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도파민과 권력 중독

조송원 승인 2024.02.24 15:58 의견 0

도파민은 주로 새로운 것을 탐색하거나 성취하는 과정에서 ‘기쁨’의 감각과 감정을 지배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멋진 옷을 입거나, 갖고 싶었던 물건을 구매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업무 성과를 달성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감명 깊은 책을 읽을 때에 도파민이 분비된다. 포르노, 술, 담배, 약물 그리고 오락 게임 등도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킨다.

적정량의 도파민이 분비되면, 성취감과 보상감을 갖게 되고, 쾌락의 감정을 가지며, 인체를 흥분시켜 살아갈 의욕과 흥미를 느끼게 한다. 두뇌 활동이 증가하며 학습 속도, 정확도, 인내와 끈기, 작업 속도 등에도 선한 영향을 준다.

일과 학습, 운동이나 이웃돕기 등 꾸준한 노력을 통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행동은 적정량의 도파민을 유지시켜준다.

그러나 도박이나 마약 같은 행동은 도파민 분비를 순간적으로 대폭 늘리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극도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의 뇌는 그 강한 쾌감을 기억하고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비되는 자극(행동)을 계속하도록 충동질하게 된다.

문제는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도파민을 적게 생산하거나, 도파민에 반응하는 수용체 수를 줄인다. 하여 동일한 쾌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을 찾게 되어 ‘중독’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권력 또한 도파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권력은 매우 강력한 약물이다”고 아일랜드 신경심리학자 이언 로버트슨은 『승자의 뇌』(2012)에서 주장했다.

로버트슨은 개코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권력감은 코카인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권력감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뇌의 중독 중추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하위 집단의 개코원숭이는 지위가 올라갈수록 도파민 분비량이 늘었다. 그럴수록 공격적이고 자심감이 넘치는 쪽으로 변모했다. 이에 로버트슨은 “권력이 강할수록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고, 자신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는 성격이 된다”며, “절대 권력의 속성을 생물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버트슨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터널시야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하며, 오직 목표 달성이란 열매를 향해서만 돌진하게 된다. 인간을 자기애에 빠지게 하고, 오만하게 만든다.

권력은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권력은 코카인, 섹스, 돈과 마찬가지로 도파민이라는 공동 통화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다.”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윤 대통령이 한 축사의 일부이다.

연구비 삭감으로 수 년 간 진행돼 온 연구가 축소 또는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고, 대학원생들도 연구 대신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1~2년 뒤 예산이 복원된다 해도, 이미 인재들이 떠나 황폐해진 연구 생태계를 회복하기 어렵다. 중장기 국가 경쟁력에 치명상을 입힌 것이다. 이 사태를 발생시킨 장본인이 어떻게 이런 후안무치한 언설을 늘어놓을 수 있을까?

이 분열적 사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권력이라는 강력한 약물에 취한 도파민 과잉분비자라고 해석하면 맥락이 좀 닿을까?

더 큰 문제는 이런 윤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다. 도파민 과잉분비로 인한 ‘눈 떠 보니 후진국’을 만든 정책들이 정당화된다. 더구나 이미 과잉 분비된 도파민으로는 쾌감을 느낄 수 없다. 더 많은 도파민을 필요로 한다.

한반도 전쟁의 위험 증가와 독도 문제뿐 아니라 야당 말살과 언론에 재갈 물리기, 경찰의 집회 강제해산 등등 대한민국의 디스토피아, 지옥도가 선명히 그려진다.

그러나 대책은 있다. 로버트슨은 “인류 문명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민주주의는, 권력이 뇌를 바꾸어놓은 화학작용 및 그 결과로부터 우리와 우리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가장 중요한 목적에 복무하도록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민주주의가 과잉 분비된 도파민의 해독제라는 말이다. 어느 모로 보나, 어떤 이론을 톺아봐도 권력 중독자의 무능과 무도, 전횡에 대한 해독제는 민주주의뿐이다. 국민이 주인으로서,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함으로써 도파민 과잉 분비로 쾌감을 즐기는 권력 중독자에게서 그 권력을 회수하는 게 민주주의가 아닌가.

민주주의를 행위로 구체화하면 투표이다. 투표는 주인이 대리인(권력자)에 대한 심판이거나 보상이다. 4월 총선에서 심판을 할 것인가, 보상을 할 것인가. 그 결과에 따라 우리의 내일은 결판이 날 것이다.<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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