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빼다지
박선숙
세월의 풍파로 맨질맨질해진 빼다지
칸 칸마다 담긴 어머니의 숨결과 흔적
당신의 꿈은 다 버리고, 삶의 통증도 잊은 채
자식 향한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 찬,
빼다지 속에 누워있는 얼룩진 일기장
한 여인의 시리고 아픈 삶
가난의 되물림을 끊기 위한 몸부림
낡고 기름진 종이에
침 묻은 몽당연필로 꾹꾹 눌러 쓴
그 끈적임보다 뜨거운 눈물의 흔적
한 많은 세월 구겨 넣은 어머니의 빼다지
어둠은 닫히고 내일의 희망으로 열리길,
캐캐한 어머니의 꿈을 꺼내
햇살 가득한 빨랫줄에 널어 본다
- 「시와 수필」 시 부문 신인상(2022년 1월) 수상작 -
박선숙 시인
◇ 박선숙 시인 : ▷「시와 수필」 등단 ▷「시와 서정」 동인 ▷「부산시인」 동인 ▷「김민부문학제」 운영위원 ▷동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