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매도자는 위의 토지현황도와 같이 2014. 12. 까지 도로개설및 지적공부정리후 그 성과물(지적도등본, 현장경계표지)을 제시하여야 한다.
0. 미정리된 부분의 매수자에게 추가부담되는 추정 제세공과금을 보전하여야 한다.
0. 향후 도로개설후 지적면적이 상이할 경우 지가를 정산하여야 한다.
24. 또 다시 지주의 횡포(6)
한참 들여다보는 장영희씨가
“아이구야!”
“꼭 이래까지 해야 됩니까? 옛날에 우리 보건소장보다 더 깐깐하시네.”
하고 입을 딱 벌리는데
“처음부터 일을 야물게 하면 더 좋지요. 쭈욱 한번 확인하고 천천히 계약서 쓰지요.”
땅땅한 여자는 이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역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것 같았다. 컴퓨터로 다다다다 계약서를 쳐 나가던 법무사사무원이
“허허, 그 참! 저도 법무사사무실에 근무한 지가 근 20년인데 이렇게 까지 치밀하게 준비하신 분은 처음 보았습니다.”
하더니 일단 서류를 한번 훑어보고
“당연한 이야기를 잔뜩 적어놓았군요. 아까 금액 흥정은 이미 끝난 것 같고 토지권리에 관한 것은 지금 이해관계인을 몽땅 한 자리에 불렀으니 제가 의사를 확인해 날인만 받으면 모든 절차가 끝납니다. 여기 적힌 소소한 문제들에 대해 굳이 일반인이 어려운 법절차를 따질 필요 없이 쉽게 매매가 되고 권리설정이 변경되어 등기가 되기 위해 우리 법무사가 있는 겁니다.”
하니 저 건서서 바라보던 법무사도 껄껄 웃었다. 마침내 계약서를 출력해 서로 날인을 하고
“수고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열찬씨와 장영희씨, 그리고 법무사직원이 악수를 나누는데
“저기, 사장님!”
땅땅한 여자가 열찬씨를 올려보며
“너무 헐값에 땅을 넘긴 것 같아 아까운 생각을 버릴 수 없으니 아마도 선생님은 횡재를 하신 셈일 겁니다. 그래서 대신 말입니다. 거기 이미 토지를 구입한 다섯 필지 1,200평의 지주들도 이미 도로개설을 비롯한 택지조성비용을 평당 1만원씩 부담했는데 사장님도 312평에 대한 312만원을 내셔야겠습니다.”
“예에?”
“행정업무를 오래보셨다니까 그 정도는 잘 아실 것 아닙니까?”
“허, 그것 참!”
“사장님, 우짤까요? 이미 다 작성된 계약서를 파기하고 다시 협상을 할까요?”
땅딸보여자가 입 꼬리에 미소를 띠고 바라보는 것이 부동산업에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전문가 같았다.
“역시 프로시네. 그럼 끝 다리 12만 원 떼고 300만 원은 주되 계약서와는 별도로 드리지요.”
“예. 역시 프로시네요.”
하고 비로소 차를 마시며
“듣기로 장 여사가 거래하는 설계사무소에 관계서류가 다 구비되어 그 쪽을 통해야 건축허가가 쉽다는데 현장의 공사 진도와 관계없이 건축허가가 언제쯤 나고 형질변경 토목공사는 언제부터 가능한지 알아봐주시지요.”
하자 장 여사가 전화를 걸어
“이쪽에서 원하는 건 구정 전에 건축허가가 나고 4월초부터 내년 농사를 짓는 거라는데 차질 없지요?”
하더니
“아무 걱정 없답니다.”
하고 시원스레 대답했다.
“계약금 1,500만 원을 치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미리 등기비용과 취, 등록세 등 700만 원을 지급하고 도로포장비 300만 원도 지불했다.
“힘든 계약성사했는데 식사나 하시죠?”
“아이구, 그 땅 사서 골병든 것만 해도 죽을 지경인데 오늘 복판똥가리 파는 날에도 독한 임자를 만나 아주 식겁을 했네요.”
히쭉 웃는 장 여사를 제지하며
“박장로님한테서 자기 외삼촌이 깐깐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맺고 끊고 정확한 건 좋았어요. 사장님은 이제 집만 지으면 땅값이 엄청 오를 겁니다.”
“허가는 쉽게 날지 모르겠네.”
“사장님이 전문가 아닌가요? 구청근무 40년이라면.”
