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을 실천하는 한살림이 전시·공연·강연·체험이 어우러진 한판 두레굿을 펼친다.
한살림부산생활협동조합(이사장 정외숙)이 창립 32년을 기념해 ‘삶을 빚고 그리고 깎는 손길’을 주제로 한 기념전 한살림두레굿을 오는 15일부터 21일 부산시민공원 다솜갤러리 일대에서 연다. 정화석 도자조각, 이태수 그림, 김진성 나무공예가 한데 어우려진 전시회이다.
한살림은 큰 살림이란 의미로 두레는 우리들 일, 놀이, 삶을 지탱하는 바탕이다. 굿은 사람과 뭇생명을 잇는 통과의례의 문화로 이번 한살림부산생협이 초대하는 기념전의 주제는 ‘숨, 결, 흙’이다. 이태수 그림은 ‘목숨을 담은 삶, 땅, 사람들’(숨)을 보여주고 김진성 나무공예는 ‘결 따라 이어진 살림’(결)을, 정화석 도자조각은 ‘흙으로 빚은 온생명’(흙)을 드러낸다.
15일 두레굿마당은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부산시민공원 다솜갤러리와 잔디마당에서 ‘들굿: 마음이 모이는 자리’를 주제로 펼쳐진다. 전문 MC인 강지성 씨 사회로 ‘숨: 결: 흙 플롯공연과 함께 하는 3인 작가와의 만남’이 이날 오후 3~4시 다솜갤러리에서 효선의 플룻 연주와 더불어 이들 세 작가가 대화를 나눈다. 오후 4시 30분~5시 다솜갤러리에서는 ‘음식, 예술이 되다’ 행사가 나까 푸드스타일리스트 연출로 진행된다. 오후 5시 30분~7시 다솜갤러리와 잔디마당에선 ‘삶! 예술이 되다’를 주제로 관옥 이현주 목사가 강연을, 누구나합창단, 양일동(소리), 김지영(가야금), 홍기태(춤), 우창수·김은희(노래)씨가 축하공연을 한다.
이야기와 배움1(좁쌀살롱 특별강좌)은 누구나 아래 큐알코드로 신청할 수 있는데 참가비(조합원 5,000원, 비조합원 10,000원)가 있다. 좁쌀살롱은 생명존중의 가치와 한살림정신을 바탕으로 한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을 배우고 실천하는 열린 교육 프로그램이다. △해월 최시형의 생명운동 ‘밥 한 그릇의 이치’(16일 오후 6시 30분~8시 30분, 부산시민공원 다솜관 동백꽃방, 강사 김용휘 『평민 철학자 최시형』 저자, 진행 송영경 낭독의 즐거움 모임) △해월 옛길, 오늘을 걷다(18일 오후 6시 30분~8시 30분, 동백꽃방, 강사 이승홍 해월옛길순례단, 진행 이용수 동학답사모임) △문탁네트워크를 통해 본 ‘공부·공동체·나이듦’의 이야기(20일 오후 2시~4시 30분, 시민사랑채 안용복방, 강사 이희경 문탁네트워크 대표, 진행 신숙희 그림책으로 마음 나누기 모임).
이야기와 배움2(기후위기 특별세션) 프로그램도 있다. △제1회 기후정의 영화제 ‘바로 지금 여기’ 공동체상영(17일 오후 6시 30분~8시 30분, 영광도서 8층 문화홀 1관, 큐알코드로 신청) △기후위기 도서전 ‘도서선결제’ 릴레이 캠페인(15~25일, 영광도서 1층, 어른은 1층 카운터에서 추천도서 책값 선결제 또는 구글설문지 작성 후 계좌이체, 어린이 청소년은 선결제된 책 1인1권 선착순 선택+인증샷+참여소감 제출) △한살림 생산자가 전하는 ‘기후와 농업 살림’(18일 오후 1시 30분~3시, 한살림부산 활동공간 ‘결’, 참외 생산자 이재동 성주참살이공동체, 쌀 생산자 선종구 보성나눔공동체, 누구나 참여 가능).
2022년 11월 열린 부산한살림 생산자 소비자 한마당 행사 모습. 밥의 소중함과 거룩함을 일깨우는 밥모심 예례 [부산한살림 제공]
‘밥모심 함께 나누는 밥상’ 행사가 부산 부산진구 새싹로 37, 2층 한살림부산 활동공간 ‘결’에서 19일 오전 11시~오후 2시 김경숙 사찰요리 전문가가 강사로 나서 ‘사찰밥상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한다. 참가비는 15,000원이며 큐알코드로 신청가능하다. 이와 함께 이 기간 △예술밥상(16일 오후 2~4시, 상차림 나까, 밥모심 목공예 김진성·도조 정화석) △지구밥상(17일 오전 10시 30분~12시 30분, 상차림 식생활문화위원회, 밥모심 좁쌀살롱 신청자) △한살림밥상(18일 낮 12시~오후 1시, 상차림 이사회·돌봄소모임, 밥모심 한살림 생산자).
‘마주하는 손-현장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생태화가 ‘이태수 작가’와의 만남(16일 오전 11~12시, 부산시민공원 다솜관 동백꽃방, 진행 노희정 부산곰곰이 대표) △무위당 장일순 글귀 따라쓰기(16~20일 낮 12시~오후 8시, 부산시민공원 다솜갤러리) △흔적 그림그리기(19~20일, 부산시민공원 다솜관 잔디광장) △옷되살림 BOX, 우유곽 재활용모음 BOX(19~20일 다솜관 잔디광장, 사용가능한 옷 기부, 우유곽 모음).
