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포해상풍력발전(주) 홈페이지 캡처]

(2) 고리2호기 재가동과 재생가능에너지 전망과 과제

김해창 /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더30km포럼 공동대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고리2호기 계속운전 결정으로 같은 부지, 비슷한 설계·운전이력의 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승인 가능성도 더 커진 상황이다. 고리원전 재가동은 부산의 신재생 발전 비중(1.6%)은 그대로인데 전체 발전량이 늘어나기에 신재생 비중은 오히려 더 낮아지게 된다. 또한 ‘부산에서 생산한 전력량’은 늘지만, 그 대부분이 대규모 중앙집중형 원전이어서 ‘분산형 에너지·시민참여형 자립도’와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고리2호기 재가동은 부산의 1차 에너지 생산량(발전량)을 늘리기는 하지만 지역에너지 자립도는 오히려 반대로 간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기준으로 부산 전체 발전량(약 37,096GWh) 가운데 원전 발전량(약 30,671GWh)이 82.7%를 차지하는데 이는 2022년 80.8%보다 더 증가한 것이다. 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 발전량(586GWh)은 부산 전체 발전량 대비 약 1.6%이며, 부산 전체 전력 판매량 기준 신재생 비중(자립률)은 약 2.62%로 전국 17개 시·도 중 대전, 울산, 서울에 이어 4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이것은 고리2호기가 정지한 상태에서 나온 통계이기에 고리2호기 재가동이 되면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명연장으로 고리2호기(650MW급)가 연간 약 85%의 가동률로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650MW × 0.85 × 8,760시간=4,800GWh/년 수준의 추가 원전 발전량(추정치)으로 2024년 부산 총 발전량 37,096GWh 기준으로 총 발전량이 약 13% 정도 늘어나는 효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발전량은 전국 계통에서 석탄·LNG 발전을 일부 대체하는 효과를 낼 수 있고 부산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은 늘어나게 되겠지만 전체 지역에너지에서 지역 신에너지 생산계획에는 오히려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향후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목표는 2025년 7월 확정한 부산시의 ‘제7차 지역에너지계획’에 나와 있는데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력자립률을 13.5%로 잡고 2023년 신재생 전력 공급량 738GWh를 2030년엔 3,620GWh로 약 390%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고, 분산형 전원(신재생+연료전지+ESS 등)은 2023년 1,054GWh에서 2030년 3,936GWh로 약 274% 확대, 최종에너지 수요는 2030년 기준수요 735만toe(석유환산톤)중 15.3% 감축(112만toe 감축)이 목표이며, 온실가스는 2030년까지 2022년 대비 13.2% 감축(2,492만tCO₂eq<이산화탄소환산톤>에서 2,164만 tCO₂eq으로)이 목표이다.

7차 계획의 핵심 지표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자립률(13.5%)’과 ‘분산형 전원 비중’인데 원전은 이 자립률의 분자(신재생)에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고리2호기 재가동은 부산의 전체 발전량(분모)을 늘리는 효과는 있지만, 신재생 발전량(GWh) 자체를 늘리지는 않기 때문에, 목표 비율(%) 관점에서 보면 달성난이도를 오히려 높이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원전으로 커버하면 되고 재생에너지는 조금만 늘려도 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 태양광·해상풍력·연료전지·ESS(에너지저장장치) 등에 대한 투자·입지 확보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량은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를 합쳐 3,565GWh(약 3.6TWh)로 2023년 실적(약 0.68TWh) 대비 2030년까지 약 5배 확대가 목표로 매우 높은 목표치라 할 수 있다. 매년 평균 25~30% 수준의 성장률을 7년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전국 평균 대비 목표치가 높은 공격적인 목표임은 틀림없으나 이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입지·허가·투자·수용성 모두 부담이 크다. 또한 해상풍력과 연료전지 비중이 높아 리스크 분산 및 비용 부담이 동시 존재한다. 도전적 목표이나 향후 정책·시장 상황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의 2022년 지역별 재생에너지 통계를 보면 재생에너지 발전량(GWh)이 서울 723GWh, 부산 694GWh, 인천 1,912GWh 등이고,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MW)은 서울 354MW, 부산 361MW, 인천 758MW 등이다. 즉 수도권과 비슷한 수준의 재생에너지 용량·발전량을 갖고 있으나, 전북·전남·충남 등 재생에너지 강세 지역과 비교하면 1/10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은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이 80%를 넘고, 신재생 발전 비중이 1.6% 수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부산은 해상풍력 발전을 시도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주민들의 반대로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은 해상풍력 잠재력이 매우 높은 도시인 것은 맞다. 서남해안 및 동남권 연안의 풍황 조건이 양호하고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조선·해양플랜트 클러스터 등 항만·조선·기자재 산업 기반과 부산대·부경대·연구기관 등 인력 기반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핵심 장애요인은 주민 수용성인데 이는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결정 구조의 불평등·보상체계의 불투명·정보 격차·환경·경관·수산권 충돌 등 복합요소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갈등 요소는 주로 주거 인근·관광지 경관 및 소음 걱정, 수산권 침해 우려, 어장변화·조업제한 예상, 사전 정보 부족, 지역 민의 배제 등이라 할 것이다.

