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하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으으은세계 되고 보면은 
월백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