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미술관 분관유치 반대 부산시민사회문화대책위와 노동당 부산시당,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민주노동당 부사시당, 조국혁신당 부산시당, 진보당 부산시당이 공동주최로 지난 10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퐁피두센터 부산분관반대 지역정당과의 토론회. [MBC 뉴스데스크 캡처]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밀실행정으로 추진하고 있는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유치에 대해 시민단체가 지역정당과의 토론회를 갖는 등 반대의 목소리가 조직화되고 있다.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반대 지역정당과의 토론회가 지난 10일 오후 4시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시민 문화계 인사 등 8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퐁피두미술관 분관유치 반대 부산시민사회문화대책위와 노동당 부산시당,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민주노동당 부사시당, 조국혁신당 부산시당, 진보당 부산시당이 공동주최했다.

옥영식 미술평론가가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는 남송우 고신대 석좌교수, 허석 미술인연대 총무, 노현석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이 발표에 나섰고, 전원선 부산시의회 의원, 김병규 진보당 부산시당, 박종성 노동당 부산시당, 이연기 영산대 교수, 윤기오 용호동 주민이 토론에 나섰다.

남송우 교수는 ‘퐁피두분관 유치를 위한 비밀협정서를 파헤친다’라는 주제로 부산시 문화행정의 난맥상과 굴욕적인 협상 문건의 진상을 고발했다. 부산문화재단 대표를 역임한 남 교수는 지난해 8월 대외비로 감춰왔던 부산시의 퐁피두분관 유치 관련 비밀협정서가 국정조사에서 드러나자 문제점을 분석해 지역사회에 알려왔다.

남 교수는 “부산시가 올 연말 최종협정 체결만 남겨두고 추진중인 퐁피두 분관 유치가 진정 부산지역 문화예술의 발전과 지역시민들을 위한다면 이렇게 비밀리 추진할 이유가 있을까”라며 “지역문화위원회 심의도 지역문화인들의 의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지역문화진흥법 자체를 위반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에서 공론화가 필요한데 부산시를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의 발표요지는 이러하다. 부산시와 조르주퐁피두국립예술문화센터와의 양해각서(MOU)의 내용은 서문, 제1조 목적, 제2조 사업설명, 제3조 양해각서의 효력 발생일 및 기간, 제5조 재무조건, 제6조 기밀유지/소통, 제7조 종료, 제8조 양해각서의 구성요소, 제9조 언어와 준거법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2부를 정본으로 간주하며, 파리 또는 부산에서 서명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한화문화재단이 서울에 퐁피두 분관을 유치한 상태인데도 박형준 부산시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부산일보, 2024년 8월 1일) 퐁피두 부산분관의 계약기간이 영구적 시설이 아니라 5년으로 한정돼 있으며 퐁피두 분관 관련 건축은 물론 운영 등 관련 비용을 부산시가 단독으로 부담한다고 협약돼 있다.

협약에 따르면 ①5년간 총 2,000만 유로(약 320억 원), 연간 400만 유로(세금 제외), 기타비용(세금, 운송료, 보험료 등)은 부산시가 부담한다. ②MOU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작성되고, 해석상 차이가 있을 경우 영어버전 우선으로 한글로는 작성하지 않는다. ③프랑스법에 따라 규율한다. ④기획전은 부산 전시후 한국을 제외한 세계 타 문화시설에 제공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연간 퐁피두에 지불하는 공식적인 금액은 120억 원으로 부산시가 로열티를 연간 30억~50억 원이라고 한 것과 차이가 난다.

놀라운 것은 양해각서에 등장하는 모든 조항 및 첨부 문서에 관해 상호 비밀유지 의무에 구속되고 어떠한 정보도 제3자 또는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있다(6조 1항). 이 양해각서는 프랑스법에 따르며 서명 형식도 부산시와 퐁피두측이 좌우 나란히 서명하는 것이 아니라 ‘조르주퐁피두국립예술문화센터 회장 로랑 르 봉’이 위에 ‘부산광역시 시장 박형준’이 아래에 서명하는 것으로 돼 있다. 부산시가 퐁피두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한 형국이다. 부산시가 부산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도 없이 시민의 혈세로 진행되는데도 정작 부산시민들이 모르고 있다. 몰상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산시의 문화행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시민들을 깨우고 살아있는 집단지성의 지혜를 모아야 할 급박한 때이다.