19일 오후 4~6시 부산시민공원 다솜관 잔디마당에서는 ‘두레굿마당 날굿: 다시 잇고 닫는 자리’가 펼쳐진다. △소리·빛·춤·연희-소리너른 오색하늘 나빌레라(연출 양일동 소리, 유창오 염색, 홍기태 춤, 출연진 우송춤방 부산해월무용단, 백송천연염색교육원 홍법사천연염색물방, 양일동소리창작소 엉틀멍틀소리단, 제산서예연구회 춤·결무용단) △수묵 퍼포먼스: 한살림두레굿(글씨 신은숙 서예가).
한살림두레굿 행사를 기획한 부산한살림은 1990년 ‘한살림 공부모임’으로 시작하여 1993년 12월 ‘한살림 부산공동체’를 창립했다. 한살림운동은 산업문명으로 인해 급격한 기후변화가 시작되어 행성지구가 6차 대멸종론에 진입하고 있는 위기상황에 이를 인식하고 40여 년 전 장일순과 박재일, 김지하 시인 등의 제창에 힘입어 확산되고 있다. 한살림운동은 유기농산물 소비운동만이 아니라 자기 파괴와 개체 중심인 관계로 죽음의 삶을 강요해온 근대문명을 벗어나 생명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살림의 관계망을 대체해 나가는 운동으로 자신과 얽힌 주변 모든 생명체와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하는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한살림두레굿의 기념전 세 작가의 작업 공통점은 근대문명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살림운동은 1989년 ‘한살림선언’을 통해 서구문명을 구성하는, 철학과 사회학 역사 등 인문학의 한계와 서구과학의 물신성과 폭력성을 드러냈고 그러한 철학과 사회학 전망으로는 기후변동 위험성과 산불 지진, 해일 사막화 등 행성지구와 생명체가 만들어 온 ‘거주 적합한 행성’으로의 지구를 유지할 수 없다고 주창해왔다. 한살림선언은 생명운동 혹은 생명사상을 포함하는 현대화한 동학 진리를 받아들인 한반도인의 문명전환 이론이라 할 수 있으며 한살림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한 고(故) 장일순은 ‘삶이 예술이 되게 하라!’는 말을 남겼다.
이번 기념전의 세 작가는 한살림정신과 깊이 연결돼 있다. 도조작가 정화석은 스승 장일순의 ‘생명살림’을 좇아 한살림생협에 건강한 생활도자기를 공급하고 있다. 정화석 작품은 한살림운동의 영향을 받아 동학 세계관이 투영된 작품이 많다. 그가 꾸린 미술관 이름이 <불이재>인데 해월신사법설의 ‘인불이천 천불이인(人不離天 天不離人)’에서 유래한 것이며 작품에서도 ‘모심과 살림’ 철학과 해월이 제시한 삼경사상(敬天·敬人·敬物)이 밑바탕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화가 이태수는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전시장 그림에 회의를 품어 1991년부터 우리 땅의 자연 생명을 보여주고자 도감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태수는 한반도에서 생태계 보고인 DMZ에 서식하는 자연 생명 그림을 통해 생태파괴로 이어진 근대화 희생자들을 드러내고 알리고 있다. 그는 2014년 무위당 선생 20주기에 장일순 선생 초상화를 그렸고 최근에는 연천군을 비롯한 접경지역 토박이 농부와 실향민의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목공예가 김진성은 1984년 원주가톨릭센터 근처에서 목공예 공방을 열어 서각을 비롯한 나무를 다루는 시민예술가 길을 걷고 있다. 실용으로 목공기술의 경지에 다다른 김진성 작품은 주로 불교사상에 기반하고 있다. 김진성의 보살상은 대체로 얼굴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눈·코·귀·입은 흔적만 있어 명료하지 않은데 이는 보살 대다수가 사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작업실 당호 불거당(不拒堂)은 해월 선생 말씀 가운데 ‘양공지정(良工之庭)에 불거곡재(不拒曲材)’에서 나왔는데 이는 굽은 나무는 굽은 대로 그것을 살리는 방향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한살림생협은 한살림운동의 한 방법이며 한살림운동의 궁극은 문명전환이라고 한다. 이번 기념전 초대 세 작가의 예술과 작업은 생활에서 즐겁고 아름다우며, 근대문명으로부터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행성지구 생명체인 인간종이 자기중심성을 내려놓는 전환의 과정으로 ‘생명공동체 예술’의 문을 열고자 하는 것이라고 행사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번 한살림두레굿은 정화석·이태수·김진성 3인의 작가의 전시회를 계기로 관계예술을 지향하는 한살림운동을 엿볼 수 있는 생명문화행사로 유기농 물품 직거래장으로 대표되는 한살림매장이 품었던 생명문화에 대한 질문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오늘을 사는 부산시민들에게 건네는 귀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살림두레굿 웹자보 https://hansalimbusan.my.canva.site/exhibition
*제1회 기후정의영화제 <바로 여기 지금> 공동체상영 신청 https://zrr.kr/xIavze
*기후도서선결제 챌린지 https://forms.gle/bReBytpyzGr94udo6
*기후위기도서 추천목록 https://zrr.kr/yiZjLg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 본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