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장소시
고향을 두고 살며 외 1편
이 문 형
일하다
우뚝서는
황소의 젖은 눈망울 속
빙그르
돌고 있는
아, 그 산 들녘
오늘도
멍 해지는 버릇
날로 늘어 가누나.*
문수암 기행
보나마나 암자 찾는
길손 몇 올라간 뒤,
놀란 다람쥐 눈
가을 단풍에 붉어라.
발 아래 올망졸망한 마을
너부죽이 엎쳤네.
부푼 남해 물이야
본체만체 제쳐두고
불상에 저쑵는 시주
그 사연 알길 없고
벼랑 끝 힐끗 굽어 보니
오금 저려 간지럽다.**
*『소가야의 억새밭』(이문형․ 선정주 이인 사화집), 서문당, 1990, 36쪽.
**『제일 낮은 음계』, 도서출판 춘강, 199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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