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서상균]

제1장 뜻밖의 귀촌(10)

마침내 측량을 하는 날이었다. 신평의 사부인을 오시라고 해서 12시 정각에 <햇살 가득 봄뜰> 어린이집에 현서를 찾으러 가게하고 영순씨의 자동차로 출발하는데 아파트입구 버스정류소에서 해맑은 미소를 띤 얼굴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혜씨였다.

현장에 도착하나 붉은 무니가 새겨진 측량막대기 폴을 든 젊은 사내를 손짓으로 이리저리 옮기게 하고 나이든 측량기사가 무어라고 열심히 지시하다 됐다고 주먹을 들어 보이면 또 다른 사내하나가 빨간 측량막대기를 땅에 박고 있었다. 도자기 굽는 집을 돌면서 여기저기 7,8대의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는 대한지적공사와 울주군청의 공무수행차량도 보여 열찬씨의 감회가 새로웠다.

“외삼촌, 오시능교?”

키 큰 또식시가 인사하는 뒤로 아이처럼 얼굴이 발간 박장로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히쭉 한번 웃어 보이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유서방 옆에 고목나무에 매미 붙듯이 현주도 매달려 있었다.

“처남, 인사해라. 우리 외삼촌이다.”

일식씨의 소개에 따라

보험회사에 다닌다는 처남을 소개했는데 키가 훤칠했지만 안경 속에 뻔쩍이는 눈길이 만만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 예.”

악수를 하는데

“제 친구 김기연집사입니다.”

검은 빛이 도는 안경을 쓴 키가 자그만 친구를 소개했는데 역시 야무치고 되바라진 구석이 있었다. 친구인 둘 다 덕천교회의 집사로서 전원주택을 짓기로 의기투합한 사이인 모양이었다.

“이 참에 우리도 인사를 하지요. 저는 요 밑에 농사를 짓는 우선덕이라고 합니다.”

호리호리한 50대의 사내가 악수를 청하자 뒤에 얼굴이 희고 둥글고 몸매가 풍성한 아내가 웃으며 목례를 했다.

“기대가 큽니다. 선생님이 건축허가를 얻어 집을 짓기 시작하면 이 골짝 전체가 아연 활기를 띨 것입니다.”

하고 또 하나의 건장한 사내를 소개시켜주었는데 칼치못 아래 부분의 대밭을 개간해 건축허가까지 내었지만 1년 안에 착공을 하지 않아 건축허가가 취소된 것은 물론 도로 임상을 원상회복하라는 명령이 떨어져 대를 다시 심을 수도 없어 작은 나무 몇 그루를 심고 잡초라도 우거지게 잔디 씨를 뿌리는 고초를 치렀는데 그 이후로 이 지역에는 갑자기 허가조건이 까다로워지며 다시는 건축허가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고 했다. 한 번 났으면 다시 나는 것이 문제가 아닐 텐데 왜 그러냐니까 처음 택지를 개발한다고 장비가 들어와 논밭을 밀어 길을 내고 대밭을 밀어붙일 때부터 유달리 사나운 눈길로 쳐다보며 공사하는 사람들의 인사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자기마당에 자동차라도 주차시키면 불호령이 떨어지는 도자기집에서 군청에 수시로 민원을 넣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아니 그럴 리가 있나? 외딴집 뒤에 택지가 개발되어 집이 들어서면 우선 이웃이 생겨 무섭기나 외롭지도 않을 뿐더러 지가도 올라가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될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골짜기자체를 자기네 골짜기로 알고 자기네 집에서 무엇을 하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는 생활을 못 하기 때문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어요.”

“거 참, 이상한 사람들이네.”

하는데

“아이구, 사장님!”

지주 장영희씨와 그녀를 조종하는 통통한 여자도 나타나 열찬씨와 인사를 하는데 두 사람의 뒤를 따라오던 사내가 열찬씨와 눈이 마주치자

“안녕하세요?”

