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회원들이 2025년 2월 7일 '대저대교 건설 고시 처분 취소 청구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 신청'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 (사)습지와새들의친구를 비롯한 60여개 시민환경단체가 참여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시민행동) 등은 2025년 2월 10일 사상~식만간 도로(대저대교) 건설 '고시 처분 취소 청구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부산지방법원에 제기했다.

# 부산지법 행정1부(천종호 부장판사)는 2025년 4월 20일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등이 제기한 대저대교 건설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 및 기각했다. 법원은 시민행동 및 일부 신청인의 적격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기대권은 추상적인 권리에 그치는 것으로 보이고 환경영향평가법, 환경정책기본법에서 그 권리가 도출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 낙동강지키기전국시민행동 등은 대저대교 건설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부산지방법원의 각하 및 기각 결정에 대해 4월 21일 부산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지난 5월 23일 '대저대교 건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소심 변론을 앞두고 시민행동 회원들이 부산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5월 23일 대저대교 건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항소심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변론기일에 환경단체는 1심 재판부(부산지법 행정1부, 재판장 천종호)가 "신청 자격 없음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환경권을 외면한 부당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환경영향평가 부실, 대안 노선 무시, 행정절차 신뢰 훼손 등을 주요 쟁점으로 삼아 공사 중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항소심 판결은 5월 23일 변론기일로부터 2주 안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 본안 소송(고시 처분 취소 청구)은 2025년 6월 19일 첫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낙동강하구 대저대교 통과예정지에서 노니는 큰고니들 [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부산고법 제1행정부 박준용 정현수 배인영 재판관님께 드리는 간곡한 호소문

대저대교 건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원고 김해창

저는 현재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이자 (사)습지와새들의친구 공동대표로 ‘(대저대교 공사) 고시 처분 취소 및 집행정지’ 행정소송을 제기한 원고 중 한 사람인 김해창입니다.

지금부터 24년 전인 2001년 부산시가 수립한 오래된 도시계획에 따른 대저대교 건설계획은 지금까지 그 추진 여부를 놓고 부산시와 환경청,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수차례 협의와 약속, 협약 파기로 인한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작년 10월 23일 부산시는 끝내 대저대교 건설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일방 선언했고, 이에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은 지난 2월 10일 어려운 가운데 성금을 모아 ‘(대저대교 공사) 고시 처분 취소 및 집행정지’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판사 천종호, 강태규, 우희성)는 2월 28일 단 한 번의 심문만 거친 뒤 4월 15일 ‘각하’와 ‘기각’ 결론을 내렸고 그 ‘결정문’은 저간의 숱한 문제점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언급 없이 피신청인인 부산시의 주장대로 가처분 신청인들의 자격과 직접적 이익관계만을 문제 삼아 상식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시민이자 원고인 저의 입장에서는 놀랍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결론이었습니다.

결정문에 따르면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과 습지와새들의친구는 ‘환경상 이익은 그 본질상 개개의 자연인에게 귀속됨으로 자연인이 아닌 환경단체에게는 법률상 보호되는 환경상의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박중록(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박상현(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하구 주변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일반 국민의 지위에서 갖게 될 보편적 상실감이나 안타까움을 넘어 개별적·직접적·구체적인 환경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각하의 이유’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또한 강성화(습지와새들의친구 사무국장) 등 강서주민 5인 신청인의 신청도 기각했는데 그 사유가 ‘(대저대교 건설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1심 재판부 판결문을 본 느낌은 마치 1955년 7월 22일 서울지방법원 대법정에 혼인빙자간음죄로 구속 기소된 박인수 사건에서 1심 재판장 권순영 판사가 “피고인 박인수의 혼인방자간음죄는 무죄로 한다. 법은 정숙한 여인의 정조만 보호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박인수 사건의 뜨악함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보면 당시 1심 판결은 가해자의 죄를 묻기보다 피해자의 정조를 문제 삼는 1950년대 한국 사회의 그릇된 여성관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당시 여성의 순결과 정숙을 중시하는 편견은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었습니다. 박인수 사건은 사회적 진출과 성장을 도모하는 여성과 이를 억압하는 사회적 질서와 관념의 충돌을 보여주는 ‘시대의 거울’ 같은 일화였다고 하겠습니다([경향으로 보는 ‘그때’] 1955년 7월 22일 “법은 정숙한 여인의 정조만 보호” 박인수 사건, 경향신문, 2014년 8월 21일).

그런데 부산고등법원의 대저대교 관련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이 자연을 보는 시각이 1950년대 박인수 사건 때 1심 재판부가 여성을 보는 시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요? 다행인 것은 그 뒤 2심에서 박인수는 유죄로 뒤집어졌고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되었다고 하지요. 저는 박인수 사건에서와 같이 이번 대저대교 재판에서 1심 재판부의 잘못을 2심 재판부는 바로 잡아주실 것이라고 믿으며 이렇게 재판관님께 장문의 호소문을 올립니다.

