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왔다
김석이
엉켜있는 전선에 하현달이 걸렸다
선잠 깬 어느 새벽 맞닥뜨린 그 눈빛
멀리서 바라만 보고 돌아갔을 숱한 날
희미해진 악보를 더듬는 그 목소리
밋밋하던 하루가 오늘 아침 시가 되고
해쓱한 민낯에 실린 절절한 노래 한 곡
깊은 잠에 빠져 있어 몰랐다.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늘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선잠을 깨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마음에 울컥한다. 그 마음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밋밋하던 하루가 돌올해진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랑을 먹고 사랑을 입고 사랑에 숨쉬고 있는 날들이다.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