하고 재빨리 눈길을 돌렸다. 측량사 한평도씨였다. 그 와중에 프라임건설에서는 마무리 도로공사를 하는 지 인부 몇이 왔다갔다하며 맨홀과 측구뚜껑을 설치하고 있었는데 두 명의 인부 뒤에 서 있는 키 큰 사내가 아마 전에 열찬씨와 통화를 했던 박전무란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호리호리한 쳬격에 앳된 얼굴 하나, 새로 건축허가를 맡은 젊은 설계사도 와 있었다. 평소에 사람구경하기가 힘든 골짜기에 스무 명도 넘는 사람들이 왔다갔다 측량 폴대가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며 우왕좌왕하는데

“왔나?”

마침내 등말리의 안주인 금찬씨가 나타났다. 계획대로 건축이 완성되면 모두 8가구의 집중에 하나는 자신이 사는 집의 큰 아들, 그 앞에는 차남, 또 길 건너 골티골짝에는 딸과 남동생, 또 며느리의 남동생이자 자식처럼 여기는 성일씨에 같은 교회집사인 김기연씨까지 무려 여섯 집의 패밀리를 이끌 우두머리로 가히 신모(神母)의 입장이 될 금찬씨였다.

“월깨 왔나?”

“예, 형님!”

인사부터 손발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이 금방 미혜씨까지 한 뭉텅이가 되어 여기저기를 헤집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지주 홍영순님 어디 계십니까?”

하고 영순씨를 찾은 측량기사가 사방을 둘러보며

“오늘 명촌리 287-1과 2 번지 두 필지에 대한 경계측량을 하였습니다. 물론 연접된 산 16-1번지와 287-10번지의 경계도 자동으로 측량이 된 셈인데 해당지주는 물론 이해관계자들은 모두 측량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여태까지 측량결과를 기록한 도면을 보여주며

“두 필지의 측량에 따른 경계선의 곡각지점에는 모두 붉은 팻말을 밖아 표시해 두었습니다. 또 도로부분은 현재 지주 장영희씨의 요청으로 울주군청 건설과에서 맨홀, 측구등과 함게 도로설치를 허가하여 현재 공사 중이며 곧 완공이 될 줄 아는데 일단 그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하고 사방을 한 번 둘러보고 영순씨의 앞에선 열찬씨와 눈을 한번 맞추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앞부분도로와 287-2 전의 경계가 옛날 밭이 생겼던 대로 구불텅한 선에서 도로공사를 하면서 반듯한 일직선으로 포장이 되는 바람에 287-1번지가 상당부분 도로에 편입되어 포장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예? 누가 내 땅에 함부로 시멘트포장을 했단 말이요? 내가 농사를 지으려고 산 땅에!”

금방 얼굴이 시뻘겋게 상기된 열찬씨가 소리를 지르자

“예. 저 앞쪽에 붉은 페인트로 표시된 부분이 선생님의 땅이 도로에 들어간 부분입니다.”

“뭐라고요? 이 골짝은 법도 없는 무법천지인가? 여기 울주군 건설과에서 누가 나왔는가요?”

열찬씨가 둘러보자

“예. 건설과에서 나온 아무갭니다.”

40대 초반의 사내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지방토목주사보 정도가 되겠지)

자기도 모르게 옛날 토목직, 건축직, 지적직 직원들과 현장을 확인하거나 도면을 검토하던 시절이 생각나

“울주군에는 남의 땅에 도로를 설치하도록 허가를 내주지는 않았을 거고 이게 어찌 된 영문인가요?”

“예. 우리는 택지조성계획과 도로설치계획에 따라 허가만 내어주고 아직 사용허가가 들어오지 않아서... 나중에 사용허가 할 때 바로잡을 겁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이렇게 되기 전에 미리 확인하고 사전지도 하여야 되는 것이 아닌가요?”

“예. 그렇지만 울주군이 하도 구역이 넓고 허가신청이 많아서 미처...”

하면서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찾는데

“예, 시공사 프라임건설 박전무입니다.”

아까부터 인부들을 데리고 주변을 얼쩡거리던 키 큰 사내하나가 밀짚모자를 벗으며 멋쩍은 표정으로 나타나는데

“이게 우째 된 일이요?”

토목기사의 힐책에

“예. 노폭이 잘 안 나와서...”

“노폭이 안 나오다니요? 누가 땅을 떼어가기라도 했나요?”