대저대교 1심 재판부 판결문이나 이에 대한 부산시의 터무니 없는 변명이나 반박, 그리고 원고측의 주장이나 반박에 대해서 자세히 논박하는 것은 지면 관계상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재판관님께 기후위기시대에 진정성을 가진 ‘솔로몬의 지혜’를 2심 재판에서는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몇 가지 참고 자료와 함께 저의 의견을 전하고자 합니다.

#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헌법재판소가 미래세대 환경권을 인정, 승소 판결

한겨레(2024년 9월 9일) ‘“우리 아들·딸의 호소라는 느낌”…기후위기 승소 변호사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기후대응, 대한민국 기본가치로…추가 목표도 헌소 가능” “‘기각’ 2030년 목표도 ‘정부 최선 다해 감축’ 책임 명시” “유엔 제출할 2035년 목표, 시민과 함께 구체화해야”라는 소제목을 달면서 헌법재판소 기후소송 변호사들의 인터뷰를 싣고 있습니다.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2031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할 2050년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4월과 5월 이례적인 두 차례 공개변론을 거쳐 내린 결론이다. 이로써 우리 사회엔 2031년 이후 ‘감축 경로’를 만들어야 할 숙제가 생겼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2020년 3월 제기된 ‘청소년 기후소송’과 ‘시민 기후소송’(2021년), ‘아기 기후소송’(2022년) 등 네 건의 청구가 병합된 것이다. 2300건이 넘는 전 세계 기후소송 가운데 아시아에서 처음 제기된 것이고, 청소년과 태아까지 참여해 국제적 관심이 쏠렸다. 한겨레는 지난 3일 이번 소송의 대리인 9명(김민경·김석연·김영희·이병주·이치선·윤세종·최창민 변호사, 곽태선·신서영 미국변호사) 가운데 이병주, 윤세종(이상 청소년 소송), 이치선(시민), 김영희(아기) 변호사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이들은 헌재 결정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이병주=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국가의 헌법적 보호 의무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아시아에서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이치선=결정문을 보면 특히 기후변화로 초래된 극단적 날씨, 물 부족, 식량 문제, 해안선 변화 등을 ‘생태붕괴 현상으로 인한 위험’이라고 명확히 정의 내렸다. 기후위기 위험 상황의 존재에 대해 헌법적으로 확고하게 못을 박은 것이며 큰 진전이다.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기본적 가치가 된 것이다.

이병주=또 앞으로 국가 기후 정책, 기후 법제에 대해 얼마든지 헌법재판을 제기할 판이 열린 것이기도 하다. 그전엔 환경권 사건에서 헌법재판을 하려 하면 바로 각하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새로 감축 목표가 나올 때마다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재판할 권리가 생겼다.

김영희=2015년 제기된 미국의 대표적인 기후소송인 ‘줄리애나 사건’의 경우 지난 5월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안정시키는 일은 정치적 권력기관이나 유권자가 할 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며 최종 각하했다. 한데 우리 헌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거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을 하려 하면 각하되기 일쑤였던 환경권 사건을, 미국의 경우에도 최종 각하한 것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지난 4월 4일 윤석열 내란계엄 관련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 헌재판결이 나오기 1년 반 전의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 일본 홋카이도 국립공원 다이세쓰산(大雪山) 새앙토끼(ナキウサギ) 재판 승소-생물다양성협약 중시

일본의 대표적인 ‘자연의 권리’ 소송으로 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이세쓰산의 새앙토끼재판(1996년 8월 26일 제소)으로 삿포로지방재판소에서 이뤄진 것이지요. 1990년대 전반 홋카이도의 자연보호 문제는 다이세쓰산 시호로고원(士幌高原)도로, 스키장·리조트·골프장의 난개발 등이 산적해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호로고원도로는 ‘일단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공공사업’이라 불리던 시대에 지역 환경시민단체의 난개발반대운동이 개발행정의 견고한 벽에 부딪히는 상황이었지만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와의 연계, 언론의 호의적 보도 등으로 반대여론이 크게 확산됐고, 특히 시호로고원도로는 ‘새앙토끼 재판’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러던 중 1995~96년에 홋카이도청에서의 ‘가짜 출장’ ‘관관(官官)접대’ 등 경리부정이 발각되어 도정의 신뢰회복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게 된데 다 전국적으로 국가의 공공사업재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데까지 파급효과가 커졌습니다. 이를 통해 시호로고원도로사업도 재검토대상이 되어 다른 공공사업과 함께 1999년에 중지되었습니다. 공공사업재평가제도 도입으로 행정의 정보공개, 설명책임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재평가제도가 도입된 데는 무분별한 공공사업으로 인한 국가재정의 악화도 큰 요인이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일본은 1990년대 시민사회의 반개발·환경보전운동이 행정을 움직여 공공사업의 재검토와 자연환경보전이 강화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1980년대에 일어난 홋카이도 시레토코의 삼림벌채 문제는 삼림생태계보호지역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낳았고, 제1호로 지정된 시레토코는 그 뒤 세계자연유산 후보지로 각광을 받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레토코국립공원이 되었습니다(https://nc-hokkaido.or.jp/NChokkaido/No115-139/no-122/no.122-1.html).

