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11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다가올 새해의 세계정세와 주요 흐름을 전망하는 특별호를 발간합니다. 본지는 독자 여러분께 국제 사회와 경제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이코노미스트의 ‘세계 전망’(The World Ahead)을 번역·소개합니다. 원문은 특유의 풍자와 압축적 표현을 담고 있으므로, 번역 과정에서 의미를 최대한 살리되 이해하기 쉽게 다듬고, 필요할 때 ‘옮긴이 주’를 병기하였습니다. 2026년에도 세계가 직면할 주요 이슈와 변화의 방향을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톰 스탠디지(Tom Standage, ‘세계 전망’ 편집자)가 선정한 2026년 주목해야 할 10가지 트렌드
도널드 트럼프의 세상이다. 우리 모두 그 안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이 파괴적인 지도자는 2025년 세계정세를 형성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으며, 그가 백악관에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트럼프의 기존 규범을 뒤흔드는 접근 방식은 일부 분야(무역 분야 등)에서 혼란을 야기했지만, 외교적 성과(가자 지역 등)를 거두었고, 필요한 변화(유럽 국방비 지출 등)를 이끌어냈다.
2026년에도 트럼프네이도(Trumpnado, Trump+tornado의 합성어로, 트럼프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현상을 폭풍처럼 요란하고 파괴적인 소용돌이에 빗댄 표현-옮긴이 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에 주목해야 할 10가지 트렌드와 주제를 소개한다.
1. 미국 건국 250주년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공화당과 민주당이 같은 나라를 양립할 수 없을 만큼 전혀 다른 용어로 묘사함에 따라, 미국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극명한 엇갈린 해석을 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권자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미국의 미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더라도, 트럼프의 강경책, 관세, 행정명령은 계속될 것이다.
2. 지정학적 표류
외교 정책 분석가들은 의견이 엇갈린다. 세계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블록 간의 새로운 냉전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식 협상으로 지구가 미국, 러시아, 중국의 “영향권”으로 나뉘어 각자 마음대로 행동하게 될 것인가?
둘 다 기대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는 거대한 지정학적 패러다임보다는 본능에 기반한 거래적 접근방식을 선호한다. 기존의 규칙 기반 세계 질서는 표류하고 더욱 쇠퇴할 것이다. 그러나 “의지의 연합”(coalitions of the willing, 특정 사안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가들이 모여 만든 느슨한 협력체-옮긴이 주)은 국방, 무역, 기후변화와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다.
3. 전쟁인가, 평화인가? 그렇다.
운이 좋다면 가자지구의 위태로운 평화는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수단, 미얀마에서는 갈등이 계속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유럽과 남중국해에서 “회색지대”(grey-zone, 전쟁과 평화 사이의 애매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도발과 압박-옮긴이 주) 도발을 감행하며,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시험할 것이다.
전쟁과 평화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짐에 따라 북극, 지구 궤도, 해저,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
4.유럽의 문제들
이 모든 것은 유럽에 특별한 시련을 안겨준다. 유럽은 국방비를 늘리고, 미국 편을 들며,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 긴축 정책이 극우 정당의 지지를 부추길 위험이 있음에도 말이다.
또한 유럽은 자유무역과 친환경 정책을 선도적으로 옹호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 국방비 지출 확대는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5.중국의 기회
중국은 디플레이션, 성장 둔화, 산업 과잉 등 자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중국이 세계적 영향력을 확대할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중국은 특히 일련의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신흥국을 묶어 부르는 국제정치 용어-옮긴이 주)에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콩이나 반도체 칩에 대한 전술적 협상을 기꺼이 할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미국과의 관계를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거래적 관계로 유지하는 것이다.
6.경제적 우려
지금까지 미국 경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회복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세계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다. 부유한 나라들이 분수에 맞지 않게 지출을 이어가면서(세수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여 재정적자를 누적한다는 뜻-옮긴이 주), 채권 시장 위기(bond-market crisis, 국채 가격 급락·금리 급등으로 금융 불안이 커지는 상황-옮긴이 주)의 위험은 커지고 있다.
5월 제롬 파월 연준(Federal Reserve, 미국 중앙은행. 금리·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옮긴이 주) 의장의 교체 여부에 많은 것이 달려 있으며, 연준의 정치화는 시장 대혼란을 촉발할 수 있다.
7. 인공지능(AI)에 대한 우려
인공지능 인프라(데이터센터·반도체·클라우드 등 인공지능을 뒷받침하는 기반 시설-옮긴이 주)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미국 경제의 취약성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품이 터질까? 철도·전기·인터넷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거품이 꺼진다(투자 과열로 형성된 거품이 꺼지는 상황-옮긴이 주)고 해서 그 기술 자체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인공지능이 일자리, 특히 대졸자의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다.
8. 복합적인 기후 상황
지구 온난화를 1.5℃로 제한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를 싫어한다. 하지만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이미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고, 청정 기술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서 급성장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과 달성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트럼프가 재생에너지·기후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기업을 정치적으로 공격할 할 수 있기 때문-옮긴이 주), 기업들은 그 사실을 숨길 것이다. 지열 에너지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9. 스포츠 가치
스포츠는 항상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죠? 2026년에는 아닐지도 모른다. 축구 월드컵이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공동 개최하는데, 양국 관계가 경색되어 있다. 팬들이 월드컵에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강화된 게임즈(the Enhanced Games, 2026년 첫 개최 예정인 새로운 스포츠 대회로,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 약물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논란 많은 이벤트-옮긴이 주)는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 약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행위일까, 아니면 그저 다른 것일까?
10. 오젬픽, 그러나 더 나은 선택
(Ozempic,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르디스크가 개발한 GLP-1 계열 당뇨·비만 치료제이나 체중 감량 효과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옮긴이 주)
더 좋고 저렴한 GLP-1 체중 감량 약물이 출시되고 있으며, 알약 형태도 있다. 이는 접근성을 확대할 것이다. 하지만 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부정행위일까? GLP-1은 운동선수나 보디빌더보다 더 광범위한 집단으로 경기력 향상 약물의 윤리에 대한 논쟁을 확대한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하지만 오젬픽 게임(Ozempic games, 실제 경기가 아니라 체중 감량 약물 사용을 풍자적으로 ‘게임’에 비유한 표현-옮긴이 주)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경기력 향상 약물에 대한 여러분의 입장이 어떠하든, 2026년 세계 전망(The World Ahead 2026)이 여러분의 미디어 식단에 가치 있고 효과적인 보충 자료가 되어, 명확성과 미래 예측력을 높여주기를 바란다.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