토목기사가 기가 찬 듯 혀를 끌끌 차자

“저, 그게 아니라...”

아래쪽 지주 울산사람 우선덕씨와 눈을 맞추자 얼굴이 해뜩한 우씨의 아내가 재빨리 남편을 이끌고 자기네 밭의 컨테이너로 들어가 버렸다.
“저 사람들 누구요? 혹시 밑에 밭 지주?”

“예.”

“그래요.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보세요.”

“예. 막상 6미터 사도 설정한 도로의 기초공사를 하는데 말입니다. 밭에서 일을 하던 60대 노인이 어디다 전화를 하자 바로 아까 그 분이 나타났는데 그 부인이 ‘지금 이래도 공사를 하면 2미터나 되는 낙차로 물이 쏟아져 밭농사에 지장이 많다고 뒤로 물려달라는 것이었지요.”

“그래서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각자의 경계선대로 또 도면대로 해야 된다고 설명해도 먹혀들지가 않았어요. 당장 공사현장에 드러눕겠다며 항의를 해 공사가 중단되었는데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계속 현장을 지켜 마침내 아직 팔리지도 않은 위에 땅으로 조금 물리기로 하고 지주에게 연락해 승인을 받았지요.”

“아니, 장 여사님!”

이번에는 열찬씨가 나섰다.

“아이구, 무서워라. 사장님.”

“그래서 허락을 했나요?”

“그렇지요. 뭐 공사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는 거고.”

“그래서 어떤 사람은 길이 뒤로 물러 땅 두 평이 더 생기고 어떤 사람은 두 평이 떨어져나가고?”

“뭐 때야 내 명의로 된 내 땅이니까요? 또 이렇게 심각한 일이 생길 줄도 몰랐고.”

“뭐라고요? 그럼 땅을 팔 때 이야기를 하셔야죠?”

“땅값을 빼달라는 이야긴가요?”

장여사옆의 통통한 여자가 나서자

“시방 땅값이 문제요? 사람을 속이고 적당히 넘어갈려는 게 문제지.”

“좋습니다. 그럼 땅을 도로 무르지요. 우리가 계약금 돈 천만 원 손해를 보지요. 당시 우리가 돈이 급해 우리 땅 중에서 제일요지를 선생님 후려치기에 넘어가 너무 싸게 판 것이 안 그래도 앙통해 죽을 판인데 이 판에 도로 무릅시다.”

작고 통통한 몸통을 뒤로 제끼면서 말했다.

“아니 땅을 도로 물리자는 말이 시방 나올 말이요?”

걱정스레 바라보는 영순씨와 미혜씨와 금찬씨, 그리고 그 옆에 흥미진진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주욱 일별한 열 찬씨가

“보소! 프라임건설 김 전무님!”

“예.”

“당신이 내 밭에 함부로 시멘트 부운 사람이요?”

“예.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니? 당신은 비가 오면 뒷산 계곡물이 내려와 공사장에 지장이 있다고 부산에 있는 지주가 삽 들고 와서 막아라는 사람 아니요?”

“예, 죄송합니다. 그 때는 급한 마당에...”

“아니, 가까운 울산에서 장비까지 갖춘 시공사에서 수해예방을 하는 게 맞아요? 부산의 지주가 와서 삽 들고 와서 하는 게 맞아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요? 죄송한 걸 아는 사람이 남의 땅을 마음대로 콘크리트로 덮어씌워요? 또 내 땅에는 안 된다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 귀찮고 까다로운 사람은 그 말을 다 들어주고?”

“...”

“내가 나이 묵고 대가리 허옇다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바보로 알았소?”

“...”

“눈이 꺼지구리하니 꺼적대기로 알았소?”

“아, 아닙니다.”

하는데 영순씨가 재빨리 옆구리를 질렀다. 괜히 ‘눈에 명태껍데기 발랐나, 귀에 자꾸 닫았나?’ 하며 18번으로 상대의 성질을 돋울 것 같아서 였다.

“당장 내 땅에 시멘트 걷어내시오! 그리고 밭농사 짓도록 원상회복 하시오.”

“...”

암초에 걸린 배처럼 꼼짝달싹 못하고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이자

“자, 더 이상 질문 없으시지요. 우리는 철수합니다.”