시호로고원도로 건설계획과 건설계획 반대운동, 즉 새앙토끼재판의 개요는 이러합니다.

초기 시호로고원도로 건설계획 반대운동은 1966년부터 1995년에 이릅니다. 요코미치 홋카이도 지사의 시호로고원도로 건설공사 재개 시도와 이에 따른 반대운동이 고조됩니다. 1995년부터 1997년은 시호로고원도로 ‘전 노선 터널안’ 환경청 공인과 반대운동이 법정투쟁으로 이어지고, 1997년 8월부터 1999년 3월 법정투쟁의 승리와 호리 지사에 의한 시호로고원도로 건설계획 중지 선언이 이뤄집니다.

다이세쓰산 동쪽 엔베쓰 호수 근처에 도로건설 계획은 1962년에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산불방지 목적이었는데 1965년 이 도로가 다이세쓰산 국립공원 안에 들어섰기 때문에 후생성이 이 도로를 국립공원의 공원 계획으로 인정했으며, 1969년 이 도로는 마을 도로에서 홋카이도(北海道) 도로로 승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으로 다이세쓰산의 멋진 자연경관에 지그재그 도로의 상흔이 새겨졌으며, 계획지 내에 새앙토끼가 서식하는 등 귀중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어 자연보호 여론의 고조로 1972년에 2.6km를 남긴 채 도로건설은 중지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홋카이도에 계획 재개의 움직임이 일어나 1979년부터 81년의 3년간에 걸쳐, 홋카이도자연보호협회가, 홋카이도로부터 이 계획의 환경조사를 맡은 홋카이도 개발컨설턴트의 위촉을 받아 조사에 임한 결과 개발이 아닌 환경보전이란 입장에서 이 지역에 도로계획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대신 산불방지 목적이라면 인근의 경계 지역에 건설하는 것이 좋다는 조사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홋카이도는 이 보고서의 결론을 바꿔 1987년에 새앙토끼에 영향이 없도록 한다며 고마지호(湖)를 터널로 통과시키는 방안(고마지 터널안)을 내놓았습니다.

1983년 선거에서 당시 사회당인 요코미치 지사가 처음 당선됐는데 당시 공개 질문장에 ‘시호로고원도로는 국립공원 내이기에 문제 해결까지 착공하지 않는다’ ‘모든 자연보호단체와 논의하겠다’는 등 자연보전을 표방했으나 3선을 하면서 이런 입장은 매우 후퇴했습니다. 그는 당선 뒤 행정의 연속성 이유로 1984년에 전 지사가 추진하던 히다카횡단도로계획도 착공해버렸습니다. 1988년 시호로고원도로계획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으나 시민단체가 찬반 분열양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고마지터널안에 대해서는 학회도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판성명을 냈고, 반대서명 운동에 나서 전국적으로 12만 명의 서명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홋카이도는 이 터널 안 대신 ‘전 노선 터널안을 내놓았는데 ‘세 가지 계획 중 전선(全線) 터널안은 터널이 매우 길고 안전성, 비용 등에 대해 문제가 있어 고마지터널안보다 못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홋카이도자연보호협회 부회장 사토 교수의 자세한 조사에 의해 시호로고원지역에 일본 최대 규모의 풍혈(風穴) 지대의 존재가 확인되었는데 그 풍혈의 존재로 저온이 형성돼, 비교적 고도가 낮은 시호로고원에 다수의 새앙토끼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고, 천연기념물인 칼라프톨리조개나 고산식물이 낮은 표고에도 서식하는, 극히 특이한 생태계를 만드는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터널 굴착은 이러한 풍혈의 미묘한 작용에 영향을 줄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돼 이 전선 터널안에 대해서도 환경시민단체는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이에 대해 홋카이도는 ‘땅속으로 빠져나가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1994년, 요코미치 지사 퇴임 직전에 도의회에서 공표해, 이것을 환경청에도 보냈습니다. 1995년에는 후임인 호리 지사가 이 계획을 추천하려고 했습니다. 같은 해, 환경청에서는 ‘자연환경심의회의 의견을 구한다’며 5월 말에 심의위원들이 현지시찰을 했으나 터널 출구 부근만 보았을 뿐 지역 전체의 자연 상황을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새앙토끼는 매우 차가운 환경에 살아 기온이 높아지면 생존할 수 없기에 다이세쓰산 주변 등 고산 지역에만 살고 있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리는 동물입니다. 지역 전체를 보아야 했지만 심의회는 터널의 출구를 잠시 본 것으로 터널계획을 인정했습니다.