제주해상풍력의 경우 어민·주민·환경단체 모두 초기 반대가 많았지만 ‘사전 합의 모델’을 구축한 게 대안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풍력 이익 공유제 도입(주민 지분 참여), 주민 대상 설명회·환경영향 공개, 지역개발 연계(도로·마을 환경개선·에너지 복지), 어민 보상 방식 다양화(현금+어장 대체지원) 등이 성공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주민 대상으로 ‘설득’이 아니라 ‘공동 의사결정+지역 이익 배분+투명한 모니터링’이다.

국외 사례로 덴마크 코펜하겐의 미델그룬덴(Middelgrunden) 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주민 협동조합(Cooperative)+시정부 공동운영’으로 종래 공기업·민간 독점화를 ‘시민 지분화’하는데 성공했다. 의사결정 하기 전 3년간 주민 토론회·워크숍을 진행했고, 편익을 공유했다. 주민이 발전수익의 지분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보상 수용성’을 넘어 ‘투자 주체’로 전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우리의 풍력’이라고 할 정도로 지역 자긍심을 형성했고, 도시와 관련해 해양·풍력을 브랜드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부산의 경우도 주민수용성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 에너지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에너지 협동조합 구성 및 주민·어업인·지자체 지분 투자 구조를 바탕으로 한 덴마크 모델의 도입, 투명한 환경정보 공개, 해양생태·수산자원 모니터링 공개, 어업권 현금 보상 수준을 넘어 해양관광과 연계하고, 조선·해양플랜트와 같은 지역 산업과 결합하고, 설치지역 주민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공동시설 전력 무상 등의 도입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산은 지형·도시구조 특성상 태양광과 연료전지, 해상풍력 중심의 분산형 전원 체계를 추진 중이다. 이 중 연료전지의 경우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도심 분산형 전원이 가능하고, 설치면적이 적고 송전손실 낮으며, 날씨 영향이 없어 기저부하 역할을 할 수 있고 탄소배출이 적거나 없고, 열병합시스템이 가능해 산업·난방과의 연계가 용이하다.

반면 한계는 경제성이 낮은 편이다. 그것은 수소·LNG 가격 변동폭이 크기 때문이다. 원료 친환경성이 불확실하다.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그레이 수소’을 사용할 경우 지속가능성 논란이 있고, 도심 안전·입지 문제도 있고, 기술 수명·교체비용 부담 등으로 유지관리 비용이 크다. 연료전지를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린수소 기반 전환 로드맵’이 수반되어야 한다. 연료전지는 ‘과도기용 저탄소 에너지’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부산의 경우 항만·조선·물류 산업기반이 강점이므로, 향후 해상풍력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그린수소 생산, 연료전지 공급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너지전환을 위해 RE100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이나 산단이 부산에 얼마나 있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리원전의 재가동이 부산의 RE100 기업이나 산단의 재생에너지 전환이나 새로운 RE100 산단 및 기업의 유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다. 지금 부산에서 실제 RE100에 인정되는 ‘국산 재생에너지 전기’는 생각보다 훨씬 적고, 고리2호기 재가동은 RE100 달성에는 도움이 되기보다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광역시 알이백(RE100) 참여 기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 심사자료(부산시의회, 2024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RE100 참여기관(기업)이 29개’라고 나와 있다. 산업단지 차원에서는 녹산국가산단이 SK C&C가 ‘RE100 플랫폼’ 구축, 지붕형 태양광·데이터 기반 에너지관리 등으로 ‘RE100 대응 산단’ 시범사업을 하고 있고, 명례산단(남부발전 RE100 그린산단)의 경우 부산시·남부발전 협력으로 공장 지붕 태양광+연료전지 설치, RE100 참여 중소기업 지원 모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은 시범사업 수준으로 울산·충남급의 대규모 RE100 산업벨트 단계가 아니라, 초기 단계라고 하겠다.

