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시학 3호-특집 부산의 꽃부리, 동래】 장소시 : 동래읍 칠경을 찾어 - 서정봉

장소시학 승인 2024.03.06 17:15 | 최종 수정 2024.04.01 16:27 의견 0

<장소시>

동래읍 칠경을 찾어

서 정 봉

1. 마안령馬鞍嶺

안개 속 뚫고 올라 뜨는 해 머금으며
황폐한 대지 우를 한 품에 안고 볼 제
사람의 좁은 생각도 자라는가 하오니

2. 망월대望月臺

돋아오는 저 달 안에 그리운 무얼 찾아
밤새여 안고 봐도 싫잖은 망월대니
아서라 강릉 경포대 달 여기 볼까 하노라

3. 적취정滴翠亭

정자는 어디 가고 돌기둥 남었는고
물방울 뜻을 맺어 푸른 정 변찮으니
이 물에 둔탁한 내 맘 씻어 볼까 하노라

4. 영보단永報壇

호적戶籍 등 푸른 품에 잠자는 이름들아
생명의 새 움 돋아 잔디품 금잔디로
영원한 할아버님 맘 자자손손 품으소

5. 학소대鶴巢臺

황혼 잔 받은 새들 숲 찾아 깃들이니
서천西天에 잠긴 돛대 등불 켜 재 넘느니
어쩌다 길손 설은 정 너만 안고 깨우랴

6. 봉화대烽火臺

앞 남산南山 잦은 안개 옛 꿈이 깊어 가고
불 꺼진 봉화대에 잔디만 새움인가
님 지른 가슴속 불도 꺼질까 하오나

7. 월야고송月夜孤松 – 학배鶴背의 큰 소나무

님 기댄 자욱 표로 심어둔 고송이라
그 님의 자욱 찾는 외로운 넋이어니
알꽤라 님의 밀사가 장산萇山 넘는 달인가
망월대 허리 안에 애닯은 달빛 차니
고송孤松 밑 님의 사자使者 넋줄 던저 부르노니
보새라 달 고송 안고 몸부림처 보느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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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인문학』 10월호, 청조사, 1935. 시조시인 서정봉이 초기 필명인 서목원(徐牧園)으로 발표했다. 어떤 연구자는 서목원을 김정한의 필명으로 보기도 했는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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