서 유념기로 찻잎을 비비는 모습. 사진=백경동
조봉현(62) 씨 집에서 유념기로 찻잎을 비비는 모습. 오른쪽이 필자다. [사진=백경동]

차의 색은 누른 게 그런대로 괜찮았고, 햇 발효차라서 숙성된 맛은 없지만 마실 만 했다. 현재는 황차 수준이었다. 적어도 1년쯤 묵혔다 마시면 보다 깊은 맛이 난다.

올해는 4월 10일에 찻잎을 따 녹차를 조금 만든 후론 차를 만들지 못했다. 좀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그 다음 날 찻잎 따러 차밭에 올라갔다가 맨 위쪽 오른편에 칡넝쿨을 제거하지 않은 게 있어 낫으로 그걸 세게 치다가 왼손 엄지의 위쪽 일부가 잘려버렸다. 매일 낫을 갈아 차산에 올라가다보니 낫이 너무 잘 들었다. 구례병원 응급실로 가 응급치료를 했다. 다음날에 하동의 중앙의원에 가 치료를 받았다. 거기서 두어 차례 치료를 받아 하동읍내 시장의 시락국밥집 아주머니가 “성심의원이 그런 치료 잘 하던데 그곳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보시라.”고 해 그때부터 성심의원에 이틀에 한 번씩 가 새로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간 후 항생제 주사를 맞았다. 약 처방을 받아 약도 함께 먹었다.

6월 11일 완성한 발효차를 마시는 필자. 사진=목압서사 제공
6월 11일 완성한 발효차를 마시는 필자. [사진=목압서사 제공]

그러다 보니 차를 만들지 못하였다. 1개월 반 넘게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다. 신 대표님 차밭에서 차를 딸 때도 손가락이 많이 나았지만 아픈 상태였다. 지금도 아직 잘려나간 부위의 살이 완전 차오르지 않았고, 그 부분에 뭔가에 닿으면 아프다. 그 부위의 감각도 많이 무뎌졌다.

여하튼 그건 그렇고 그 외에 올해 차와 관련한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겠다. 필자는 ‘하동세계차엑스포’ 기간인 5월 4~6월 3일에 일요일마다 네 차례 제2 행사장인 하동야생차박물관 야외마당에 설치된 한국관에서 다례(茶禮) 봉사를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계속 바쁜 데다 여러 사정으로 5월 24일(일요일) 하루만 다례 봉사를 했다.

오전 9시쯤 한국관에 도착해 집에서 가져간 한복으로 갈아입고 다례실에 앉아 있었다. 다례는 예약한 손님에게만 30분가량 해준다. 차를 마시는 방법은 물론 차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할 경우 거기에 맞는 답변을 해준다. 화개지역의 역사를 묻는 분들에게는 그에 대한 설명도 해준다.

하동세계차엑스포 기간 중 한국관에서 다례 봉사를 하는 필자. 사진=하동세계차엑스포 한국관 제공
하동세계차엑스포 기간 중 한국관에서 다례 봉사를 하는 필자(왼쪽). [사진=하동세계차엑스포 한국관 제공]

오전에 대구의 유림 몇 분이 오셨다.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식사를 하러 가셨다. 점심 이후에는 예약을 한 몇 팀이 차실에 오셨다. 하동지역 신문사 기자 한 분이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예약 시간보다 훨씬 지났다.

부산 대연동에 거주하는 한 가족이 오셨다. 엄마·아빠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 한 명이었다. 아이들 엄마가 차에 대한 여러 질문을 했다. 이 가족은 차에 대한 상식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여러 설명을 해주다보니 역시 예약 시간을 많이 넘겼다. 대구 복현동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부부가 다음 손님으로 들어오시어 역시 차와 화개지역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오후 6시쯤 다례 봉사를 마쳤다. 많은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눠서인지 집에 오니 무척 피곤했다.

지난 4월 10일 올해 첫 찻잎을 따 덖기 위해 솥에 넣은 모습. 사진=조해훈
지난 4월 10일 올해 첫 찻잎을 따 덖기 위해 솥에 넣은 모습. [사진=조해훈]

5월 27일에는 필자가 속한 ‘차사랑’ 5월 차회를 했다. 회원 5명이 매달 돌아가면서 팽주(烹主)를 하는데, 5월에는 백경동 회장이 팽주를 할 차례였다. 마침 이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오전 10시 조금 못 미쳐 백 회장님이 목압서사에 오시어 함께 차를 마시다 앞에서 언급한 조봉현 씨 댁에 가서 유념기를 빌려 찻잎을 덖었다.

그 후 백 회장님의 제안으로 인근 쌍계사에 가 점심으로 비빔밥을 얻어먹었다. 그런 다음 차엑스포 행사장인 하동아생차박물관으로 가 신판곤 대표님을 만나 셋이서 부스를 둘러본 후 한국관에 가 차를 마셨다. 다른 차실에서 필자가 임시 팽주가 돼 차를 우려 드렸다. 그런 다음 하동녹차빵을 만들어 판매하시는 분의 부스에 가 차를 마셨다. 예전에 함께 차를 마시던 분이었다.

지난 5월 차회를 목압서사에서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이 신판곤 대표님이고, 가운데가 백경동 차회 회장님이다. 사진=목압서사 제공
지난 5월 차회를 목압서사에서 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이 신판곤 대표님이고, 가운데가 백경동 차회 회장님이다. [사진=목압서사 제공]

그런 다음 백 회장님이 차박물관의 다례체험실에 미리 예약을 해놓아 그곳에서 또 차를 마신 후 면사무소 건너편에 있는 나주곰탕에 가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 후 목압서사로 와 본격적으로 차를 마시다, 거의 밤 10시가 다 돼 차회를 파했다.

2023년 올해 필자의 차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해봤다. 손가락이 그나마 많이 나았으므로, 앞으로 두어 번 차산에 올라가 찻잎을 따 차를 만들 생각이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 massjo@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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