원래 국립공원 내 도로에 관해서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도로에 한해 대체 루트가 없는 경우에 한한다’ ‘귀중한 자연환경은 피한다’는 ‘하야시 담화’(1972년에 환경청 자연환경심의회 하야시 부회장이 담화형식으로 발표한 것) 이후 ‘국립공원 내 도로에 관한 헌법’이라고까지 언급됐습니다. 그런데 해당 심의회가 이러한 원칙에 반해 건설계획을 인정한 것을 보면 심의회가 행정의 대변자가 되고 있는 현실이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1996년 터널 굴착을 위한 조사 시추가 이루어지자 환경시민단체는 환경청 장관 면담을 요구해 건설계획의 재검토를 요구했으나 장관은 “정식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심의했으니 인정해 달라”고 말할 뿐 전혀 진전이 없었습니다.

이에 환경시민단체는 부득이하게 1996년 7월 공사에 대한 지출 금지를 요구하는 주민 감사 청구를 냈으나 기각되자 바로 주민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입니다. 새앙토끼를 앞세워 원고단 21명, 변호인단은 전국적인 지원으로 57명으로 참가했습니다. 당시 오이시 초대 환경청 장관은 87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제1회 공판에서 의견 진술을 했습니다.

“나는 초대 환경청 장관이 되었을 때, 생명을 소중히 하는 휴머니즘이야말로, 행정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미나마타병 환자는 ‘의심스러운 것은 구제한다’는 방침으로 인정 범위를 넓혀 현도(縣道) 계획의 중지를 3개 현의 지사에게 요청해, 오제지역의 자연을 지켰습니다. 이 견지에서 보면 시호로고원도로는 귀중한 자연을 파괴하고 불과 10분의 단축을 위해 100억이나 되는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입니다”라고 갈파해, 전 법정의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원고 대표인 야기 겐조 홋카이도대학 명예교수는 구두변론에서 “오늘 시호로고원도로 문제가 최악의 사태에 빠진 원인의 절반은 요코미치 전 지사의 환경보전 지식의 낮음과 공약을 지키는 신의 결여에 있다”고 단죄하고, “호리 지사는 도정개혁포럼의 제언에 따라 시호로고원도로를 즉시 중지하도록 결단해야 한다”고 요망했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을 위반한다는 원고측의 지적에 대해서는 홋카이도는 ‘이 조약은 국내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위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환경기본법을 위반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환경기본법은 선언적인 것이지 지자체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홋카이도 자연환경보전지침에 반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침은 법률도 조례도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다’며 어이없는 변론을 했습니다.

6월 19일의 제4회 공판에서 원고 측은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의 의미와 협약의 구속력, 환경기본법은 결코 단순한 선언이 아닌 것, 자연환경보전지침을 스스로 제정하면서 구속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는 것임”을 명확히 말했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전문에 ‘생물다양성이란 생물종, 종간, 유전자, 생태계 등에 있어서 다양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보전은 인류의 공통 관심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생물다양성협약의 준수는 인류의 공통된 가장 중요한 자연보호의 길이며, 그 때문에 이 소송의 근저에 이 협약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기본원리로부터 당연히 자동집행적 협약이며, 다양성보전을 요구하는 부분과 다양성 파괴행위를 금지하는 부분이 있는데 일본 헌법 제98조부터 협약은 당연히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므로 생물다양성협약에 의해 다양성을 파괴하는 도로 건설은 금지돼야 한다. 또한 환경기본법은 자치단체가 환경보전에 관해 국가시책에 준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시할 책무를 정하고 있기에, 기본법에 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은 명백하다고 원고측은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1998년 7월 16일 제9회 구두변론에서 원고측은 또한 “도민의 강한 요망으로 도는 정보공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계획에 대해서도 도민에게 설명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피고는 방청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구두로 설명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재판장도 이 의견을 인정하여 피고에게 “다음번에는 구두로 진술해야 한다”고 촉구하였지만 피고측은 준비 서면 제출만으로 시종했습니다.

이와 같이 재판에서 열세에 놓여 패배가 농후해지자 피고인 홋카이도는 생물다양성을 따지는 새앙토끼재판이 끝나기도 전인 1999년 3월 17일 『홋카이도신문』은 호리 지사가 도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장시간 정체돼 있는 도의 사업·정책을 재검토하는 ‘시간의 평가’에서 시호로고원도로 계획의 미개통 부분 약 2.7km의 건설을 중지할 것을 정식으로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업계획지역이 다이세쓰산 국립공원의 제1종 특별지역으로 환경에 대한 타격이 우려되는 점, 도로 개통에 의한 경제효과를 그다지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중지 이유로 들었습니다. ‘새앙토끼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에는 오이시 다케카즈 초대 환경청 장관, 도이 다카코 전 중의원 의장, 오카쿠라 고시로 전 일본학술회의 부회장 등을 비롯해 현재 1,092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https://www.asahi-net.or.jp/~dq5h-kmnt/no10-1.htm).

