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 칼럼】라 퐁테느의 우화시寓話詩로 본 윤석열과 한동훈

김상일 승인 2024.03.25 11:05 의견 0

17세기 프랑스 시인 라퐁테느(1621-1695)는 우화시 쓰기로 유명하다. 아래 그의 시 ‘사자와 늑대와 여우’는 권력자와 그 밑 신하들 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꼴사나운 모습을 풍자한 시이다. 시에서 사자는 윤석열, 늑대는 이철규 그리고 여우는 한동훈에 비견하면 이 시를 실감나게 감상할 것이다.

사자는 늙어 빠져 중풍에 걸려 일어서지도 못할 지경/사방에서 이름난 짐승이란 짐승은 스스로 명의라고 다 몰려왔지만/여우만은 낯짝도 안 보이네/이때 평소 여우를 꼴 보기 싫어하던 늑대가 왕에게 일러바친다/왕은 노기에 차 여우를 당장 끌어내 끌고 오라고 했네/여우는 늑대가 고자질한 것을 알고는/ “상감마마 소인의 상감마마에 충성심 변함없습니다/소인은 지금 상감마마의 건강 비법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 중입니다/그래서 상감마마의 병에 특효가 있는 비법을 발견했습니다"/“그래 그 비법이 무엇이냐?"/여우는 “상감마마의 병에 특효약은 늑대의 가죽을 벗겨 달여 마시는 것입니다”

황상무와 이종섭을 두고 윤석열 주변의 늑대 같은 인간들(이철규를 비롯한 윤핵관들)과 여우 같은(한동훈 같은) 인간들로 나뉜다.

왕은 그 처방(여우의 처방)이 그럴 듯하다 생각하여/그 즉시 늑대의 가죽을 벗기고/몸은 여러 덩어리로 토막 내었다/임금님은 늑대의 살을 밤참으로 즐기고/그 가죽으로는 몸을 둘렀다/

그러나 왕의 병은 낫지 않았고 늑대 고기는 사자 몸에 맞지 않아 왕은 죽고 말았다. 여우는 왕도 죽이고 늑대도 죽이고 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라 퐁테느는 이어서

아첨하기를 좋아하는 벼슬아치여/파멸을 부르지 말지어다/불행은 행복의 네 곱절이 되어 당신의 집을 찾는다/험담하는 사람의 신상에는 여러 모양으로 답례가 있기 마련이다/당신은 그 어느 경우에도/용서받지 못하는 처지에 처해 있는 것이다.

황상무는 사퇴하고 이종섭은 돌아왔다. 그렇다고 여우 한동훈이 승리한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여우나 늑대 모두가 아첨꾼들이었기 때문이다. 여우는 늑대보다 더 간교한 방법으로 늑대도 잡고 사자도 잡았던 것이다. 여우에게 사자가 결코 편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라 퐁테느의 우화시는 우화라기보다 실화 이상의 실화 같다. 대한민국 집권 여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이 이철규도 잡고 윤석열도 잡는 우화 같은 실화가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라 퐁테느Jean De La Fontaine는 3권의 우화시집을 남겼으며, 자연스럽고 소박한 표현과 시정에 넘치는 풍자 정신이 깃든 시를 통해 민중에게 가장 친근한 시인으로 칭송받았다. 이런 우화시들이 한 세기나 지난 후에 프랑스 대혁명을 끌어내는 도화선이 되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사자 운석열 주변에 늑대 같은 인간들 가운데 여기서 언급 안 하면 서러워할 인물들이 더 있다. 천공과 김태효와 김건희이다. 지금 왕의 주변에 있는 3인방은 천공, 김태효 그리고 김건희라고 본다. 이 3인방이 왕의 주변에서 왕을 좌지우지하는 늑대 같은 존재들이다. 지금 공천은 김건희 생각대로, 외교정책은 김태효의 생각대로 그리고 남북문제와 외교는 천공의 생각대로 돼 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 3인방들 간에도 차이가 있다. 3인 가운데도 우열이 있는데 천공-김태효-김건희이다. 제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천공과 김태효이다. 김태효는 자기 아버지로부터 반공 친일 교육을 뼈속까지 사무치게 세뇌 수준의 교육을 받은 자이고 그는 지금 윤석열의 외교 안보를 주름잡는 방향타와 같고, 실제 현상으로 윤석열을 통해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천공의 무속 비의 정치는 김건희의 뇌리를 좌지우지 하고 이것이 그대로 윤석열한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최재영 목사의 직접 경험에 의해 확인된 바와 같다. 그래서 사실상 제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존재는 천공과 김태효인데, 둘 가운데서도 천공이 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 3인방은 늑대 같은 존재들이다. 황상무와 이종섭은 이들 늑대의 새끼 같은 존재들이고 이번에 여우 한동훈은 이들의 가죽을 벗겨 버리려 할 것이다. 라 퐁테느 우화시의 주인공은 당연히 ‘여우’이다.

여우 한동훈은 마치 사자 윤석열의 병을 고치는 척하지만 결국 자기 정적과 나중에는 왕까지 죽게 할 것이다. 이번 총선이 여우에게는 자기가 권력을 쟁취하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늑대의 가죽을 벗겨 그것을 달여 마셔보라고 사자에게 권한다.

우화시는 윤석열 정부에게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니다. 박정희가 사자라면 차지철과 박종규의 무리들은 늑대들이었고, 김재규는 여우였다. 박정희 정권의 고질적인 병을 두고 그 처방을 다투던 궁정동 술자리에서 여우는 직접 총으로 사자와 늑대를 쏴 죽이고 말았다. 그러나 실패, 여우 자신도 죽고 만다. 이에 비해 같은 여우 역할을 한 전두환은 늑대를 다 죽이고 자기가 왕이 되었다.

우화시는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 중이다. 별주부 전에서 토끼의 계략에 거북이가 속아 넘어갔듯이 우리 민중들이 이번 총선에서 토끼 같은 지혜를 발휘해서 용궁龍宮의 아성과 그 속에 있는 무리들을 다 볕에 말라 없애버리고 청와대로 궁을 다시 옮기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상일 교수

<전 한신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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