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 에어하트함[출처 =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한·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미국 국방부의 지역기반 지속지원(RSF) 정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HJ중공업이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유지·보수·정비) 첫 계약을 따내며 ‘인도·태평양 동맹국 기반 함정 정비 허브’로 도약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국내 중형 조선사로서는 처음으로 미 해군 함정 MRO 공급망에 편입된 사례로, K-방산·K-조선의 전략적 위상 제고가 기대된다.

HJ중공업은 15일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NAVSUP)와 해상수송사령부(MSC) 소속 4만 톤급 건화물·탄약운반선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USNS Amelia Earhart)’의 중간 정비(Mid-Term Availability)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선체·주요 시스템 점검 및 수리, 부품 교체, 도장 등 함정 운용 준비태세 유지를 위한 필수 MRO 작업 전반을 포함한다.

이번 계약은 한·미 간 마스가 프로젝트와 미국 국방부의 지역기반 지속지원(RSF) 정책이 본격화되는 흐름 속에서 나온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에 함정 정비·군수지원 기능을 분산하려는 구상 속에서, 부산 영도조선소가 미 해군 군수지원함 정비 거점으로 첫 선택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함은 항공모함과 전투함 등 미 해군 주력 함정에 최대 6천 톤의 탄약·식량·화물과 2천4백 톤의 연료를 보급하는 핵심 군수지원함이다. 2008년 취역 이후 글로벌 해역에서 보급 임무를 수행해 왔으며, 길이 210m, 너비 32m, 최대 20노트(약 37km/h)로 운항한다. 함명은 인권운동가이자 최초의 대서양 횡단 여성 비행사인 아멜리아 에어하트를 기려 붙여졌다.

HJ중공업은 1974년 국내 최초 해양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후 1,200여 척이 넘는 함정과 군수지원체계 사업을 수행해 온 국내 대표 함정 방산기업이다. 회사는 지난 2024년부터 해외 MRO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으며, 올해 들어 미 해군 MRO를 전략 분야로 못 박고 설비·보안·기술 인증 절차를 강화해 왔다. 그 과정에서 주한 미 해군사령관,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 현장 실사단, 미 상무부 부차관보 등이 잇따라 부산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시설과 장비, 보안 수준, 기술력 등을 직접 점검한 바 있다.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는 “이번 계약은 회사의 정비 역량·기술력·계약 이행 능력 등 MRO 핵심 경쟁력이 미 해군과 미국 정부로부터 공인을 받은 것”이라며 “50여 년간 축적한 함정 전문 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납기와 품질을 철저히 지켜 신뢰를 쌓고, 추가 사업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HJ중공업은 내년 1월부터 부산 영도조선소 안벽에서 본격적인 정비 작업에 들어간다. 선체와 주요 시스템 점검·수리, 부품 교체 및 도장 작업을 순차적으로 수행한 뒤 내년 3월 말 USNS 아멜리아 에어하트함을 미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미 해군 MRO 시장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향후 군수지원함은 물론 전투함 정비까지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HJ중공업의 이번 수주를 마스가 프로젝트와 RSF 정책이 열어놓은 인도·태평양 방산·군수 협력 구도 속에서 K-방산과 K-조선이 동시에 존재감을 키우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HJ중공업은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미 해군은 물론 역내 우방국 해군 함정 MRO 시장까지 중장기적으로 공략해, 부산을 동북아 대표 해군 MRO 허브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