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김석이

너를 따라 걷다 보니

너는 나의 길이 되고

가라앉은 세월만

저린 무릎 적신다

이제 막

떨어지는 해

붉은 입술 가두었다

『블루문』(책만드는 집, 2016)

생이라는 여정을 따라 걷다 보니. 그 길 옆을 말없이 지키고 있는 한송이 해당화가 되었다. 가라앉은 세월만 저린 무릎을 적시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열정은 붉은 입술까지 물들인다. 꽃은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김석이 시인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