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신규범
접혀져 기다리는 날들이 더 많았지
작달비 몸부림도 웃으며 받아내고
가슴을 활짝 펼치며 세파까지 안고 간 너
내가 필요할 때를 기다리는 우산이다. 활짝 펼쳐지고 싶다고 해서 펼쳐지는 것이 아닌 극히 수동적인 생이다. 그러나 접혀져 가만히 있는 것보다 강한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다는 그 존재감이 행복해 보인다. 온몸으로 세파까지 끌어안고 보호막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생각한다. '작달비 몸부림'에 온몸이 다 젖을망정, '가슴을 활짝 펼치며' 따뜻한 공간을 열어주는 사람. 그 우산 아래서는 세찬 빗소리도 음악으로 변주될 것 같다.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