이어서 허석 미술인연대 총무가 ‘이기대공원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 이기대예술공원 조성 반대한다’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허석 총무는 “부산시의 이중적인 공원정책과 예술공원 조성으로 인해 이기대공원이 망가질 우려가 크다”며 “이기대공원의 파괴는 부산시민, 부산지역 미술인을 배제하는 정책으로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유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부산시에 요구했다.

허석 총무의 발표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기대는 1972년 부산 기념물 제22호로 지정되었으며 한때 군사보호구역이었으나 1993년 민간인 출입이 허용됐고 1999년 바닷가 바위에서 공룡발자국이 발견되면서 이기대 도시자연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다. 공원일몰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이기대공원을 지키기 위해 공원 내 사유지 737억원을 세금으로 사들였는데 이곳을 다시 개발하겠다는 것은 세금낭비이자 시민무시 정책이다.

이기대 산책로 [VISIT BUSAN 캡처]

이런 이기대 전체 면적(58만9875평)의 64%인 37만평에 건축물, 조형물, 설치미술 등을 단계별로 조성해 이기대 예술공원을 조성하는데 비용만 약 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퐁피두센터 부산분관이 포함된 ‘국제아트센터’ 영역의 아트파빌리온을 2025년부터 착공해 2026년 준공하고 ‘바닷가 숲속 갤러리’ 영역에 국내외 거장의 전시관을 6~7개 유치하고 ‘오륙도아트센터’ 영역에는 옛돌 스트리트가 들어가고 목조전망대도 2028년까지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맞춰 도로, 748대의 주차시설, 9개의 화장실 등이 들어서고 용역보고서 추정대로 78만7000명이 방문한다면 이기대공원의 자연훼손은 불 보듯 뻔한데 이기대 생태환경에 대한 조사와 분석이나 환경전문가의 의견·문제제기나 지속가능한 보존 및 활용방안을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 2월 부산시가 이기대 예술공원 자문위원회를 열었으나 시민사회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논의과정과 의견 수렴은 없었다. 난개발 또는 측근을 위한 정책을 예술로 포장해 그럴듯하게 부산시민을 현혹하는 정책은 당장 멈춰야 한다. 문화는 시민 속에서 지역의 예술가들이 지역성을 살릴 때 세계 속에 우뚝 설수 있다는 것을 부산시장과 부산시는 명심하길 바란다.

이어서 노현석 사무처장이 ‘이기대예술공원·퐁피두센터 분관 유치의 환경적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노 처장은 “이기대는 해안단애, 파식대, 해안동굴 등 독특한 해안지형이 잘 보존된 국가지질공원으로 소중한 자연유산인데 1억 년의 자연이 만든 지질유산을 1년의 인공건축물로 훼손해 단기간의 관광상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부산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라며 “퐁피두센터는 필요하면 유치할 수도 잇지만 그 위치가 이기대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 처장의 발표요지는 이러하다. 2024년 8월 제37차 세계지질과학총회(IGC)를 대한민국 최초로 유치해 세계 지질학자들이 이기대를 방문했다. 이기대는 멸종위기종인 갯봄맞이꽃(Ⅱ급), 매(Ⅰ급), 긴꼬리딱새(Ⅱ급), 솔개(Ⅱ급), 맹꽁이(Ⅱ급)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323-8호 황조롱이, 국가적색목록상 취약종(VU)으로 분류되는 꽃꿩의다리, 단풍잎돼지풀 등 희귀식물이 살고 있다. 이기대는 또한 반딧불이의 주요 서식지이다. 특히 동백나무 군락은 부산의 대표적 경관자원인데 습지와 초지를 주차장이나 광장으로 개발하면 생태적 기능을 상실할 것은 자명하다.

예술공원 계획은 단순한 공원개발을 넘어선 대규모 토목 기반 시설을 포함한다. △토비 절취·성토로 인한 지형 파괴 △배수계획 변경으로 인한 주변 습지 건조화 △콘크리트 포장으로 인한 지하수 순환 차단 △생물서식지 단절 및 야생동물 이동통로 상실 △빛·공해 유발 및 야생동물 서식 포기 등으로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이 심각할 수 밖에 없다.

