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지키는 길이 미래를 살리는 길입니다. 재판부의 올바른 판결로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물려주십시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회원들이 부산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제공]
12일 오전 11시, 부산지방법원에서 엄궁대교 집행정지 행정소송 첫 공판을 앞두고,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회원들이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상현 위원장이 사회를 맡았고, 최종석·김해창 공동대표, 박중록 공동집행위원장, 윤지형 이사장, 이동균 변호사를 비롯해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보다 앞서, 국민의힘 강서구 시·구의원과 주민 10여 명이 이날 같은 자리에서 대저·엄궁·장낙대교 건설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서부산권과 도심을 연결하는 도로망 부족, 에코델타시티 등 개발에 따라 교통량이 급증할 것임을 들며, 조속한 교량 건설을 요구했다.
겨울철 낙동강하구를 찾은 큰고니 등 철새들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이동균 변호사는 “낙동강하구는 멸종위기종과 철새가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세계 자연유산인데, 부산시의 교량 건설 추진은 불법과 부실, 환경영향평가서의 거짓 작성, 신뢰 없는 문헌과 부정 판정 논문 활용으로 근거 자체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공사로 인해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와 삵 집단 서식지가 파괴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고, 대체서식지 조성조차 실효성이 없다며 “진정한 공공복리는 단순한 시간 단축이 아닌 국가 자연유산 보존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무모한 사업을 멈추고, 부산 미래를 다시 고민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강미애 대표와 필자 역시, 대저대교에 이어 엄궁·장낙대교가 낙동강하구 큰고니 핵심 서식지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단지 큰고니, 대모잠자리 때문이 아니라, 염습지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서울행정법원 새만금신공항 사업 취소 등 판례와 시대 환경이 자연과 미래세대 보호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위기 대응은 동등한 과제”라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법정으로 이동했다. 재판부는 찬반 집회를 고려해 원고만 입장시켰고, 다수 시민은 복도에서 대기했다. 재판은 현장검증 신청과 집행정지의 필요성 설명, 재판부 질의 등 30여 분간 이어졌으나, 선고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엄궁대교 본안 소송은 9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이날 박중록 위원장은, 부산시 답변 근거가 자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임을 문제 삼으며, 그 구조가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고 거짓·부실 작성이 반복된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서는 개발면죄부라는 비판과 함께, 최근 국가적 환경정책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이 언급됐으며, 법원 역시 공신력 없는 문서로 본다고 말했다.
재판의 과정 및 결과를 변호인단이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제공]
박 위원장은 부산시의 답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박 위원장이 부산시가 내놓은 답변에 대해 이렇게 반박을 했다. 다음은 반박 요지이다.
첫째, 낙동강하구에 도래하는 조류의 증감에 관한 것이다.
부산시는 엄궁·장낙대교 환경영향평가서에 조류 증가 추이 그래프 등을 제시하며 고니의 경우 전국적인 감소로 낙동강하구도 감소하고 있고, 큰고니는 기후변화로 내륙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석사논문 등을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청인은 도시화, 즉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와 서식지 파편화로 인해 조류가 감소하고 있으며, 고니의 경우 국내 도래 개체의 거의 전부가 낙동강하구에 도래하는데 낙동강하구의 감소로 전국의 고니 수가 줄었으며, 큰고니도 도시화로 감소하고 있다. 그 근거는 홍석환 부산대 교수 논문(SCI급), 최지은 박사 등 학회 발행 논문, 환경부 자료 등을 바탕으로 확인된다.
각종 개발로 인한 보호구역의 감소와 낙동강하구 도래 조류 감소의 구체적 사례로는 △쇠제비갈매기는 3~4천 마리 도래하던 것이 번식 개체군이 0으로 멸종위기종에 등재됐으며 △고니는 1~2백 마리대 도래하던 것이 거의 0수준이 돼 멸종위기 2급에서 1급으로 상향됐고 △큰고니는 멸종위기 2급인 부산의 대표 새로 연간 3천 마리 정도 도래하던 것이 현재 절반 정도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실정이 이러함에도 부산시가 마치 개발의 영향이 없는 양, 새가 줄지 않은 것처럼 자료를 왜곡하고 있고, 먹이와 대체서식지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며 반박했다.
둘째, 환경영향평가와 국가유산청 심의의 핵심 쟁점에 관한 것이다.
