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신海神
김 리 영

어항 속에 주저앉아 밖을 본다.

시계탑 앞 아스팔트 걷는 사람들은
평온하고 무사한 척 살고 있다.
숨 가쁘게 고갯길 넘어와
비 그치면 명상에 잠긴다.

횟집 나무의자에 앉은 손님과
잠깐 붉은 눈이 마주친다.

물고기들의 담담한 표정은
스스로 누군가의 표적이 되는
뭇사람의 거무죽죽한 얼굴과 다르다.

수조 안, 낯선 구석에 숨지 않고
정직하게 헤엄쳐 돌아와
두 눈 뜨고 떠오르는 물고기들의 언어는
난삽한 세상에서 언제나 매끄럽다.

- 김리영 시집 푸른 목마 게스트하우스, 현대시세계 시인선 173

시 해설

상상체험으로 어항 속에 주저앉아 밖을 보니까 아스팔트 도로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평온하고 일 없는 잘살고 있는 것 같다. 시계탑의 시계 바늘도 제 속도를 지키고 돌아가고 있다. 고갯길 지나느라 숨이 찼고 내리막길 차분히 걸어와서 명상에 잠기는 사람이 있다.

횟집을 찾아와서 나무 의자에 앉은 손님과 물고기가 눈이 마주쳤고 ‘잠깐 붉은 눈’이 번득이었다. 잡으려는 생명과 도망갈 수 없는 생명 사이에 일은 불꽃같고 선택되면 더 이상 서로를 쳐다 보지 않아도 된다. 예견된 일이기에 ‘물고기들의 담담한 표정’을 볼 수 있는 것이며 ‘스스로 누군가의 표적이 되는 뭇사람의 거무죽죽한 얼굴과 다른' 모습이다.

속눈썹이 없는 물고기는 깊은 물, 얕은 물에서도 눈 한번 감아본 적이 없고 ‘수조 안, 낯선 구석에 숨지 않’는 담당함이 좋고 ‘정직하게 헤엄쳐 돌아와 두 눈 뜨고 떠오르는 물고기들의 언어’에도 비늘이 있는 듯 ‘언제나 매끄럽다’ 고 시인은 항변해 주고 칭찬하는 것 같다. 사람이 사는 ‘난삽한 세상’은 물고기 비늘을 따라가지 못하고 껄끄럽고 난해한 면이 많다. 넓은 바다 용궁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던 그때만 바다의 신神이었던가,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