부산은 이러한 해안 관광개발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사회적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암벽을 깎아 승강장과 시설을 설치해 해안 암석 생태계를 훼손한 송도해상케이블카, 초고층 건물 난개발로 모래사장 폭 감소 및 침식 가속화, 빌딩풍 및 일조권 피해, 재해 취약성을 보여준 해운데 엘시티 주변 일대가 그 예이다. 이 모두 단기수익에 치중하다 장기적 환경·공익을 희생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이기대 개발 추진도 이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호주 시드니 본다이비치의 경우 1990년대 대형 리조트 개발계획을 철회하고 자연해안선을 유치해 연간 수백만명이 방문하는 세계적 관광지로 발전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멘도시노해안은 1970년 대형 호텔콘도계획 무산후 주립공원으로 지정해 해안림과 조류 서식지를 보존함으로써 생태관광을 통해 주민 일자리 창출과 지속가능한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세계 주요 해안도시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포장 면적 축소 △해안습지 복원 △기후변화 적응능력 강화에 나서고 있으나 부산시는 해안생태계를 관광상품화함으로서 장기적으로 기후적응 역량을 저해하고 도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정을 하고 있다. 이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5월 내세운 생명중심의 ‘바이오필릭시티(Biophlic City)’ 정책 개념과도 정면 충돌하는 것이다. 이기대는 현 세대만의 자산이 아니라 다음세대에 물려줘야 할 자산이다.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불가능한 해안지형과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기대에 이런 식의 예술공원은 아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옥영식 미술평론가는 “퐁피두센터는 국제아트센터의 한 영역에 불과하고 퐁피두는 미술관도 아닌 전시관에 불과한데 설명 계약이 안 되더라도 국제아트센터의 이름으로 계속 추진할 경우 수천억원의 사업비로 늘어날 것인데 시민세금을 부산시의회에서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산시는 물론 부산시의회조차 부산시민을 무시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일방적인 주민설명회가 아니라 지역 문화계와 시민들에게 공론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정토론자들이 발언했다. 이들의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전원선 부산시의회 의원=작년 9월 7일 부산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퐁피두센터 부산본관 유치를 재검토할 것을 시에 제안했다. 그런데 국민의 힘 일색인 부산시의회에서 처음엔 반대하다 곧바로 박 시장 정책 지지로 돌변했다. 퐁피두 관련 라운드테이블을 요구해 1차 회의 때는 참석했는데 가보니 논의가 아니라 시 정책의 일방 홍보장으로 만들고 있어 그뒤 참석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박형준 시장은 소통을 싫어하고 주변 말을 듣지 않는다. 시장 부인이 하고 있는 조현화랑 이야기만 꺼내도 상당히 화를 낸다고 한다.

박 시장이 시민들의 반대에도 퐁피두 유치를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민주당 시의원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서울에 1500억 원 들여 한화 측이 5년간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를 했는데 부산 본관이 무슨 큰 의미나 효과가 있겠나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1100억 원 걸립비에 작품전시회 마다 자금이 들어가 종합하면 연간 185억 원의 비용이 5년간 들어가 부산시의 예산부담이 너무 크다. 100점의 퐁피두 작품을 부산에 싣고 오는데 물류비만 8억 원이 드는데 이걸 모두 부산시가 부담하게 돼 있다. 용역보고서에 연간 48만 명 정도 관람을 한다고 해도 관람수입이 50억 원 으로 매년 75억 원 정도 적자가 나게 돼 있다. 5년마다 계약 갱신을 한다면 로열티를 15% 인상해줘야 한다. 올 12월 양해협약서(MOU)를 체결하면 부산시는 법적으로 구속된다. 이것이야말로 을사늑약 MOU가 아닌가.

내년 4월에는 부산시장 선거가 있다. 박 시장이 당선된다는 보장이 있나. 시민들을 설득한 뒤 MOU를 체결한다고 해서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해야 한다. 부산시 재정에 족쇄를 채우는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MOU를 체곌해선 안 된다. 부산시민들과 함께 막아낼 것이다.

김병규 진보당 부산시당 사무처장=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유치 관련 부산시가 올해말에 실제 계약에 나선다면 이는 법의 심판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대규모의 결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윤석열 정부 때의 양평고속도로 삼부토건 등 불법에 대한 특검수사가 들어가고 있지 않는가. 박 시장과 관련 공무원에게 경고한다. 윤석열 정부의 불법에서 교훈을 얻으라고 말이다. 그런데도 부산시가 이런 문제를 자신감 갖고 하는 수법이 있다. 즉 시민사회 또는 다른 정당의 주장은 부산 발전을 가로 막는 문화환경근본주의자들의 선동에 불과하다는 개발지상논리를 시민들에 언론을 통해 심는 것이다.

