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과학 토픽】역설paradox 없는 시간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조송현 대표기자 승인 2024.02.06 16:27 의견 0

Q1. 과학토픽, 이 시간엔 알아두면 교양이 되는 과학토픽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지난시간엔 ‘삶을 개선하는 7가지 과학적 방법’이라는 생활과학을 소개해주셨는데, 이번시간엔 이론물리학, 그중에서도 시간여행에 관한 내용을 가져오셨다고요? 시간여행 하면 백투더퓨처,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가 떠오르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집니다. 먼저 주제를 들어볼까요?

--> 오늘의 과학토픽 주제는 ‘역설paradox 없는 시간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입니다.

Q2. 역설 없는 시간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시간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했는데 그게 역설적이었다,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역설을 제거했다 그런 말인가요? 그 내용을 좀 쉽게 풀어주시죠.

-->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면 언젠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전해도 이뤄질 수가 없는 것이거든요.

자, 그렇다면 지금까지 ‘시간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했느냐?는 게 첫 번째 질문이 되겠죠? 답은 ‘가능하다, 단,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3. 머리가 슬슬 아파오는데요, 가능한데,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 여기에 바로 그 유명한 ‘할아버지 역설’이 등장합니다. 현재의 이론물릭학, 특히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닫힌시간곡선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시간의 흐름이 과거에서 미래로 일직선이 아니라 원처럼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혹은 미래에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논리적으로 문제를 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과거로 가 무슨 이유로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였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자신의 아버지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고 당연히 자신도 태어나지 못했고, 따라서 그가 과거로 가 할아버지를 살해하는 상황도 존재할 수 없었겠죠. 따라서 ‘한 사람이 과거로 가 할아버지를 살해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자기모순적인 명제입니다. 이를 역설이라고 하죠. 요약하면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여행을 예측하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시간여행은 역설적이다, 라는 것입니다.

Q4. 할아버지 역설은 금방 이해가 됩니다. 흔히 시간여행을 말하지만 이게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거군요. 그렇다면 이번에 이 역설을 해소한 건 대단한 이론적 발견이겠네요.

--> 호주 퀸즈랜드대학의 물리학과 대학원생인 저메인 토바(Germain Tobar)와 그의 지도교수 파비오 코스타(Fabio Costa)가 수학적으로 입증했는데, 이들의 논문은 피어리뷰(동료검토)를 마치고 물리학저널인 <고전n양자중력 Classical and Quantum Gravity>에 2020년 9월 실렸는데, 그간 다운로드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당시에도 일부 보도가 되긴 했으나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자매 매체인 사이언스 얼러트가 재조명해 오늘 소개하려고 가져왔습니다.

호주 퀸즈랜드대학의 물리학과 대학원생인 저메인 토바(Germain Tobar, 오른쪽)와 그의 지도교수 파비오 코스타(Fabio Costa).

Q5. 대학원생이 대단한 발견을 했군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역설을 잠재운 논리가 어떤 것일까요?

--> 수학적으로는 완벽하다고 합니다. <고전양자중력>는 동료검토를 거쳐야 실리는 저널인데, 이미 수리물리학자들의 검토를 통과해 실린 거고요. 이들이 새로 개발한 수학적 방법론은 매우 복잡한데, 우리는 여기서 그게 ‘스퀘어 넘버 square numbers’라는 것만 알고 넘어가기로 합시다. 시공간 연속체의 수의 영역에 대한 시간곡선을 검토했더니 고전 물리학의 규칙에 부합하더라는 겁니다. 고전물리학의 규칙이란 인과율과 결정론을 따르는 거죠. 이 수학이 알려주는 논리는 ‘시공간이 역설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적응한다’입니다.

Tobar와 Costa는 실례를 들어 설명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을 막기 위해 시간여행을 과거로 갑니다. 0번 환자를 찾아 격리합니다. 임무가 완수됐죠? 하지만 앞의 할아버지 역설처럼, 여기서도 역설이 발생하죠. 0번 환자가 없었다면 팬데믹은 없었을 것이고 내가 0번 환자를 찾아 시간여행을 할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토바와 코스타의 연구에 따르면 역설은 해소됩니다. 수학적으로는 일시적인 사건이 여러분이 취한 모든 행동과 논리적으로 일치하도록 조정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앞의 경우 내가 0번 환자를 완벽하게 격리했다고 해도 내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첫 번째 환자가 되어 어쨌든 전염병을 퍼뜨릴 수 있다는 거죠. 굳이 내가 아니라도 바이러스는 0번 환자 외 다른 경로나 다른 방법을 통해 여전히 탈출하여 미래에 팬데믹을 일으킨다는 거죠. 시간여행자가 무엇을 하든 질병은 멈추지 않는다는 겁니다.

토바와 코스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발견한 다양한 수학적 과정은 자유 의지를 이용한 시간여행이 어떤 역설 없이 우리 우주에서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Q6. 드라마에서 보면 과거여행을 한 사람이 역사를 바꾸면 안 된다며 몸조심을 하는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시간 여행자가 무슨 일을 하든 역사의 물줄기는 바뀌지 않는다는 거군요?

--> 정확하게 이해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닫힌시간곡선이 나오지만 그곳의 사건은 시공간의 자동조정능력에 의해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결정론적으로 진행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Q7. 지금까지 설명하신 ‘역설 없는 시간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내용의 핵심을 요약해주시죠.

-->그러죠. 우선 시간여행은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역설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시간여행자가 과거로 돌아가서 어떤 사건을 변경하려 해도 사건은 항상 일관성(결정론적으로)을 유지합니다. 이는 시공간이 사건의 일관성을 위해 스스로 조정한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합니다.

Q8. 시공간이 사건의 일관성을 위해 스스로 조정한다, 굉장한 우주의 비밀을 이번 시간에 알게 된 느낌입니다. 언젠가 시간여행을 하는 그날을 그려보면서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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