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장터 이웃 – 박홍재

박홍재 승인 2024.03.10 09:58 의견 1

장터 이웃

박홍재

해거름 어둑하니 횅하니 시장 골목

오늘따라 얄궂게도 신난 사람 하나 없다

떡볶이 휘젓다 말고

댓바람에 손짓한다

건넛집 국숫집도 빈 의자만 덩그러니

하나둘 모여드니 겸연쩍게 웃어본다

우짜노 우리끼리라도

복다거려 보자고

막걸리 한 잔 두 잔 퍼질러 마주 앉아

튀김집 거나해져 볼그레 열띤 얼굴

서로가 바라보면서

웃음꽃을 피운다

왁자한 자리 털고 가게로 간 아지매들

에라이 모르겠다 찾아온 손님에게

다음에 자주 오세요

듬뿍 준다 기분이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사람이 살맛이 나려면 뭐든 하는 일이 잘 풀려야 한다.

장터에 평생을 발붙여 살면서 이웃끼리 인정을 나눈다.

그 인정도 장사가 잘되면 더욱 재미있어진다.

장사가 안되면 서로 쳐다보면 왜 쳐다보는지 안다.

날마다 그날이 그날 같아 잘 되는 장사는 없는가 보다.

장터 이웃끼리 나누는 막걸리 한 잔이 위로와 힘이 된다.

내일은 장사가 잘될 거라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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