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부장관
문 정 희
당신 알아?
고독부장관,
Minister of loneliness
요즘 솔깃해지는 것 하나가 그거야
의무도 책임도 귀찮아하는 게으름뱅이
새 언어로 숨 쉬는 것 외엔
다른 것은 꿈꿔 본 일도 없는 시인이지만
우리도 고독부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고독부장관은
가장 외로운 시인이 맡았으면 좋겠어
영국인가 일본에는 이미 있다는데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는 허기와 비웃음 넘칠 뿐
아직 고독부는 없어
시인은 거미줄 엮어 집을 만드는 데는 서툴지만
나치 수용소의 자살률과 비슷한 노인 자살률
인구 절벽, 저주와 욕설
외로움이란 질병에 빈곤과 차별까지 창궐해 가는 땅
무용한 시를 쓰며 버틴 힘으로
시인이 나서서 고독부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이미 곁에 와 있는 미래
IT나 인공 로봇에게 노래를 맡길 수 없는데다
혼자 혼자 혼자가 물질 보다 넘치고 있어
공소한 위로, 실체 없는 기교와 작위
범람하는 서정적 수다...아니고 아니야
언어의 타락과 부패로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어
그런데 오늘 또 개기월식인가
저 달은 눈알 속에 눈물 가득 머금고
검은 비구름 속을 떠가고 있어
- 현대시, 2025. 5
시 해설
시의 시작을 강열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신 알아?
고독부장관’이라고 시인이 요즘 관심사 중 하나가 정부 부처의 고독부장관이라는 것이다. 게으름뱅이로 새 언어 구사가 살아있는 증표로 아는 욕심 없는 시인이지만 우리도 고독부를 만들고 장관은 ‘가장 외로운 시인이 맡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허기와 비웃음 넘치는’ 이 나라에는 아직 없는 부서이지만 외국에는 이미 있는 나라가 있다는데 시인은 남의 재산에 손해 입히는 데는 서투르고 이 세상에서 별 도움 안 되는 시를 쓰며 버텨 왔다고 할지 몰라도 지금의 문제점인 높은 노인 자살률, 인구 절벽, 저주와 욕설, 외로움, 빈곤과 차별 등에 대해서는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고독부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과학의 발전으로 과거와 양상이 다른 현상이 곁에 있다. ‘이미 곁에 와 있는 미래’에는 IT나 로봇이 사람의 영역을 많이 점령했고 혼자 생활에 몰두하는 사람이 가득하다. 이에 무의미한 위로나 수다 등으로 언어의 타락과 부패는 참담하다.
이를 시인은 ‘오늘 또 개기월식인가’라고 현상을 요약한다. 개기월식은 지구의 그림자에 달이 완전히 들어가는 현상이며 검붉게 빛나기에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다. (동로마 제국도 오스만 제국에게 멸망). ‘저 달은 눈알 속에 눈물 가득 머금고 검은 비구름 속을 떠가고 있’다는 표현이 뭉클하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