이 새앙토끼재판을 통해 문화재보호구역 내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이 있는 천혜의 낙동강하구를 가로지르는 시대착오적인 난개발인 대저대교를 추진하는 피고 부산시의 입장이나 반론·태도가 당시 홋카이도와 상당히 닮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여 년 전의 일본의 왜곡된 개발행정의 모습을 2025년 현재 부산시가 시민환경단체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 2000년대 초 일본 여당조차 ‘공공사업개선위’ 만들어 공공사업 전면 재검토 실시

토건국가 일본조차도 국책사업을 재검토한 전례가 있습니다. 2000년 8월 일본의 자민, 공명, 보수당 등 여 3당은 국회 차원에서 ‘공공사업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일본의 공공사업을 전면 재검토했습니다.

검토 기준은 ①사업채택 후 5년 이상 경과해도 착공되지 않은 것 ②완성 예정 연도부터 20년 이상 경과해도 미완성 상태인 것 ③조사비를 계상해 10년 이상 채택되지 않은 것 ④정부의 공공사업재평가제도에서 제외키로 결정한 것 ⑤지역주민이 중지를 모아 합의한 것 등으로 이 중 해당하는 사업은 원칙적으로 중지한다. 이로 인해 중지 권고된 공공사업은 모두 233건에 이릅니다. 국책사업인 시마네현의 나카해 간척사업 중지와 도쿠시마현 요시노가와 가동둑 건설계획의 백지화도 포함됐으며 이미 투자된 5,683억엔은 버린 돈이 됐지만 더 들어가야 할 2조8,000억엔을 아끼게 됐습니다. 물론 이러한 일본 여당의 국책사업 재검토도 일본 국민들의 여론에 의해 정치권이 마지못해 움직인 결과임은 물론입니다.

공공사업(국책사업 포함)의 구조조정 방법은 이러합니다.

첫째, 국회 안에 ‘공공사업재검토위원회’를 설치해 건설 및 계획단계에 있는 국책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 둘째, ‘공공사업기본법’(가칭) 같은 것을 제정해 21세기에 맞는 사회간접자본 정비의 원칙을 만든다. 셋째, 국토교통부 등 개발부처와 밀착돼 있는 ‘개발기술자집단’의 자기증식을 막기 위해 용역보고서 책임제도를 마련하고 독립된 ‘환경영향평가원’(가칭)을 설치, 평가 결과는 반드시 공개한다. 넷째, 공공사업을 둘러싼 부패사슬을 끊기 위한 감사원 국책사업감사단의 행정감사체제 강화는 물론 국회 내 공공사업감사위원회를 신설한다. 특히 공공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책사업의 목적과 효과, 사전환경성평가, 대체수단의 유무 평가, 입찰방법, 예정가격 및 입찰결과, 낙하산 인사 유무, 사후평가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다섯째, 국책사업의 ‘분권화’라는 관점에서 지역에서 실시하는 공공사업은 재벌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컨소시엄으로 지역기업 참여 발주비율을 높이도록 한다. 심각한 국가부채의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할 골든타임은 이번 20대 국회 회기뿐이다. 그리고 그 배에 타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이야말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구조조정의 주체가 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성난 민심이 국회를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김해창, 국책사업을 구조조정하라, 경향신문, 2016년 7월 8일).

22조 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토를 파괴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감사원이 심각한 부실사업임을 확인했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001년 113조 원이던 국가채무가 2014년에 500조 원을 넘었고, 2024년에는 약 1,175조 원으로 GDP 대비 46.1% 수준이며 2024년 순대외금융자산은 약 1,500조 원으로 세계 7위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공공사업은 국가채무의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표를 얻기 위해 정치인은 국민에게 ‘개발공약’을 하고, 정치인과 행정관료 그리고 업체 간의 ‘부패고리’로 연결되며 필연적으로 환경파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공공사업의 파괴적 구조를 이제는 손을 봐야 할 때입니다.

저는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먼저 공공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이번 2심 재판부에서 이러한 잘못된 공공사업에 대해 철퇴를 내리는 것이 국회의 공공사업 구조조정을 이끌어낼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21세기 기후위기시대 대한민국을 살리는 사법부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일본 지방법원 재판장의 ‘원전 운전정지 기처분 결정’-“진정한 국부(國富)는 국민의 안전”

히구치 히데아키(樋口英明) 전 재판장은 일본 인터넷신문인 nippon.com에 ‘보수의 사상과 원전은 공존할 수 있는가: 전 후쿠이(福井)지방법원 재판장 문제 제기’라는 칼럼(2025년 3월 6일)을 올렸습니다(https://www.nippon.com/ja/in-depth/d01111). 그는 후쿠이지방법원 재판장으로 2014년 오이원전3・4호기의 운전정지 판결, 2015년 다카하마원전3・4호기의 운전정지 가처분결정을 내리고 2017년 퇴임했는데 칼럼의 요지는 이러합니다.

