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V 뉴스 캡처]

조희대 대법원장의 파기환송, 이 단어들을 듣거나 보게 되면 그대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필자에게는 『법구경』의 한 구절이 곧바로 연상된다.

「요괴가 복을 보는 것은, 그 악함이 아직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악함이 익음에 이르러서는, 스스로 죄의 재앙을 받는다.(妖孼見福 其惡未熟 至其惡熟 自受罪虐)」

물 100방울 들이의 컵이 있다. 물이 한 방울씩 듣는다. 99방울까지는 컵이 차지 않는다. 100방울째에야 가득 찬다.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래도 흘러넘치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1방울, 101번째 방울에서 넘치게 된다. 비로소 균형은 무너지고 ‘전환의 순간’(tipping point)을 맞게 되는 것이다.

파기환송은 법관 조희대의 ‘전환의 순간’이다. 어디에서 어디로? ‘영광에서 치욕으로’

파기환송으로 3,200여 명의 법관들에 대한 신뢰는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됐다. 그러나 공정한 시각이 필요하다. 교사 한 명이 제자를 성추행한 사건을 보고, ‘교사는 색마이다’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모든 조직에는 용과 뱀(龍蛇)이 공존하고 있는 법이다.

이 판결에서 상고기각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파기환송을 비판한 청주지법 송모 부장판사와 부산지법의 김도균 부장판사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청주지법 송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린 글은 감동적이다.

“‘대법원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대법관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재판을 통해 정치를 한다’ 등의 국민적 비판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에는 DJ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다.”

“도대체 이러한 사법 불신 사태를 누가 왜 일으키고 있는지,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이다.”

“30여 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진행이며, 1,2심의 결론이 다르고 그 심리에 오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실관계 확정 및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

“하기야 6만 쪽 정도는 한나절이면 통독하여 즉시 결론을 내릴 수 있고, 피고인의 마음속 구석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심법까지, 그야말로 신통방통하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신 훌륭한 분들만 모이셨을 것이니,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우둔한 제 기준에만 맞춘 기우인가.”

“대법원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가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행위를 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은 그저 지배 대상이, 재판 대상이 아니다. 우리를 임명한 주인이고,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감동적이지 않은가! 더하고 뺄 게 없다. 목하 미디어상의 헌법·법률적 논쟁과 대책, 혹은 절차적 문제 등등, 청주지법 송 부장판사의 글로 명쾌히 한 방에 정리가 되지 않는가!

대법관 두 분, 청주지법 판사와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 그리고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이들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한다.

「올바를 상서에도 재앙을 보는 것은, 그 선함이 아직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선함이 익음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그 복을 받는다.(貞祥見禍 其善未熟 至其善熟 必受其福)」 -법구경/제17 악행품-

법비(法匪)란 법을 악용하여 개인적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법을 이용한 도적’이다. 법마(法魔)란 법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거나 타인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법을 이용한 마귀’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2017년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할 때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대사에서 수많은 법비(法匪)가 있었지만, 김기춘은 급이 다르다. 법비가 아니라 법마다.”라고 썼다.

법관 조희대는 법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법 도적’을 넘어, 타인의 기본권을 침탈하는 법마라 불러야 마땅하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대통령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려 획책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나의 선거권까지 빼앗으려 하기 때문이다. 분노하지 않으면 정상이 아니다. 나의 대통령 선택권을 뺏는데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 재앙을 받는다’, ‘반드시 복을 받는다’는 것은 종교적 표현이다. 아무리 자명한 이치라도 하늘이, 신이 나를 대신해 해주지는 않는다. 부뚜막의 소금, 이것을 국솥에 집어넣는 일은 쉽고 간단하고 에너지도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아주 사소한 ‘집어넣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국솥의 국은 영원히 싱거운 채로 먹을 수 없게 된다.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러니 행동하자. 그 행동의 기본은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흔들림 없이 더욱 강고히 지지하는 것이다.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