지적공사팀이 떠나자

“현장에서 일어난 일은 시공사에서 알아서 처리하세요.”

프라임전무에게 인상을 쓰며 열찬씨에게 목례를 해보이며 토목기사가 떠나자

“저, 김 기사님!”

당황한 박 전무가 황급히 뒤를 따르자 여태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던 일식씨, 또식씨 형제도 뒤를 따르고

“한 선생님, 우리도 갑니다.”

측량기사 한평도씨에게 인사를 하고 장영희씨와 통통한 여자도 차에 오르는 순간

“저, 한평도 건축사님!”

주섬주섬 뒤따라가려던 사람을 불러 세우니

“예에!”

당황한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이 일대 택지개발의 기본설계자로서 어떤 책임 같은 걸 느끼지 않나요?”

“아, 예. 우리는 기본 개발계획만 하고 구체적 토목공사야 구청 건설과와 시공사에서 하지요.”

“그것 보다 뭐 잘 한 일 있다고 지금 토지개발 기본 도면을 두고 젊은 건축사를 욕보인다면서요?”

“예. 사장님 제가 아무리 미워도 이제 와사 건축허가신청을 바꾸는 법이 어디 있어요?”

“뭐라고? 그러면 서류만 제출하면 곧바로 민원처리기한 안에 나는 허가를 무려 5,6개월 씩 이유 없이, 단순히 게으름을 부리거나 민원인을 괴롭히겠다는 목적으로 지연시키는 사람은 허물이 없고?”

“...”

당신이 법대로 일을 처리했으면 여기에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한 2백 평 고추가 익어갈 텐데. 당신이 지연시킨 그 손해배상을 신청 안 한 것만도 다행으로 알지?“

“...”

“거기에다 그 게 큰 권리라고 도면을 틀어지고 남이 허가를 내지도 못 하게 하고?”

“내가 굳이 공무원출신이다, 여러 가지 개발계획이나 복합민원업무를 심의하던 사람이란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이 나는 법대로 절차대로 만사가 술술 풀릴 줄 알았는데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을 두고서도 건축사와 토목회사가 이렇게 속을 썩이고 속여먹을 연구만 하니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시민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아니 일자무식 노동자들은 집이나 짓겠어요?”

“...”

“국가에서 보증하는 자격증을 가진 건축사라면 건물을 지으려는 수요자, 국민은 물론 국가나 사회, 또는 자기가 소속된 건축사무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의무가 있을 것이요. 이렇게 제 잘못은 쏙 빼고 쥐꼬리 만 한 자기 권리만을 주장하는 게으르고 뻔뻔한 건축기사를 지금 내가 꼭 내 손으로 손을 봐야 되겠어요?”

“...”

“한 건축사나 한 건축사무소에 대한 책임을 꼭 추궁해야 하나요?”

“죄송합니다.”

“나와 더 이상 만날 일도 없고 저 젊은 설계사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머리만 꾸벅해 보이고 한병도건축사가 차에 오르자 젊은 이경일 설계사도 자동차문을 잡고 무어라고 이야기하더니 곧 자기차로 뒤를 따랐다. 이제 일씩씨의 처남 천성일씨와 친구 김기연씨도 떠나려고 하는 판에

“외삼촌!”

또식씨를 필두로 일식씨와 프라임박전무가 돌아오며

“이 일대 도로사용허가가 나야 건축허가고 뭐고 남은 일이 돌아간답니다.”

“그래?”

“현실적으로 다시 앞쪽 우씨 논으로 앞으로 당겨 공사를 하는 것은 엄청난 돈도 들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말입니다.”

“그래서?”

“외삼촌 땅이 들어간 부분을 프라임건설과 장영희씨 측에서 땅값을 물어주고 외삼촌이 그 땅을 포기하는 방법이 있답니다.”

“그래? 그래도 지적정리랑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그래서 말입니다. 제가 간단한 방법을 알아보니...”

프라임 박전무가 송구스런 얼굴로 나서며

“우리 회사에서 두 평에 대한 땅값을 물어드리되 매매절차 없이 현금으로 지급하고 선생님께서는 도로를 사용허가 할 때 도로에 편입된 사유지에 대하여 민형사상책임이나 이의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함으로서...”