“하긴.”
하고 식사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여보, 우리가 정말 땅을 사서 지주가 된 게 맞기는 맞나?”
“그렇지. 당신 주민등록증 제시하고 당신 도장 찍었잖아?”
“그럼 인자 남 눈치 안 보고 농사도 짓고 가족들 불러서 고기도 굽고...”
“그럼. 울타리도 마음대로 치고 나무도 마음대로 심고.”
“당신 고맙심데이. 땅을 다 사주고.”
“무슨 소리? 당신이 그간 고생했지.”
하고 한참이나 달리다
“보소. 아무래도 이상 안 하나? 그 지주라는 장 여사하고 언니라는 김 여사하고.”
“김 여사가 사실상 지주고 안 여사는 바자사장으로 등기명의만 빌려주었거나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김 여사에게 일부투자를 해서 코가 꿰인 여자 같아.”
“그런가.”
하다 시내를 벗어날 때쯤
“차 돌리지. 명촌 가서 땅 한 번 더 확인하자.”
해서 명촌으로 차를 몰아 도자기집 앞을 지나는데 뚱뚱한 여자하나가 유심히 쳐다봐서 잠깐 차를 세우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해도
“...”
아무 대답은 않는데 눈가에 웬 적개심이 가득했다.
“우리가 저 뒤에 땅을 사서 집을 지을 건데 앞으로 잘 지냅시다.”
열찬씨가 차에서 내려 미소를 띠고 다가서는데
“그냥 가시죠.”
집안에서 한 50대로 보이는 호리호리한 사내가 멋쩍은 표정으로 말하며 아내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폈다. 그 때
“동생 오나? 올라가자.”
손에 호미를 든 금찬씨가 나타나서 셋이 아직도 대밭이 그대로 남은 터를 둘러보는데
“보소. 일식이아부지, 우리 열찬이가 도산할배 집터를 사서 집을 짓고 글을 쓰러 온답니더. 당신이 살았으면 펄펄 뛰고 좋아할 낀데...”
감개무량한 듯 눈물이 그렁한데
“형님, 저 밑에 집 여자가 와 저렇소? 이웃이 좋아야 된다는데 걱정이네.”
“그래 말이다. 동네사람은 물론 제 서방까지도 도무지 감당을 못하는 사람이란다.”
“저런 도자기도 예술이라고 나는 이웃이 좋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남자는 참 착하고 순한데 아무 결정이 없으니 뭐.”
깨끗하게 포장된 6미터 도로에 앉아
“이 산골에 무슨 도로가 이래 너리노?”
“건축법이 바뀌어 사도설정은 무조건 6미터인 모양이지.”
“그건 그렇고 어디서 어데까지가 우리 땅이고 어디가 밭이고 어디가 집턴지 도무지 모르겠네.”
“그거사 대나무 비어 내고 측량해서 측량말뚝 박아야 알지.”
하고 돌아 나오며
“형님, 우리가 살러 들어오면 잘 좀 도와주이소.”
“뭐 동생이 다 잘 알아서 할 낀데.”
하고 헤어져 고속도로에 오르면서
“참, 당신 조카한테 소개비를 좀 줘야지요?”
“소개비라? 아재비조카 간에...”
“그러니까 더 줘야지요. 돈 있는 외삼촌이 땅을 사면서 생질 소개비도 안 준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큰일이지.”
“그래?”
한참이나 생각하던 열찬씨가
“법정수수료가 일억 이하는 0.9%인데 한 150만 원 정도 되겠네. 공식 소개소도 아니고 그냥 말 한마디 거든 것이니 그걸 다 줄 것도 아니고...”
“그만 섭섭잖게 한 50만 원 주소. 외삼촌 이사 오는 기념으로 누님이랑 식구들 밥이라도 한 끼 하게.”
“그러지 뭐.”
“집에 가면 바로 부치소. 나는 그런 거 슬슬 미루는 것 보면 속에서 두드러기가 난다.”
“알았다니까.”
저녁에 장촌의 덕찬씨로 부터 전화가 와서 계약을 했는지 확인을 하고
“동생이 고향에 땅을 사서 온다카이 내가 땅을 산 것보다 기분이 더 좋다. 올캐 니가 없는 살림에 욕봤다.”
하고 돈 5천만 원은 따로 준비가 되어 있으니 언제라도 연락만 하라고 했다. 시누이의 전화를 끊고 뭔가 곰곰이 생각하던 영순씨가
“여보, 우리가 꼭 시누이 돈을 빌려야할 필요가 있을까?”