설사 퐁피두 분관 유치를 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지역주민의 삶이 풍요해지고 수익이 지역에 들어오고, 부산 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 이런 방식의 관광개발을 전가의 보도로 삼는 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관광선진국에선 과다한 관광객 유입을 막고 주민의 일상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시민의 혈세를 외국브랜드에 일방적으로 넘겨주기보다는 청년예술가 지원 등 지역문화생태계를 살리는 방법에 투자하고 이기대 생태문화공간 보존과 마을 만들기에 제대로 투자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 지역예술계, 다른 정당과 힘을 합쳐 싸워나갈 것이다.

박종성 노동당 부산시당 문화예술위원장=우리 노동당은 문화가 소수 엘리트나 행정가의 치적을 위한 도구가 아닌, 모든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보편적 권리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시민을 철저히 배제하고, 지역문화생태계를 파괴하며, 막대한 재정 부담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퐁피두 분관 유치가 반민주적 반문화적 반시민적 사업임을 분명히 밝힌다. 절차적 정당성이 실종된 ‘밀실행정’ 은 문화기본법 위반이다. 문화기본법 제4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였고, 제5조의 2항에서는 “국가는 국민의 문화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문화진흥에 관한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이를 위한 재원의 확충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부산시는 사업 명칭조차 가린 채 ‘비공개’로 시의회 동의안을 통과시켰고, 시민사회가 주최한 토론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동 시간대 맞불 토론회를 개최하는 기만적 행태를 보였다. 이는 시민이 자유로운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보장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방해한 반민주적 행정이다. 미술인들과의 소통 약속 후 불과 며칠 만에 기습적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민사회의 방송 토론회 출연은 거부했으며, 핵심 논의 기구에서 순수 미술계 인사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최근에는 반대대책위의 ‘공론화’ 제안을 일정과 예산 핑계로 거부했는데 이는 민주적 숙의 과정을 거부하는 것이자 시민의 문화권을 보장하여야 하는 문화기본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이다.

지역문화생태계를 외면하는 것은 문화기본법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부산시는 이미 운영 중인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의 누수, 부적절한 증축 문제 등을 방치했다. 수천억의 건축비와 매년 수십억의 로열티를 외국기관에 지불하기보다 그 예산을 부산지역 작가들의 창작 활동 지원과 시민들의 보편적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문화기본법이 말하는 ‘지역문화의 활성화’의 본질에 부합한다. 또한 불평등 계약과 중복투자로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모든 시민의 문화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불평등하고 굴욕적’인 내용이 드러난 양해각서는 시민의 문화권보다 외국기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불합리한 계약일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이 이미 서울에 ‘퐁피두 한화 서울’을 개관하는 상황에서 똑같은 분관을 2시간 거리에 중복으로 유치하는 것은 명백한 국가적 예산낭비다.이 막대한 예산은 부산 시민 모두의 보편적 문화권을 위해 더 시급하고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관련 공무원들에게 묻는다. 부산시는 왜 사업 초기부터 ‘세계적 미술관 분관유치를 위한 업무협약 동의안’의 내용을 숨기고 비공개로 시의회를 통과시켰으며 시민사회의 토론회를 방해하고 미술계와의 소통 약속을 저버리는 등 시민을 기만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나? 진정 시민을 위한 사업이라면 왜 이렇게 떳떳하지 못하나. 그리고 국정감사에서 불평등하고 굴욕적이라고 지적된 양해각서의 전문을 시민 앞에 즉각 공개할 의향이 없나? 특히 시민의 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로열티의 구체적인 액수와 조건,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독소 조항은 없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달라. 기존 부산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의 운영 부실과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새로운 건물을 짓고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이 부산의 문화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정말 생각하는가? 기존 미술관을 제대로 운영하고 지역 예술계를 육성하는 것과 퐁피두 분관 유치 중 무엇이 우선순위여야 하는지 답해주길 바란다. 지금이라도 일방적인 설명회나 형식적인 토론회가 아닌, 독립적인 위원회가 주관하는 공론화 위원회를 개최할 의사는 없는 지 묻고 싶다.