“그래? 그런 방법이 있겠군.”

곰곰 생각하던 열찬씨가

“그렇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생질녀 집 진입로에 들어가는 땅을 내가 야박하게 돈을 받을 수도 없고...”

하는 순간

“맞아요. 형님이나 현주얼굴을 봐서 그래서는 안 되고.”

영순씨까지 나서자

“보자아, 박전무님 아까 내가 얼핏 봤는데 저 계곡물 처리하는 암거설치도면 좀 봅시다.”

하고 도면을 들여다 보다

“맞네. 우리 땅 287-1과 2 사이의 경계가 왜 이렇게 빗금인고 하니 옛날부터 저 뒷산계곡 골티도랑물이 흘러가는 도랑을 경계로 한 것이고 지금도 폭이 1미터가 넘던 도랑흔적이 보이던데 그 도랑이 없어지고 산 16-1 김기연씨 땅 밑으로 암거가 설치되네.”

“예. 그렇지요. 그렇게 하지 않고 자연 경계대로 도랑을 두면 김기연씨의 대지로는 집을 지을 면적이 나오지 않지요.”

“그럴 수 있겠네. 그런데 김기연씨는 내용을 알고 있나요”
“예. 설계사한테서 들은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걸 무얼 따지자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도랑이 돌아가고 우리 땅을 정지하면 도랑이 있을 때 보다 최소한 몇 평의 땅이 더 밭으로 사용하게 된다는 말인데 그렇게 되면 내가 많은 이익을 보는 셈이 되지요.”

“...”

“그래서 입장을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내가 무턱대고 이득을 볼 것이 아니라 대나무를 뽑고 평지작업을 하고 축대를 세우려고 비용이 많이 들 기연씨에게 내가 득을 보는 만큼 좀 보태주고 싶다는 말인데.”

“예에?”

“마침 우리 땅이 도로에 들어간 부분에 대하여 프라임건설에서 배상을 한다고 하는데 그 값이 전체 한 150만원은 되지만 한 돈백만원으로 칩시다. 그런데 내가 꼭 생질녀의 길에 들어가는 돈을 받기도 뭐하니 그 돈을 김기연씨 한테 보태준다는 말인데 어차피 프라임에서 정지작업을 하니 김기연씨 땅 공사비에서 백만 원을 덜 받으면 박전무도 회사에 알릴 필요가 없이 넘어가고.”

“감사합니다. 아주 멋진 해결책입니다.”

박 전무의 말에

“어르신 고맙습니다. 저는 제가 그 돈을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기연씨란 사람이 괜히 송구스런 표정으로 감사를 표했다.

“자 그럼 도로문제는 해결이 되었고...”

손을 탁탁 털며 영순씨가 건네준 생수를 맛있게 마시는데

“외삼촌!”

전화를 받던 또식씨가

“경일씨 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안병도씨가 내일 자기 사무실로 오면 기본설계도면을 주기로 했답니다.”

내일이라도 공사가 시작될 것처럼 기뻐하는데

“그럼 건축허가는 언제쯤?”

“다음 주 안에는 틀림없이 난답니다.”

“히야, 2월까지 난다는 허가가 기어이 6월까지 넘어가는 구나.”

“그래도 외삼촌 아니면 꿈도 못 꿀 일이지요.”

하는 순간

“사장님, 고맙습니다.”

공손하게 인사하고 박전무가 물러나자

“가서방, 욕 봤네. 역시 해결사는 달라. 어르고 달래고 고함을 지르고 참 희한한 재주로군.”

쳐형 미혜씨가 나서며

“나는 산천구경하고 밥이나 얻어먹는 줄 알고 왔다가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

“그럼 밥이나 묵으러 갑시다.”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오르다 오도카니 혼자 남은 금찬씨를 바라보는 열찬씨를 보고

“형님, 타이소. 밥 묵고 다시 태워 드릴께.”

영순씨의 말에

“나도?”

금찬씨가 미혜씨의 손에 이끌려 차에 올랐다.

※ 이 글은 고 平里 이득수 선생의 유작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