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이 광
얼굴이 돋보일까 힘을 잔뜩 넣곤 했다
못쓸 만큼 무너지는 아픔도 치러봤고
무거워 축 처진 날엔 술에 기대 일어섰다
덜미를 노릴까봐 종종 뒤를 돌아봤다
누군가 메달 걸면 누구는 목매달고
사는 게 싸움터임을 부딪히며 익혔다
이제사 시나브로 힘을 뺄 줄도 안다
변한 듯 변치 않은 친구가 반가워서
양어깨 서로 나누며 지친 팔을 얹는다
어깨는 우리 신체에서 듬직하면서 정이 깃든 부위입니다. 축 처진 어깨를 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또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어깨에 힘을 주기도 하니 얼굴 다음으로 감정이 담겨 있는 곳 같습니다, 필자에게 그런 어깨가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겪은 시기가 있었지요.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어깨를 혹사시켜 오른쪽 네 개의 회전근개 중 두 개가 파열되었습니다. 결국 생업을 접고 일 년 가까이 재활에 전념해야 했습니다.
둘째 수는 개인적 경험에서 좀 더 시야를 외부 사회로 옮겨 본 것입니다. 일등은 많은 걸 차지하지만 반면 등수에 들지 못한 쪽은 열외가 되는 현실을 담아 보았습니다. 셋째 수에 와서 싸움터 같은 삶에서 헤어나려면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합니다. 어깨에 힘을 뺀다는 건 경쟁의 자세에서 공존의 자세로 바뀌는 걸 얘기하지요. 친구와 어깨동무하던 시절의 순수한 그런 마음가짐 말입니다. 동심과 함께 우정은 우리의 지친 삶을 위로해 줍니다.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