“원전에 대한 태도는 종종 우파와 좌파를 가르는 지표가 된다. 그러나 지진대국 일본에서의 원전의존은 우파=보수의 사상에 맞는 것인가. 오히려 보수는 국토의 상실을 두려워해 ‘국방’의 관점에서 원전을 다시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후쿠시마현 도미오카정의 귀환곤란구역은 오키나와 센카쿠열도의 50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보수는 본래 현실주의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보수는 이상을 말하지 않는 혁신만큼이나 무가치하다. 나(히구치)는 작년 여름 출판한 『보수를 위한 원자력 발전 입문』(이와나미서점)의 서두에서 이렇게 썼다. 보수를 표방해 애국심의 중요함을 설파하는 자민당의 이념과, 후쿠시마원전사고 후에도 원전 유지·추진을 설파하는 자민당의 정책과의 사이에 괴리·모순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다음 세 가지를 호소한다. 첫째, 원리적으로 원전은 보수사상이나 애국의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 둘째, 원전은 구조상, 지진에 대해 취약하다. 셋째, 국토방위의 관점에서도 원전이 취약하다.

후쿠시마원전사고로 1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고향에서 쫓겨났고, 아직도 2만 명 넘는 사람들이 돌아갈 수 없으며 14년이 지난 지금도 원자력 긴급사태 선언은 해제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현에서는 일반인의 피폭한도를 연간 1mSv에서 20mSv로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귀환곤란구역은 300㎢를 넘고 있다. 이는 나고야시 면적과 맞먹으며 일본은 오키나와 센카쿠열도의 50배에 이르는 국토를 잃은 셈이다. 또, 100만 명에 1명 밖에 발병하지 않는 소아 갑상선암에 걸린 젊은이는 300명을 넘어, 그 대부분이 수술을 필요로 하는 중증 환자이다.

내가 후쿠이지방법원에서 간사이전력, 오이원전의 가동정지 청구소송을 맡고 있던 2013년경, 자민당이나 경제계는 “원전을 멈추면 화력발전소를 위해서 석유나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으면 안 돼 국부의 유실이나 상실이 일어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2014년 5월 후쿠이지방재판소 판결은 “설령 오이원전의 운전정지에 의해 고액의 무역적자가 나온다고 해도 이것을 국부의 유실이나 상실이라고 할 것은 아니고, 풍부한 국토와 거기에 국민이 뿌리를 내리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 국부이며, 이것을 되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 국부의 상실이라고 당 재판소는 생각하고 있다”라고 결론 내렸다.

자민당이나 경제계의 주장과 후쿠이지방법원 판결 중 어느 것이 후쿠시마원전사고의 현실을 직시한 진정한 보수의 주장인가, 어느 쪽이 애국심에서 나온 주장인가라고 일갈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2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이러한 진정한 공익성에 근거한 국부로서 자연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전향적인 판결이 내려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향후 20년 후에 재판관님들이 미래세대에 자랑스런 재판관으로, 판례를 통해 새 역사를 쓰신 분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낙동강하구 전경[사진=습지와새들의친구]

#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야 할 낙동강하구의 미래를 막는 판결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낙동강하구의 가치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2004년 송교욱·제윤미의 ‘낙동강 하구역의 생태경제학적 가치평가와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낙동강 하구의 가치는 연간 4조4,500억 원으로 새만금의 26배라고 밝혔습니다. 을숙도의 상징인 갈대는 4억2,700만 원, 재첩 등 저서생물은 14억5,000만 원, 물고기는 27억9,000만 원, 하구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새는 22억2000만 원, 갯벌은 8억8,000만 원 등으로 이들 자원을 포함해 태양·바람·비·파도 등 낙동강 하구가 가진 순수한 자연환경의 가치가 연간 총 4조4500억 원이라는 것입니다.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우리나라의 갯벌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등 서남해안 갯벌 4곳입니다. 유네스코는 등재를 결정하면서 “2025년까지 비슷한 가치가 있는 갯벌 9곳을 추가로 확보해 지정하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의 대표갯벌인 낙동강하구는 부산시의 무관심으로 세계자연유산 추가 등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환경시민단체가 나서 부산에서도 세계자연유산 추가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입니다. 실제 낙동강하구의 면적은 8,728ha로 순천만(2,800ha)의 3배, 우포늪(865ha)의 10배가 넘습니다. 낙동강하구는 매년 200여 종, 30만여 개체의 새가 찾아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새가, 가장 안정적으로 도래하는 세계적인 습지입니다.

