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뉴스 캡처]

뱀이나 거미를 왜 두려워할까? 대도시에서 뱀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미도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만큼 독충이 아니다. 그러함에도 도시민도 뱀과 거미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도시민이 정말 두려움을 가져야 할 대상은 자동차나 전기 콘센트이다. 그러나 자동차와 전기콘센트를 두려워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왜 그럴까?

두려움의 진화적 기능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두려움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진화의 유산으로, 생물에게 위험을 피하도록 안내하며, 명백히 생존을 위한 가치를 지닌다. 두려움은 현재의 위험이나 임박한 위험을 지각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며, 적절한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두려움이 없다면 자연 조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두려움은 적대적 자연환경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적응(진화)의 산물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현재 환경에 존재하는 위험보다는 조상의 환경에 존재하던 위험에 대한 두려움에 적응해 있다.

수렵채집시대의 초원이나 숲에서 뱀이나 독거미는 위험이었으므로 그에 대한 두려움은 자연 선택되었다. 곧, 뱀과 거미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 우리 DNA에 장착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위험들-자동차나 전기 콘센트-은 진화의 역사에서 자연 선택이 두려움을 빚어낼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따라서 실제로는 위험한데도 우리는 자동차나 전기콘센트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습격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적 발언이 중요한 촉매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선거가 부정행위로 인해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으로 행진할 것을 선동했다. 트럼프는 트위터 동영상에서 시위대를 ‘위대한 애국자’라고 부르고 부정선거 주장을 반복하며 ‘평화롭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의사당 유리창이 깨지고 기물이 파손됨은 물론 의회경찰관 등 5명이 이 사건으로 숨졌고 수십 명이 다쳤다.

이 사건 후 세계의 언론들과 지식인들은 몇 가지 교훈을 적시했다.

첫째, 민주주의의 취약성 : 이 사건은 민주주의 제도가 어떻게 위협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치적 갈등이 극심해질 경우, 민주적 절차와 기관이 공격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정보의 중요성 : 잘못된 정보와 음모론이 대중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정보의 출처와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미디어 해석 능력)가 필요하다.

셋째, 사회적 분열 : 이 사건은 미국 사회 내의 심각한 분열을 드러냈다. 정치적,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과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넷째, 법과 질서의 유지 : 공공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 집행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건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다섯째, 시민 참여의 중요성 : 민주주의는 시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시민들이 정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분석이다. 그러나 공허하지 않은가. 과격분자나 사회적 일탈자에게 논리적 교훈은 별무소용이다. 시쳇말로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인 법이다.

인간이 뱀이나 독거미에 물려 생명을 잃은 경험이 없었다면, 뱀과 독거미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 파충류에 물려 목숨을 잃은 경험으로 인해, 뱀과 독거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면서 안전을 도모했다.

자연조건에 대한 이러한 적응으로, 현대인도 탁 트인 들판을 바라볼 때, 꽃이나 버섯처럼 두려움을 유발하지 않는 것보다 ‘풀 속의 뱀’을 쉽게 탐지하도록 우리의 정보 처리 기제는 발전했다.

새로운 사건을 좇는 언론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미국 의사당 습격 사건의 폭도들에 대한 처벌에 관한 정보는 널리 보도되지 않은 것 같다. 미국 의사당 습격 폭도들에 대한 처벌 결과를 대한민국 서울서부지방법원 습격 사건의 폭도들은 알고나 있었을까?

미 의사당 습격 사건에 가담한 약 1,580명이 기소되었다. 이들은 폭력, 재산 파손, 불법 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중 일부는 중범죄로 기소되었다. 약 460명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특히 데이비드 템프시는 징역 20년, 엔리케 타리오는 징역 22년을 선고 받았다. 엔리케 타리오는 습격 사태를 기획한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의 전 대표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1·6 폭동 관련 자신의 지지자 1500여 명을 사면하고 14명을 감형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 서부지법 습격 사건의 폭도들을 사면할까?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다를 뿐 아니라, 윤석열과 트럼프는 경우가 아주 다르다. 윤석열이 트럼프를 모방한다고들 이야기하는 평론가들도 보았는데,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다음 글에서 살펴본다. <계속>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