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사의 AI 'copilot'를 부려 만든 그림

*위험의 규모를 고려하면 AI는 모든 인간이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모두가 AI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AI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기술임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이제껏 인간이 만든 발명품들이 인간에게 힘을 실어준 이유는 새로운 도구가 아무리 강력해도 그것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것은 항상 우리 몫이었기 때문이다. 칼과 폭탄은 누구를 죽일지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정보를 처리하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능을 갖추지 못한 바보 도구일 뿐이다. 반면 AI는 스스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따라서 인간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다.
-유발 하라리(역사학자),김명주 옮김/『넥서스』(김영사, 2024),pp.20~21-

**당신은 혁명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혁명의 결과를 피할 수는 없다.
-레프 트로츠키-

***나는 아주 똑똑한 게 아니라, 문제를 오래 붙잡고 있을 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AI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AI 전문가가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다만, 몇 백만 년간 인간종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능(?)을 가진 도구, AI가 탄생했다. 따라서 AI 시대는 인류의 신기원(新紀元)에 해당하므로,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는 것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시대가 될 것이다. 이 AI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AI를 이해하는 첫걸음 : 책 읽기

AI 시대를 이해하려면 먼저 큰 그림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 중 가장 손쉬운 길은 책 읽기다. 내가 권하는 책은 다음 네 권이다.

⓵박태웅,『 AI 강의 2025』(한빛비즈, 2024)
→한국 사회와 산업 전반에서 AI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현실적 전망을 짚어주는 입문서.

⓶이선 몰릭,신동숙 옮김,『듀얼 브레인』(상상스퀘어, 2025, 원제 Co-Intelligence)
→인간과 AI가 협력하는 방식을 ‘두 개의 뇌’라는 비유로 풀어낸 책. AI는 두려움이 아니라 동반자로 이해하게 해준다.

⓷김덕진, 『AI 2025 트렌드 & 활용백과』(스마트북스,2024)
→최신 AI 트렌드와 실제 활용 사례를 정리한 실용서. 특히 무료·상용 AI 도구 비 교가 유용하다.

⓸하정우·한상기,『AI전쟁 2.0』(한빛비즈, 2025)
→글로벌 AI 경쟁 구도와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다룬 책.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적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Copilot’을 이용하는데, 위의 김덕진 책에서 무료 사용으로는 Copilot이 가장 성능이 좋다는 조언을 받아들인 덕이다.

거듭 말하지만, 내가 AI에 대한 글 대부분은 아날로그 세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다. 그 중에서도 AI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사람의 작은 길잡이가 되고자 함임을 밝힌다. 따라서 초보 중의 초보인 분에게 몇 가지 조언을 부연할까 한다.

3.끝까지 읽는 집념이 필요하다

첫째로, 책을 끝까지 읽는 집념이다. 돌아보면 정말 까마득한 반세기 전 책가방 든 까까머리일 때, ‘대명사박사’와 ‘집합박사’들이 제법 있었다. 당시 인기 참고서로 『성문종합영어』와 『수학의정석』은 ‘대명사’와 ‘집합’으로 시작한다.

여러 가지 이유를 다들 짐작하겠지만, 대명사와 집합만 보다가 책을 내려놓고, 다시 마음 다잡고 처음부터 시작하기를 반복하니, 대명사와 집합에는 박사가 됐지만, 정작 영어와 수학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친구들의 별명 아닌 별명이었다.

AI 관련 책을 읽는 데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생소한 용어도 많고, 더구나 그 용어는 전부 영어로 되어 있으니, 쉬 진도를 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 확실한 타개책은 알든 모르든 하루 얼마간이라도 진도를 빼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하든 못 하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 추천 도서 4권을 일단 모두 읽는 것이다. 읽다 보면 용어를 검색해 암기하고픈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 용어도 하나씩 정복해 가면 된다. 위 4권을 몇 차례 돌아야 할지는 모르겠다. 어쨌건 두 번째 볼 때는 처음보다 낫고, 세 번째는 두 번째보다 …….

4.시니어에게 중요한 것은 모티브(내적 동기)다

둘째로는, 모티브와 인센티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모티브(motive, 내적 동기)는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내부적 이유와 심리적 원인을 말한다. 은퇴한 시니어로서 왜 AI에 대해 공부하는가? 지적 호기심, 자기계발 욕구, 새로운 시대에 대한 두려움 극복, AI 시대에도 떳떳한 일원이 되고자 하는 의지 등이다.

반면에 인센티브(incentive, 외적 유인)는 행동을 촉발하는 외부적 보상이나 압력을 말한다. 현역일 경우 AI를 배우면 업무 효율이 높아져, 금전적 보상이나 승진 등에 유리하다. 그리고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지식은 압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AI 시대에 현역들은 승진이나 탈락의 당근과 압력, 곧 인센티브가 있기에 AI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건 간에 적응을 한다. 따라서 AI 시대 대처법은 보상이나 압력이 없는 시니어들의 몫이 된다.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 ‘세상과 단절되고 싶지 않다’, ‘손자·녀나 아들딸, 그리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싶다’ 등의 모티브가 없으면, AI를 공부할 생념도 안 일고, 공부할 이유도 없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공부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아인슈타인도 아주 똑똑한 게 아니라 내적 동기, 곧 모티브가 강해 문제를 오래 붙잡고 에너지를 쏟았을 뿐이라고 고백한다. 겸양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진실의 비중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5.AI 시대의 안전지대 재구성

안전지대(comfort zone)란 용어가 있다. 익숙하고 통제 가능한 환경 속에서 불안과 스트레스가 최소화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당장은 편안하지만, 환경 자체가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난다면, 차라리 불안과 스트레스가 더 커지지 않을까?

AI 시대의 안전지대란 과거의 익숙함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 속에서도 최소한의 안정감을 확보하는 삶의 전략이다. 곧, 과거의 경험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 위에 새로운 기술을 덧입혀 안전지대를 재구성해야 하지 않을까?

6.단 하나의 미래는 없다

‘미래’는 없다. ‘미래들’만 존재한다. AI 시대가 인류의 위협이 될지 구원이 될지는, 우리 인간의 몫이다. 시니어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단 하나의 정해진 ‘여생’이란 없다. 여러 ‘여생들’이 존재한다.

개인의 모티브와 그 모티브를 실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여러 ‘여생들’ 중 하나의 여생이 선택될 것이다.

따라서 시니어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작은 학습을 통해 안전지대를 조금씩 넓혀가는 실천이다. AI 관련 책을 하루 몇 쪽이라도 읽고, 용어를 익히고, 작은 앎을 가지고서라도 챗GPT를 사용해 보는 것, 이런 작은 시도가 모여, 더 나은 여생을 선택하게 하게 할 것이다.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 pineone@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