부산시가 대체서식지 조성 및 먹이 공급을 통해 교량 건설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하는 반면 신청인은 교량 건설로 인한 서식지 파편화가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큰고니는 날 수 있는 새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새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천연기념물 제201-2호이다. 부산시는 먹이가 서식지 선정에 가장 중요하기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고 먹이를 공급하면 크게 영향을 받지 않거나 개발사업 이후 안정되면 원래 수준으로 회복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의 근거가 ①『낙동강하구에서 을숙도 습지 복원 사업과 먹이주기 효과 및 큰고니의 상승비행 유형-겨울 철새 중심으로, 이근희, 이원호, 이종남, 한국조류학회지. 2023-06 30(1):1-12』(엄궁대교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pp.577-583 관련 내용 수록) ②『이근희, 이원호, 이종남. 2022.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에서의 고니류 서식지 분석-을숙도 생태계복원사업지 중심으로』(장낙대교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pp.288-290 수록) ③『이근희, 이원호, 이종남. 2022. 겨울철새에 대한 낙동강 하류 둔치지역의 복원효과』(장낙대교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pp.290-293 수록)이다.
박 위원장은 위의 ①~③의 논문과 문헌이 환경영향평가와 국가유산청 승인의 핵심 근거로 이용되었으나 이 논문과 문헌이 모두 공인된 문건이 아니라 밝혔다. 박 위원장은 ①논문은 2024년 12월 31일 한국조류학회에서 연구부적절행위가 확인되었으며, ②와 ③ 논문은 투고한 학회(한국환경생태학회와 한국조류학회)에서 심사결과 게재불가 결정과 출판되지 않았음을 확인받았다고 밝히며 관련 공문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학술적 근거가 없는 내용이 부산시의 환경영향평가서에 그대로 게재됐고, 그것으로 인해 환경청과 국가유산청이 승인하는 잘못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위원장은 교량으로 인한 서식지 파편화로 큰고니의 안정적 서식지가 상실됐으며, 환경영향평가와 국가유산청 승인의 부당함을 입증하는 핵심 근거로 △『낙동강하류 교량간격에 따른 큰고니(Cygnus cygnus) 월동개체수 차이 연구, 홍석환, 한국환경생태학회지. 34(3): 191-197, 2020』 △『Analyzing the Effect of River Ecosystem Fragmentation by Bridges on Changes in the Wintering Population of Whooper Swans(Cygnus cygnus): Targeting the Nakdong River, Busan, Soo-Dong Lee, Chung-Hyeon Oh, Bong-Gyo Cho, Min-Hwa Jin, and Gyoung-Sik Park, J. People Plants Environ. Vol. 25 No. 5: 457-474, October 2022』 △겨울철새 공동조사·평가 결과 대저대교 대안노선 통보, 낙동강유역환경청, 2021.6.25. △부산시역의 낙동강 하류에서 Whooper Swan (Cygnus cygnus)의 월동 분포에 대하여, 이종남, 이원호, 김민규, 한국조류학회지, 29(1): 1-9 (2022)를 들었다. 이들 3편의 학술논문과 환경청 공문의 내용은 모두 큰고니의 안정적 서식을 위해서는 최소 4km의 교량 간격이 필요하여 부산시 교량 건설계획은 큰고니의 핵심 서식지를 관통하여 서식지 파편화를 초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박 위원장은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 집단서식지 파괴 우려와 함께 관련 조사와 서식실태 누락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대모잠자리는 대모거북 무늬 반점 있는 잠자리로 건강한 습지와 초지 생태계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이는 집행정지 신청의 핵심근거이기도 하다. 신청인은 2021년부터 자체적으로 대모잠자리 조사를 시작해 그해 5월 대모잠자리 서식지 확인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공문을 발송했으며, 2023, 24년 공신력 확보를 위해 전문가 초빙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9월 3일에는 엄궁대교·대저대교 예정지 대모잠자리 서식실태 전면누락 기자회견을 개최해 환경영향평가 제40, 41조에 따른 긴급조치를 요청하며 환경부·환경청·부산시에 공사중단과 재평가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부산시 답변서의 전문가 정밀조사는 문제점 투성이었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업체 조사에서는 1마리도 발견하지 못했고 2022년 4월 20일 전문가합동조사 1회 실시에서 30개체를 발견했다. 문제는 물양장·폐기물관리사·대체서식지 예정지를 전문가 조사구역에서 제외했으며, 전문가 조사결과도 엄궁대교 교각 5개 설치 지점이 같은 생태적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교각 1개 설치 지점에서만 발견한 것으로 그 결과를 축소했다. 