“돈이 어데 시누이 돈, 처갓집 돈 표시가 있나? 돈이 들어갈 구멍이 있으니 빌리는 거지.”
“그렇지만 아는 사람, 특히 형제간에는 돈거래를 하지 말라 잖아? 잘못하면 인정 빈다고.”
“그렇기는 하지만 달리 방법이 있나?”
“그렇지만 아무래도 좀 이상해.”
“나는 몰라. 당신이 다른데 빌릴 능력이 있으면 몰라도.”
하고 공연히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잠이 들었는데 이튿날 새벽
“보소! 당신 일났능교?”
“와?”
“내 밤새 연구하다 생각이 났다.”
“뭐가?”
“고모부 돈을 안 빌리고 은행에 빌리는 거로.”
“뭐라고? 가까운 농협에 아파트를 담보로 빌리면 금방 될 끼다. 우리가 오랜 거래처에다 다른데 빚도 일체 없고 하니까.”
“그래?”
“그럼. 형제간에 눈치 볼 일도 없고 의상할 일도 없고.”
“이자가 많이 비쌀 건데?”
“조금 비싸도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그냥 빈손으로 못 가 생선이라도 좀 사서 가야되는 장촌에 돈까지 빌리면 대하기도 더 힘들고 다문 밥이라도 자주 사야 되고.”
“아, 그거사 돈 하고 관계없이 평생을 그래 해오던 일이고 갑자기 말을 바꾸면 자영이 섭섭하지 않을까?”
“할 수 없지요. 핑계꺼리를 찾아야지요.”
하고 곰곰이 생각하다
“정석이가 미국파견나간다고 하자. 그래서 전세 뺀 돈 은행에 꽂으면 이자도 낮고 해서 그냥 아버지 쓰라한다고 말이야.”
영순씨의 말에
“그래도 자영이 섭섭할 낀데.”
“아니요. 내가 그 성격을 아는데 처남이고 나발이고 자기돈 안 가져가면 그만 마음이 턱 놓이고 기분만 좋을 끼요.”
“그런 가?”
아침 먹고 바로 농협에 갔는데 이야기를 듣고 잠깐 기다려보라던 대출담당직원이 단 10분 만에
“물건도 깨끗하고 신용등급도 높고 예, 한 1억까지는 3일안에 대출이 됩니다.”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상환조건은 요?”
“이자는 년 3.5%이고 상환조건은 10년 또는 20년 균등 상환이며 3년 후에는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을 수 있습니다.”
하며 구비서류를 적어주자
“생각보다 이자가 싸네. 한 10년으로 해서 월 50만 원 정도씩 갚자. 빌리는 김에 5천이 아닌 6천으로 합시다. 추가경비가 자꾸 더 날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말이야. 정확히 돈을 맞추려면 1억은 빌려야 해. 그런데...”
“아니, 그만큼 많이 빌려서 언제 다 갚아?”
“그래서 내가 지난 추석 때 정석이랑 땅을 둘러보며 애비한테 미리 땅값을 투자할 의향이 없냐고 물어봤지.”
“그래서?”
“어차피 나중에 자식들에게 넘어올 것이니까 한 5천만 원 정도 바로 꽂아준다고 하더군.”
“그래서 벌써부터 자식신세를 진단 말인가?”
“아니. 요즘 은행이자도 낮은데 저도 부동산투자인 셈이지.”
“그래도 나중에 슬비네랑 갈등이 있지 않을까?”
“내 생각에 오히려 잘 된 것 같아. 나중에 부산아파트와 언양농장 두 개의 부동산중 4천을 투자한 정석이가 시가가 더 나가는 것을 가지면 되지 나머지는 슬비가 가지고.”
“그게 과연 말대로 될까?”
“내 며칠 전에 정석이와 통화를 하면서 슬쩍 비추니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그래서 5천만 원에서 당장 부족한 4천만 원만 잡아놨지.”
“영감, 보기보다 치밀하네. 나는 그간 아무래도 돈이 한 3,4천은 부족할 것 같아 당신이 나 몰래 숨겨둔 돈 몇 천이 있는 줄 알았어.”
“내가 무슨 돈이 있겠어? 아무튼 당신 말대로 6천을 융자받기로 하지.”
※ 이 글은 고 平里 이득수 선생의 유작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