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숙 교수의 호스피스 이야기】 (8)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받아들이기

박선숙 승인 2022.09.14 15:25 | 최종 수정 2022.09.17 11:34 의견 0
[픽사베이]

사람은 태어나서 지속적으로 성장과 성숙이라는 발달을 통해 나이가 들어갑니다. 그러나 성숙해간다는 사실은 죽음으로 나아간다는 것보다는 사랑 안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더불어 살고 있고 여기에 사랑이 있는 것입이다. 따라서 죽음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호스피스 돌봄(Hospice care)에서 우리가 죽음에 대하여 생각할 때 우리의 마음이나 경험으로는 죽음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됩니다. 죽음의 두려움과 신비스러움은 우리의 사고를 능가합니다. 이 순간 사랑은 죽음만큼 강하고 신비스럽습니다. 따라서 사랑만이 죽음을 극복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을 피하고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죽음을 대면하기를 주저합니다. 그래서 장애인이나 불치의 환자나 노인, 임종자들을 집에 머물게 하기보다는 요양원이나 병원으로 옮기려 합니다.

핵가족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주 가까운 친지의 죽음조차 매우 드물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사후에는 가능한 한 장례 기간을 줄이고 죽은 자에 대한 기억을 떨쳐 버리려 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죽음과 관련된 내용과 형상들이 언론매체에 의하여 자주 전해지지만, 이러한 사실이 우리의 의식 안에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특히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자연 재난, 기아와 질병, 사고로 인한 죽음의 소식이 자주 들려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나에게 닥치지 않은 일이기에 다른 사람의 일로만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직접적이고 일반적인 고통과 죽음을 피하거나 보려 하지 않으며, 자신의 고통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하여 무관심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막상 고통이나 죽음을 대면하게 되면 정서적인 당혹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질병이나 노화로 인한 고통과 죽음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형상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그것을 피하려 하기에 삶에 대해 공허함과 지루함, 외로움과 소외를 더욱 크게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이 닥쳤을 때 우리는 더 많은 사랑과 위로를 필요로 합니다. 위로는 자신이 혼자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그의 곁에 있으며 서로 이해하고 돕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죽음과 상실, 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사회 문화적인 측면의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와 사회는 개인의 규범과 관습에 영향을 주며 일정한 행위나 행동을 불러일으키고 개인의 의지에 따른 선택을 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죽음과 상실에 대한 것을 다룰 때는 그 개인의 믿음이나 관습, 규범, 표준, 사회 문화적인 문제, 인종, 종교적 배경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죽음에 대한 사회 문화적 반응은 죽음이 어떻게 삶의 목적과 부합되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사회든 세 가지 태도 중 하나의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세 가지의 일반적인 태도는 죽음에 대한 수용과 죽음에의 도전, 그리고 죽음에 대한 부정입니다.

죽음을 수용하는 사람은 죽음을 불가피한 일로, 삶의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매일의 삶의 형태와 생은 부수적인 행동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것은 죽음과 통합을 이룹니다.

죽음에 도전하는 사람은 죽은 후의 생을 위해 피라밋 또는 커다란 묘를 건축하여 그 안에 아내와 돈, 그의 모든 소유물을 보존하는 것처럼 죽음을 정복하고자 합니다.

죽음을 부정하는 사회에서는 죽음과 대면하기를 거절하며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하고 무엇인가를 준비합니다. 죽음은 삶과는 정반대 형상이며 또한 인간 존재에서 자연스러운 부분이 아니라는 태도입니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은 삶에 대한 한계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삶을 포기하고 자신의 가치관, 목적, 믿음 등을 재인식하고 변화시켜야 합니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불치의 질병으로 죽음에 직면했을 때 개인은 특히 극단적인 절망을 경험합니다. 또한 죽어야 함을 알면서도 죽음에 대한 선고를 받았을 때는 이 사실을 부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공통적인 한계점과 심리적 방어기전을 겪으므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첫째, 한계성은 질병으로 인해 오게 되는 상실감입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질적인 것, 명예, 지식, 친구, 자기 자신 등을 잃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둘째, 변화로 인한 문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며, 자기 자신이 다른 이에게 의존해야 되는 문제를 알게 하는 것입니다.

셋째, 심리적인 방어기전에서 정상적인 방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자아 에너지가 요구됩니다. 그러나 질병으로 인해 신체가 점점 약화되어 이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사전에 이러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박선숙 교수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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