세계자연유산의 기준항목은 대략 이러합니다. △특이한 자연현상 혹은 빼어난 자연미를 지닌 지형 혹은 지역 △희귀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종의 서식지나 주요 동식물이 집중돼 있는 생태계 등입니다. 게다가 유네스코는 기준항목 외에 또 다른 요건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유산 보존을 위한 적절한 법적보호와 행정적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그 지역의 행정과 주민들의 보전 의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요? 2005년 여름 일본 열도를 축제분위기에 들뜨게 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국내 언론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NHK는 특집방송을 했고 일본 정부는 기념우표도 발행했지요. 그것은 제2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정기회의에서 일본 홋카이도의 시레토코(知床)반도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키로 결정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시레토코’ 뉴스에 일본열도가 흥분한 것은 세계유산 등록의 경제유발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시코쿠뉴스(2005년 8월 1일)에 따르면 일본은행 구시로지점이 시레토코반도가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됨에 따라 홋카이도 전체의 경제효과가 향후 5년간 1,175억엔에 이를 것이라는 시산을 발표했습니다. 세계자연유산등록은 관광객 증가로 인한 경제효과와 자연보호의 양립이 과제가 되고 있지만 이 지점은 자연보호와 관광객 유치의 균형을 취하는 것이 긴 호흡의 경제효과로 연결된다고 했습니다. 1993년 일본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가고시마현의 야쿠시마(屋久島)와 아오모리·아키다현 시라카미산지(白神山地)가 등록된 후 5년간의 관광객 평균증가율이 연 20.8%였는데 이를 시레토코에 적용하면 종래 시레토코 연간 관광객 수 223만명이 매년 약 46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낙동강하구와 같은 한국 대표갯벌이 추가 등재되지 않는다면 잠정적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 전체가 세계자연유산 목록에서 사라질 처지에 있다고 환경시민단체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2023년 부산시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시정을 올인했으나 결국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부산엑스포 유치활동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도시 부산을 위해 낙동강하구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운동에 부산시가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2023년 9월 낙동강하구 세계자연유산 등재 범시민운동 추진위원회가 부산YMCA 대강당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추진위는 학계, 언론계, 종교계, 시민환경단체 인사를 대표하는 대표단과 자문 및 고문단, 집행위원회로 구성됐습니다. 대표단은 안도 스님(부산불교환경연대 대표), 주기재 부산대 생물학과 교수, 김정환 부산YMCA 사무총장, 오문범 부산YWCA 사무총장, 김승환 동아대 명예교수가 맡았으며 집행위원회는 김도연 부산불교환경연대 사무국장, 진재운 KNN 대기자, 이윤호 성공회 부산교구 신부,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등 4인의 공동위원장과 황재문 부산YMCA시민중계실장,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엄수민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 등 4인의 위원으로 구성됐습니다. 추진위는 출범 선언문을 통해 낙동강하구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일은 “부산을 도시와 자연이 조화된 세계적인 친환경도시로 변모시키는 일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지닌 낙동강하구 천혜의 자연을 활용하여 부산을 세계적인 생태문화관광도시로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번 대저대교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박중록 위원장과 저도 낙동강하구 세계자연유산 등재 범시민운동 추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1호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위한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범시민추진본부가 성대하게 출범식을 가졌습니다. 을숙도와 맥도 등 낙동강하구 일원 250여 만평이 1호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부산시와 시민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습니다. 저도 이 추진위원회의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지정 추진은 20여 년 전부터 시작한 ‘100만평시민문화공원운동’의 연장선으로 우리 부산에도 뉴욕의 센트럴파크같이 멋진 100만평시민공원을 만들어 후대에 남기자는 꿈을 이뤄보자는 것입니다. 국가도시공원은 전례가 없는 것입니다.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지정 추진과 더불어 부산시와 우리 시민들이 먼저 낙동강하구를 새롭게 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낙동강하구는 8,728ha로 순천만(2,800ha)의 3배, 우포늪(865ha)의 10배가 넘으며, 매년 200여 종, 30만여 개체의 새가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대표 습지로 도심 속의 야외 자연사박물관입니다. 그런데도 그간 부산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국내적으로 전남 순천만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 그리고 울산시의 태화강 국가정원 추진과정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낙동강하구의 3분의 1 정도인 순천만습지는 2006년 람사르협약 등록 이래 아름다운 갈대밭과 갯벌 생태계로 전 국민 생태관광 1번지로 거듭났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순천만습지도 과거 순천시가 이곳 습지에 해안도로를 내려고 하던 것을 시민환경단체가 결사반대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민관이 힘을 모아 ‘생태수도 순천’을 만들어낸 덕분입니다. 그 뒤 순천시는 2013년 순천만습지의 탐방압을 분산시키고 사계절 테마관광을 위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했고 폐막후엔 순천만정원으로 영구 개장하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힘을 모아 예산증액과 함께 2015년 국가정원 1호 지정을 이끌어냈습니다. 2013년 순천시는 시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국내외적으로 도시브랜드를 한껏 높이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뤄내고 있습니다.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도 대규모 도시 근린공원으로 2019년 순천만에 이어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돼 2028년에 울산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100만 평 울산대공원과 더불어 울산 그린 인프라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비닐하우스촌이었던 태화강 주변에 산책로와 철새공원을 조성해 생활 속 시민대공원이 된 것입니다.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위해선 부산시가 낙동강하구의 보전, 특히 지속가능성과 ‘현명한 이용’에 대한 의지를 국내외에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실패했지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때의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대주제만은 놓치 말고 당시의 열정과 정신을 되살려 낙동강하구를 미국의 그랜드캐년, 중국의 장가계나 베트남 하롱베이 등과 같이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와 더불어 낙동강하구의 핵심지역을 관통하는 대저·엄궁·장낙대교 건설과 같은 대규모 토목 중심의 행정에서 ‘지구의 허파’의 보전이라는 발상의 대전환이 요구됩니다. 지금이야말로 기후위기시대, 미래 부산의 먹거리와 도시브랜드 제고를 위해 시민과 행정이 머리를 맞대고 낙동강하구의 지속가능성, 현명한 이용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천연기념물 제179호인 낙동강하구는 지난 1987년 하구둑 건설이래 90년대엔 쓰레기매립장, 명지갯벌 매립, 2000년대 들어선 명지대교 건설문제 등 개발지상주의의 광풍이 불고 있지만 그래도 낙동강하구는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한국 갯벌을 대표하는 갯벌입니다.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지리적인 이점, 3,370만 여평의 광대한 면적, 비옥한 삼각주, 기수지역의 풍부한 생물다양성과 높은 생산력, 희귀조류와 수십만의 철새가 즐겨 찾는 ‘생명의 땅’입니다. 최근 ‘습지와새들의친구’가 2004년 4월부터 10년간 낙동강 하구를 조사한 결과 무려 280종 341만1194 마리의 조류가 관찰되었습니다. 이중 저어새, 큰고니, 큰기러기 등 멸종위기종만 20종에 이릅니다. 역시 낙동강하구는 여전히 세계적인 ‘철새공화국’입니다.

