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회색 지대”(grey-zone, 전면전은 아니지만 사이버 공격, 정보전, 외교·경제적 압박 등 다양한 비정규적 수단이 벌어지고 있는 영역) 도발은 다가오는 해 북유럽에서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이라는 유령이다. 사이버 공격과 사보타주(sabotage, 파괴공작)가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독일, 덴마크 상공을 날아다녀, 민간 공항 폐쇄를 초래하고 있다.
“유럽에는 냉랭한 평화(icy peace, 겉으로는 평화지만 긴장과 불신으로 가득한 상태)만 있을 뿐이며, 언제든 뜨거운 대결(hot confrontation, 무력 충돌)로 폭발할 수 있다.”라고, 독일 정보기관의 수장 마르틴 예거는 최근 말했다.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대규모 주민 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강력한 군대”(실제로는 성과를 내지 못해, 반어적으로 쓰인 표현)는 도네츠크·루한스크를 포함하는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의 산업 중심지로, 러시아가 전쟁 초기부터 점령을 목표로 삼은 지역) 전체를 장악하지 못했다. 돈바스 지역 점령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전면 침공을 시작할 때 내세운 유일한 구체적인 목표였다.
초기에는 어느 정도 진격했지만, 2022년 말 이후 우크라이나 영토의 1%도 채 점령하지 못했다. 러시아의 공동묘지는 전쟁 발발 이후 사망한 약 25만 명 병사들의 무덤을 수용하기 위해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 경제는 압박(제재와 전쟁 비용으로 인한 심각한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북유럽에서 “회색 지대” 도발은 2026년에 더욱 심화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할수록, 그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려 할 것이다.
푸틴은 유럽인들이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위협을 더 크게 느낄수록, 우크라이나 지원보다는 자국의 재무장을 우선시하여, 결국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계산한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병력 동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볼로디미르 젠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에 맞선 그의 투쟁의 핵심이다. 푸틴은 서방이 러시아(개인적으로는 자신)를 불공정하고 배신적으로 대했다고 믿는다. 서방에 의해 배척당하고 경제적으로 경쟁할 수 없다고 느낀 푸틴은, 미국 주도의 안보 체제를 해체하고, 자신의 권력을 확장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전쟁을 선택했다.
푸틴의 목표는 NATO를 약화시키고, 유럽 민주주의 국가들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오랫동안 평화에 익숙해진 사회를 분열시키고 위협하는 것이다.
푸틴의 사고방식은 러시아의 군사 문화와 궤를 같이한다. 그 군사 문화는 전쟁의 목표가 영토 점령이 아니라, 그 영토 위에 구축된 방어와 안보 체제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의 4년에 걸친 전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대를 파괴할 수 없었고, 우크라이나 군대를 서방이 제공하는 자금과 무기의 공급망으로부터 끊어낼 수도 없었다.
두 전(前) 소련군(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지상전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는데, 이는 주로 드론이 러시아의 수적 우위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2026년 이 전쟁은 어떻게 전개될까? 장거리 드론은 양측 모두에게 전선을 훨씬 넘어 전장(戰場)을 확장할 수 있게 했다. 우크라이나는 자체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 그리고 미국의 정보력을 활용해 러시아 정유 시설의 약 40%를 무력화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과 가스 생산 시설을 파괴했다.
우크라이나는 곧 유렵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 유럽은 자신의 공공지출 문제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에서 벌이는 회색지대 활동은 바로 그 압박(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저하게 만들고, 재정적 부담을 더 크게 느끼도록 하는 압박-옮긴이 주)을 증대시키기 위해 의도된 것이다.
그러나 푸틴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2022년 이후 푸틴은 주로 용병에 의존해 왔는데,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충분하지도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취약점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총동원령을 내리고 경제를 전시체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는 정치적 위험을 수반한다.
석유 수입 감소는 이미 그의 군사비 지출을 제약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은 푸틴의 “특별 군사 작전”(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한 공식 명칭)에 지쳐 있다.
2025년 9월,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전쟁이 “목적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야 했으며, 이 전쟁을 국가 존망과 직결된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특별 군사 작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안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전쟁이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우리의 자녀와 손자 손녀, 그리고 러시아의 미래를 위해 승리해야 한다.”
푸틴은 전쟁의 적극적인 국면을 동결시키고, 간헐적인 소규모 충돌만 발생하는 영구적인 투쟁으로 전환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서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관리하고 궁극적으로 해결하여, 평화와 안정을 회복해야 할 위기로 본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푸틴 대통령이 막으려는 것이다. NATO 유럽연합국 최고사령부의 전략·국제 문제 고문인 스티브 코빙턴은 푸틴의 행동을 혁명에 비유한다.
푸틴이 하는 행동의 목적은, 그가 이미 반쯤 썩었다고 믿는 체제(서방 민주주의와 미국 주도의 안보 질서)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데 있다. 그리고 볼셰비키 혁명의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설명했듯, 혁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바로 동력(추진력)을 잃는 것이다.(곧, 긴장을 유지하며 체제를 흔들어야 하는데, 기세가 꺾이면 혁명은 실패로 이어진다는 의미. 그래서 푸틴은 전쟁의 적극적인 국면을 동결시키고, 때때로 소규모 충돌을 일으키며 영구적인 투쟁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전면전 대신 장기적인 소모전을 이어가며 서방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려는 전략이다.-옮긴이 주).
- 아르카디 오스트로브스키(Arkady Ostrovsky), 『The Economist』 러시아 담당 편집자-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