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나이테

김석이

주름과 골 사이에

바람의 집이 있다

넘기는 갈피마다

스며드는 흰 파도

휘어진

푸른 등뼈가

이마에 물결친다

물결(wave)은 물 표면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생기는 파동이고 물살(current)은 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움직임을 말한다. 어쨌거나 물은 항상 움직인다. 온갖 풍파에 시달렸으리라. 넘기는 갈피마다 스며드는 흰 파도를 바다의 나이테라고 생각해 보았다. 나이가 들면 으레 생기는 주름살처럼 나무도 사람도 바다도 나이테를 만들며 산다. 나이테는 수평을 향한 끊임없는 몸짓이 아닐까.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