우리가 불과 20~30년 전 하구의 모습만 그대로 보전할 수 있었더라면 어느 누구도 지금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도시 한가운데에 이렇게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다니….” 낙동강하구를 찾은 외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입니다. 혹자는 ‘하구둑 철거’에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부산시는 명지대교 건설, 녹산갯벌 매립계획, 나아가 대저대교 건설에서 한치도 넘어서지 못하는 개발행정을 저출생, 초고령화, 축소지향의 도시계획시대인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3년 전 프랑스 하원이 2시간 30분 내에 테제베(고속철도)가 있는 지역의 항공노선을 폐지·조정하는 법을 만들었고, 영국 웨일즈 자치정부는 신규 고속도로를 더이상 건설하지 않는 대신 대중교통 확충에 예산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이달고 시장은 2020년부터 파리를 ‘자전거수도’로 만들기로 하고 지하철 노선 지상도로를 모두 자전거도로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번 대저대교 건설 반대 소송은 박중록이라는 한 사람이 중심에 있기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박중록을 비롯한 낙동강하구 보전을 갈망하는 전국네크워크가 뜻을 모아 이뤄진 것입니다. 저는 박중록 선생과 함께 2000년 10월에 (사)습지와새들의친구를 창립하였고, 창립회원으로, 지금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박중록 선생은 솔로몬재판에서 나오는 낙동강하구라는 아기를 가진 엄마입니다. 진짜 엄마입니다. 부산시는 이 낙동강하구라는 아기를 둘로 나누자고 하는 가짜 엄마라 할 것입니다.

*부산시는 낙동강하구의 가치를 모르며, 지속가능한 발전과 현명한 이용에 대한 생각이 없고 오로지 다리 건설을 통한 편리성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환경영향평가과정에 거짓 용역결과를 만들어내거나 용인했으며, 교통량 급증이라는 엉터리 자료로 시민들을 호도하고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환경영향평가보고서의 문제점 지적에 따라 환경청과 부산시, 시민단체가 합의한 공동조사를 거쳐 국가전문검토기관의 평가위원회가 결정한 ‘대저대교 4개 대안노선’을 무시하고, 민관거버넌스 자체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원안 노선을 강행했습니다.

*윤석열 정부하의 환경청과 국가유산청은 직전 정부의 결정을 뒤집고 이를 수용하였습니다.

*행정이 원래 목적에도 맞지 않고 정해진 절차도 어긴 것이 많습니다.

대저대교 건설강행은 윤석열 내란정부의 잘못된 행정의 일탈 과정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이렇게 어렵게 법에 호소하는 시민환경단체 원고들에게, 한 사람의 개인으로 무슨 피해를 입고 있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마치 기후위기소송을 한 청소년들에게 재판부가 구체적인 피해를 입증하라고 하는 말같이 황당한 판결아닌가요? 의료사고의 피해자인 환자에게 의사의 잘못을 입증하라는 말과 같은 폭력적인 판결아닌가요?

재판장님, 이제 시대가 또다시 바뀌고 있습니다. 과연 후쿠시마원전사고를 직시한 일본의 보수적 판사가 내린 ‘국부’에 대한 생각을 이제 우리의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낙동강하구에 적용할 순 없을까요? 우리의 미래세대가 낙동강하구의 자연생태계가 온전히 보전되면서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현명한 이용을 할 수 있는 ‘미래가치’를 남겨두는 일이 현 세대로서는 불가능한 일일까요?

최근 각종 재판에서 법원에 대해 실망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 미래세대를 잊지 않는 재판부, 사법의 존재 이유를 실현하는 2심 판결이 나오길 기대하겠습니다. 19일 법정에서 뵙겠습니다.

원고 김해창(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두 손 모음

김해창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