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고향 집터에서 – 박홍재

박홍재 승인 2024.03.03 13:38 의견 0

고향 집터에서

박홍재

매 맞고 눈물 질금 훔치던 뒤란 구석

내 잘못 감춰주던 마음의 안식처가

눈 감고 하늘을 보면 저쯤에서 보인다

그 자리 어디 가고 빈터만 남아있네

아무도 모르는 곳 나만이 알고 있는

어릴 적 내 꿈을 싹틔워 키워가던 그 자리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설날 명절을 지낸 후 고향에 가서 빈 집터 앞에 서 본다.
어릴 때 꾸지람을 듣고 눈물 흘리던 생각이 아련히 떠오른다.
뒤란에서 혼자 훌쩍이던 그곳.
이제는 아무도 없는 빈터만 남아 있다.
그래도 나는 속으로 앞으로 나의 길을 다짐하던 곳이다.
그리움이 있기에 항상 서 보는 곳 빈 집터이다.
언제나 꿈속에는 내 자라난 초가삼간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뒤돌아보면서 훌쩍하고 하늘을 쳐다본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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