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서기
신진경
때로는 거꾸로도 세상을 봐야 하리
타성에 젖은 시선 한 번쯤 내려놓고
쉼 없이 앞만 보고 온 눈높이를 낮춘다
맨 위의 정수리를 맨 아래로 마주하고
바닥에서 지내던 발 기지개를 활짝 켠다
그렇다
모래시계 뒤집듯
엎어야 할 때가 있다
아무리 바꾸고 싶어도 바뀌지 않는 불변이지만 한 번쯤 거꾸로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늘 무게를 싣고 다니는 발을 위에 올려놓고 조금은 쉬어보라고 틈을 내어 주고 싶기도 하다. 그 순간 달라지는 풍경에 새롭다고 느끼지만 우리는 머지않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익숙하게 굳어버린 관성의 법칙으로 원점이 되어버린다 해도, 가끔은 거꾸로 흐르고 싶을 때가 있다.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