그래서 박 위원장은 “엄궁대교 공사가 시작되면 엄궁대교 공사용 도로와 물양장, 폐기물관리사, 대체서식지 조성 예정지의 법정보호종 대모잠자리 집단서식지가 즉시 파괴된다”며 집행정지의 인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셋째, 부산시가 주장하는 교량건설의 시급성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부산시(피신청인)는 △신청인들이 인구수와 교통량 예측의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일방적인 주장이며 △강서구 인구가 2025년 약 30만 명으로 2.6배 증가하고 교통량도 2.7배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차량등록이 증가하고 △을숙도대교 혼잡 민원(을숙도대교 등 혼잡으로 엄궁대교 등 조기 완성 촉구) 등을 들어 이들 교량 건설의 시급성을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신청인은 국가 발행 통계자료와 피신청인 발행 통계자료, 피신청인 발행 환경영향평가서 자료 등을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며, 2025년 8월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의 강서구 인구는 14만7천 명으로 부산시 예측치의 절반에 못미친다. 부산시 전체 교통량도 2016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낙동강횡단 교량 교통량도 부산시 작성 자료를 보면 2022년도 교통량이 2018년에 미치지 못하며 연평균 0.6% 감소하고 있다. 차량등록 증가는 교통량 증가와는 무관하며, 을숙도대교 혼잡 민원은 오히려 이 지역 교통혼잡의 실제 원인을 드러내고 있다. 을숙도대교는 예상 교통량 부족으로 손실보전금을 지급해야 할 정도로 교통량의 여유가 있다. 출퇴근 시간의 을숙도대교 교통정체는 이 지역의 교통혼잡의 원인이 교량 부족이 아닌 연결로와 승용차 중심 교통체계의 문제로 발생함을 반증한다. 출퇴근 전용 공영버스 운영, 버스전용차로 운영 등의 방법을 통해 지금 당장이라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재판부에 대한 다음과 같은 호소로 말을 맺었다.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주장 내용이 서로 다릅니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거짓 주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 생존을 위해,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역사적 판결을 내려주십시오.”
부산시가 추진하는 엄궁대교 건설사업은 강서구 대저2동(에코델타시티)에서 사상구 엄궁동(승학터널)까지 연장 2.9km 왕복 6~8차로의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며, 장낙대교는 강서구 생곡동과 명지동 에코델타시티를 잇는 왕복 6차로 연장 1.5km의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두 교량은 원래 북항~생곡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사업이었다. 부산시는 북항~생곡으로 이어지는 도로 건설사업을 손쉽게 추진하기 위해, 승학터널(민자)과 엄궁대교, 에코델타시티 내부도로, 장낙대교로 각각 분리해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엄궁대교와 장낙대교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피했으며 소규모환경영향평가만 거쳤다. 이마저도 2021년 입지타당성과 현지조사, 영향예측이 매우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려되었다가 작년 환경영향평가와 국가유산청 심의를 한꺼번에 통과했다.
같은 날 부산지법 정문앞에서 부산강서구 국민의힘 시구의원 및 주민들이 대저 엄궁 장낙대교 건설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제공]
현재 낙동강하구 일원에는 모두 27개의 다리가 있고 부산시는 서부산개발을 이유로 현재 대저대교·엄궁대교·장낙대교 등 16개의 다리를 국가자연유산구역 내에서 추가로 추진 중이다. 이중 대저대교와 엄궁대교, 장낙대교 3개 교량은 국가자연유산의 핵심지역을 관통해 2018년부터 습지와새들의친구를 비롯한 전국 65개 단체로 이루어진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이 중심이 돼 건설 반대 운동을 전개해왔다. 그 과정에서 시민행동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의 거짓작성 등을 밝혀냈고, 환경부와 부산시, 시민행동 3자 간의 노선선정을 위한 공동조사 협약(2020. 12. 31)과 환경부의 대안노선 발표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시와 박형준 시장은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윤석열 정권의 환경부도 이전 환경청이 내린 대안채택 결론을 무시하고 일방적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2024년 통과시켰다. 이를 근거로 소위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는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조차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개발을 그대로 승인했다.
<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본지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