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달항아리(白磁 壺), 대한민국의 국보 제309호 [문화재청]

달항아리

진실의 입구에는 서론이 길지 않아
들어서는 그 순간에 가득차는 포만감
들숨은 부풀어 올라 마음의 근육이 된다

질박하게 그러안는 불록한 밤의 중심
무심한 듯 어리숙한 그 모습이 여여하다
달빛을 품에 안았다 잉태한 배흘림 기둥

진실의 마음에는 긴 수식어가 필요 없다. 속을 넓혀 나가고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이 있다. 어리숙하게 보이지만 은은한 향기가 있다. 달항아리는 기둥이 받는 하중과 압력을 분산시키는 배흘림 기둥을 닮았다. 불룩한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곡선미와 안정성이 편안함을 준다. 진실된 마음은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감동으로 부풀어오르게 한다.

- 시조집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김석이 시인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