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권한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법이다. 그 법은 누가 만드는가? 국민이다. 헌법 조항이 유행가사로 쓰이는 나라는 아마 역사상 전 세계에 유례가 드물 것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①항 ②항) 구체적으로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속한 국회에서 법을 제정·개정·폐지한다.

그런데 목하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법 전문가 혹은 기술자인 검찰총장이 “‘검수완박’은 ‘헌법파괴’”라고 주장한다. 우선 용어부터 바로잡자.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중에 처리하기로 한 ‘검찰개혁’ 법안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아니라,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이다.

헌법 파괴 행위는 다른 말로 하면 반역죄를 저지른다는 뜻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주장이 맞다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172명 전원은 반역행위자이다. 주장이 틀렸다면, 김 검찰총장은 허위사실 유표, 명예훼손 등의 범죄자이고, 최소한 검사 자격 미달자이다. 어쨌건 한 쪽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국방부는 2019년 ‘국방개혁 2.0’에 따라 장군 숫자를 25명 감축했다. 또 국방부는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30년까지 군 장성수를 40명 이상 감축할 계획이다. 장성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전도유망한 위관급 및 영관급 장교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런 일이다. ‘별을 달’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대장과 중대장, 그리고 연대장들이 사사로이 모인다. 참모총장까지 합세한다. 그리하여 ‘국방개혁 법률’은 국방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고 선언하며 여론전을 벌인다. 또 집단 사직서까지 제출한다. 이렇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될까?

법에 근거해 장성의 숫자가 정해졌다. 그리고 법에 의해 장성수를 줄였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장교들은 ‘법안 반대’ 시위 등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다르다. 치열하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손에 틀어쥐고, 정치인·재벌·언론인·운동가들을 쥐락펴락하는 미망(迷妄)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해서일까? 봐줄 사람의 비위는 덮고, 손봐줄 사람은 별건수사까지 하며 사돈팔촌까지 탈탈 털던 무소불위의 권력에 대한 아쉬움에서일까? 또 수사권과 기소권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어야 퇴직 후 ‘전관특혜’(‘전관예우’는 사실을 오해케 하는, 틀린 용어다)를 받을 수 있다는 밥그릇 챙기기 위함에서일까?

이프로스는 검찰 내부 통신망이다. 비공개로 운영된다. 조직의 구성원이 아닌 외부인의 접근은 제한된다. 그런데 검찰이 이례적으로 이프로스의 글을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 관련 내부 반대 목소리를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이다. 검찰총장은 물론, 고검장, 지검장, 평검사, 사무직원까지 총력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아쉽다. 왜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까지 나오게 되었으며, 그 법안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지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황운하 의원은 2월 23일 중수청 설치법 공청회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문명국가 어디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반박이 많이 나왔다. 그렇지만 팩트체크하자면, 매우 드물지만 없다고는 단언하기 힘들 뿐이다. 하여 발언 취지는 대체로 ‘참’에 가깝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수사권을 검찰이 갖든 경찰이 갖든, 양자가 공유하든 간에 우리나라와 같은 중대한 검찰 비리는 없다는 사실이다. ‘정치검사’도 없다. 하여 우리나라와 같이 검찰 개혁이 국민적 의제로 떠오를 이유가 없다. 뇌물 검사, 스폰서 검사, 성접대 검사, 벤츠 여검사, 떡값 검사, 비즈니스 검사 등등 그간 검사들의 비리 행태가 얼마나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저질러졌는가.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고한 시민을 감옥에 처넣었다. 강기훈은 억울하게 3년 옥살이를 하고, 암 투병 중이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27년이 흐른 2017년에 무죄로 확정판결을 받았다. 조작 사건에 당한 강기훈은 암으로 죽어가고, 조작한 검사와 책임자들은 승승장구했다. 사건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김기춘은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검사 곽상도는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을 지내고 국민의힘 재선의원까지 했다. 강력부장 강신욱은 대법관을 지냈다. 그러나 이 조작 책임자 중 어느 누구도 책임지기는커녕, 피해자에게 사과하지도 않았다.

이 검사들의 비리는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가?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여 검찰을 ‘정상화’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법으로 분리하여, 검찰과 경찰과 공수처, 그리고 중수청이 서로 견제하게 하려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봐도 옳은 방향인데 어찌 검찰은 ‘헌법파괴 행위’이고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고 씨부렁대는가!

조송원 작가

현재 검찰이 ‘수사권 폐지 반대’에 여론전까지 벌이는 몸부림은, 용납을 할 수 없으나 이해는 간다. 기득권 수호는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가 시대의 흐름이 된 것은 검찰의 업보일 뿐이다. 그러나 검찰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기득권 수호에 대한 검찰의 치열함보다 더 치열하게 주인인 국민이 생채기를 입더라도 나서야 한다. ‘검찰 개혁’은 하늘의 소관사항이 아니다. 바로 ‘나’의 일이다.

혹자는 말한다.

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항상 착한 사람편이라고. 그러나 도척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을 씹으며, 대낮에 포악함을 자행하며, 수천 명씩 도적 떼를 몰고 천하를 횡행하였으나, 필경 제 수명을 다 살았다. 과연 무슨 덕으로 그랬단 말인가? (或曰 天道無親 常與善人. 盜跖日殺不辜 肝人之肉 暴戾恣睢 聚黨數千人 橫行天下 竟以壽終. 是遵何德哉) -사기史記/백이열전伯夷列傳-

<작가/선임기자, ouasaint@injuryti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