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이 광

성묘하고 오는 길목 가로수 버팀목들

바람과 맞선 한 생 죽어서도 이어진다

못다 한 직립의 외길 다시 세워 일으킨다

버팀목 부축으로 하늘 향해 뻗는 나무

뿌리 잃은 그가 기댈 가슴을 내어준다

산 자와 먼저 떠난 자 손잡고 가고 있다

사업 실패로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을 당시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지요. 생전에 하루도 빠짐없이 자식을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셨는데 안정된 모습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게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아 속울음을 삼켜야만 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처한 상황은 여전했지만 다만 체념에서 순응으로 마음가짐은 달라졌습니다. 앞이 명확히 보이지 않던 전망 부재의 시기였지요. 그저 묵묵히 눈앞의 일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 가운데 운명처럼 만난 시조가 힘이 되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또 하나의 길이었죠. 그 길에서 스스로 북돋우고 싶을 때, 또는 심신이 지쳐 처졌을 때 어머니의 산소를 찾았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납골당에 봉안되시길 원하셨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유지에 따라 함께 모셨지요. 그전에는 어머니 홀로 계셨습니다. 그래서 외로우실까 봐 묘소를 찾기도 했지만 실은 내 마음이 먼저 그곳을 향하는 것이었죠. 거기 가면 어머니가 내 손을 잡아주는 듯해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가로수의 버팀목처럼 다시는 바람에 넘어지지 말라고 붙잡아주는 손길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