이연기 영산대 교수=퐁피두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를 했다. 먼저 박형준 시장이 퐁피두센터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퐁피두센터는 현대미술전시관이다. 퐁피두센터의 입지 선정을 왜 이기대에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파리의 퐁피두센터는 교통입지조건이 가장 좋다. 지하철 1·4·7·11호선은 물론 광역철도, 시내버스 노선의 중심에 있다. 게다가 벨리브라고 해 2007년부터 공용자전거대여소가 몇 개나 있고 젊음의 거리이다. 그런데 부산에 퐁피두센터를 이기대 해안에 개관한다? 말이 안 된다. 지금은 K문화가 전 세계로 나가고 있다. 이 돈을 부산시립미술관에 투자하고 퐁피두에 줄 돈 1,2년치만이라도 부산 지역예술계에 투자해 좋은 작품이 나오면 이걸 파리에 작품 전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부산시 문화행정아닐까. 프랑스에 돈 다 대주고 우리지역 천혜의 자연공원을 파괴하는 일을 부산시가 앞장서서 하는 게 말이 되나. 퐁피두센터 부산분권 유치 말도 안 되는 짓이다. 당연히 반대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윤기오 용호동 주민=지금 퐁피두센터 부산분관을 유치하려는 땅이 원래는 성프란치스코재단 소유 땅이었다. 나는 이 땅을 16년간 관리를 맡아왔다. 용호동은 조상대대로 살고 있는 곳이다. 우여곡절이 있지만 오래전에 당시 시장이 아닌 박형준 교수와 갤러리를 하는 지금의 부인을 고 김동수 박사와 함께 한두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박 시장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참모에서 물러나 정치를 재개할 것인지를 모색할 때 즈음으로 기억한다. 그리고나서 몇 년 전 부산시 이근희 환경국장이 부산시가 개발 안 하는 조건으로 이기대 이 땅을 사겠다고 해서 이 땅이 부산시로 넘어간 것으로 안다. 그런데 부족한 소견이지만 미술품은 염분과 극과 극이라고 알고 있는데 여기에 전시관을 짓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이어 자유토론이 있었다. 다음은 자유토론 내용의 요지이다.

차성환 전 부산민주공원 관장=부산시가 퐁피두센터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시민 누가 봐도 이는 말도 안 되는 범죄행각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양해각서 체결에 대해 가처분 신청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광범위한 시민운동으로 확대해 반드시 이를 저지시키고 책임을 물어야 하겠다.

정진택 해운대문화원 사무국장=퐁피부센터 부산본관 유치에 반대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정투융자심사 심의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보다 적극적인 저지투쟁이 펼쳐져야 할 것 같다.

사회를 보던 좌장이 한마디 했다. “아트파빌리온 하나에 37억 원인데 작년 부산시의회 1차 예산 심의에서 부결됐고, 추경때 오전엔 부결됐던 것이 오후엔 통과됐어요. 그런데 시 당국자가 이를 설명을 못해요. 담당계장도 국장도 건축적 공간형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조차 모르는 것이죠. 이런 것이 모두 7개 조성된다는데 처음부터 이들 공무원 머릿속에 그림은 없었어요. 퐁피두 부산분관 유치와 이기대예술공원 조성에는 엄청안 흑막이 있다고 보여져요. 여러 가지 대처방안에 대해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전상수 전 남구청장=이기대는 거의 매일 가고 있다. 먼저 남송우 교수같은 분의 열정에 주민으로서 감사드린다. 이연기 교수님의 퐁피두센터의 교통의 편리성에 비춰 이기대가 아니라는 점을 얘기해줘 큰 힘이 된다. 이기대에 살고 있지만 이기대예술공원에 접근하려면 자가용이 없으면 안 되는 구조다. 설사 아무리 좋은 미술관이 있다고 해도 일반 시민은 미술관에 잘 안가는 편인데 이렇게 교통이 불편한 곳에 길을 미술관을 세운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기대처럼 경치좋은 곳은 그 자체가 예술 아닌가. 이러한 시행정을 보니 부산시민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우리 시민들이 뜻을 모아 오히려 퐁피두측에 부산분관 유치 거부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시민의 뜻을 부산시는 제대로 알아야 하고, 우리 시민들도 이러한 것을 시민운동으로 더욱 확대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확실히 드러난 것은 없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0월드엑스포부산 유치캠페인을 하러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퐁피두 회장과 유치 약속을 하는 자리에 조현화랑 전속 작가를 동행했다고 한다. 이는 자칫 가족특수관계 문제를 낳을 소지도 있다고 본다. 설사 유치한다고 하더라고 위치는 북항이 훨씬 낫지만 용역보고서엔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기대를 선정했다고 하는데 믿기지 않는다.

이러한 시민단체의 공론화에는 반대 입장을 보인 부산시는 ‘이기대 예술공원 조성 & 퐁피두센터 부산 건립 시민설명회’를 15일 오후 3시 남구청 대강당에서 갖는다고 용호동 일대에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에 부산지역 대학교수 220여 명이 서명운동에 나서 14일 오후 2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본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