부산시의 2023년 실적 중 RE100에 바로 쓸 수 있는 양은 태양광 366GWh+풍력 0.1 GWh=366.1 GWh 정도로 부산 전체 전력 사용량 21,556GWh의 약 1.7% 수준이다. 부산 RE100 기업·산단이 실제로 쓰는 전력량이 얼마인지에 대해서 부산만의 공개 통계는 확인되지 않는데 전국 자료를 보면 RE100 참여 한국 기업 164개의 연간 전력 소비량이 약 60TWh이며 이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약 9% 수준이라고 한다(www.conf2025s.sarek.or.kr). 현재 RE100 기업들은 전체 사용전력의 극히 일부만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기에 이 비중을 100%까지 끌어올리려면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재생에너지가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부산 RE100 참여기관(기업) 29개가 전국 평균에 비해 규모가 작다고 가정해도 연간 수요가 수십~수백GWh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의 태양광·풍력 366GWh는 물량만 보면 현재 RE100 수요를 상회할 수도 있는 규모이지만 이 전기가 실제로 RE100 기업과 녹색프리미엄,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등으로 직접 연결되었느냐가 관건이다. 현실에서는 대부분 그냥 계통에 섞여 흘러가는 전기이기 때문에 RE100 기업 입장에선 부산에 재생에너지발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쓰는 전기인지 여부는 증명하기 어려운 문제가 남는다.

따라서 부산의 재생발전량이 부산 RE100 기업 수요에 충분한 지 여부는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지만 RE100 제도상 원래의 ‘계약·추가성·추적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가 돼야 충분한 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 2023년 부산 전체 사용전력이 21,556GWh이고 RE100 인정 재생전기(태양광+풍력)가 366GWh(1.7%)인데 부산을 ‘RE100 친화도시’로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최소한 지역 산업·데이터센터·산단의 RE100 잠재 수요 중 절반 이상을 지역 재생발전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즉 지금의 태양광·풍력 366GWh를 적어도 5~10배(2~3TWh 이상)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본격적인 RE100 산업단지 유치 경쟁에서 승부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것은 부산시의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지금과 같이 원전에만 의존하는 사고방식으로는 과감한 RE100 정책이 나오기도 어려울 것이다.

부산은 집적된 원전도시에서 탈원전에너지전환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설계수명연한이 끝난 원전은 영구정지하고 장기적으로 기장군을 ‘에너지(교육)특구’로 만들어 원전뿐만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국민 교육의 장으로 만들고 이를 교육 관광과 연계시키는 지역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재생가능에너지 발전과 관련해 태양광발전은 건물·부산항·산단·공공시설 완전 지붕형 모델을 시민참여형으로 적극 보급하고, 풍력발전의 경우 해상풍력+주민 지분 참여형 조합 모델을 적극 도입하고, 연료전지는 그린수소 전환 로드맵과 연계시켜야 하며, RE100 산업은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자체발전 결합형 산업단지 설계 등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수용성의 경우도 사후설명이 아니라 사전동의+이익공유 로 바꿔가야 한다.

부산은 면적은 좁지만 바다는 넓다. 부산의 재생에너지 해법은 바다에 있다. 부산의 2030 신재생에너지 목표는 높은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반드시 시작해야 하는 최소 목표치이며,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가야 하며, 발전 목표의 달성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합의와 거버넌스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김해창 교수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