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시학 3호-특집 부산의 꽃부리, 동래】 장소시 : 봉래유가蓬萊遊歌 외 1편 - 조순규

장소시학 승인 2024.02.22 17:38 | 최종 수정 2024.02.22 17:56 의견 0

장소시학 3호 표지(부분)

장소시

봉래유가蓬萊遊歌 외 1편

조 순 규

망월대望月臺

장산에 모롱이에 달 떠오르네
망월대 위로 달 구경 가세
옛날의 사람들 이 대에 올라
달 구경했다고 망월대라네
지금의 사람은 왜 안 오르나
우리도 기쁘게 올라가 보세

금정산金井山

진달래꽃 피고 뻐꾹새 울면
동래에도 금정산은 선경仙境과 같네
맑은 물이 흐르고 바위가 있어
세상이 칭찬하여 금강金剛이라 하나
곳곳이 얼크러진 옛날의 성터는
마음 있는 사람의 가슴만 태우네

동래성

무너진 옛 성터 동래의 성터
이곳엔 얼마나 많은 충혼이
무지한 칼날과 독한 화살에
참혹히 피 흘리고 묻히었는지
늙은 나무와 흩어진 돌에나
옛날의 일을 물어서 볼까

정과정

정과정 밝은 물에 낚시질하고
풍덩실 몸을 던저 헤엄치니
이 몸이 고인古人들은 못 보았지만
그들도 나와 같이 놀았었겠지
동무여! 종이와 붓 가져 오너라
신선神仙의 노래 한 귀 읊어나 보자

온천

무궁화 삼천리 좁지 않은 벌에
동래야 온천만치 고은 곳 있으랴
멀고 먼 옛날에 백로가 날라와
목욕하였다는 전설을 가졌고
뒤에는 금정산 앞에는 범어수梵魚水
경치야말로 밝게 참으로 곱네

범어사

노송은 울울창창 하늘 가리고
물소리 쾅쾅 졸졸 장단 맞추네
범성梵聲은 목어성木魚聲에 섞여 나고
아침 밤 종소리는 산을 울리네
가을 와서 단풍이 산을 수놓면
극락이 이곳인가 의심이 드네

해운대海雲臺

옛 선생 이곳에서 놀았다고
세인世人이 이름 지어 해운대라네
엄숙한 장산萇山과 춤추는 물결은
세속의 티끌을 씻어 주네
경치는 오늘에도 옛과 같으나
옛 피었던 꽃만은 찾을 수 없네2)

금정산성

금정산 가을날을 산성 위에 올라보니
가신 임 마음 마냥 붉게 타는 단풍잎들
온 산이 불꽃에 탄다 내 마음도 따라 탄다

흩어진 성돌 위에 지친 몸을 누웠어라
어디서 들리는 듯 진군의 나팔 소리
메마른 내 팔뚝에도 힘이 불끈 솟는다

성 위 장대將臺에 올라 하늘 바라 소리치니
옛날 할배님들 그 용자勇姿 보이는 듯
나두야 오늘 하루를 그들처럼 살으리

이 성 쌓으신 임들 그 뜻 진정 장할시구
오늘도 바다 건넌 도적 또한 엿보느니
우리도 임들 본받아 이 땅 굳게 지키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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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선일보』, 조선일보사, 1928. 2. 7, 박태일 엮음, 『무궁화』(근포 조순규 시조 전집), 도서출판 경진, 2013, 133-135쪽.
3) 박태일 엮음, 『무궁화』(근포 조순규 시조 전집), 도서출판 경진, 2013, 133-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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