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허 영 자
해지고
거울 거울 땅거미 내릴 때
시장하고 추운 때
달동네 아이 하나
불빛 돋아나는
아랫마을 내려다보고 있네
아이그나
하늘보다 별이 더 많네
배고픔도 추위도 모두 잊은 채
달동네 아이 하나
별밭을 딛고 선
어린 왕자가 되네
- 계간문예 작가회 상상탐구 제11호, 계간문예
시 해설
시인은 ‘해지고’라는 한 마디 표현으로 ‘땅거미가 내리고 시장하고 추운’ 상황을 암시한다. 땅거미가 내리는 것도 ‘거울 거울’,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오는 듯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달동네 19공탄이 벌겋게 타오르기만 해도 덜 추울 텐데 배도 고픈 시간이 되었다. 그 동네 달동네 아이 홀로 귀가 전인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는 언덕에서 따스한 ‘불빛 돋아나는 아랫마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불빛 속에는 가족이 다 모였고 김이 나는 따스한 음식을 두고 생기가 가득할 것임을 달동네 아이는 짐작할 수 있다. 그 동네를 지나와야 도착할 수 있는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잘 안다.
그런데 시인은 ‘아이그나’ 하며 ‘아이’도 부르고 위로도 감탄도 함께 한다. 보라 저 하늘을, ‘하늘보다 별이 더 많네’라고 하면서 외로움을 참고 견디며 희망을 잡게 한다. 한 하늘 아래에서 누구는 따스하고 누구는 추위에 떨지만 어차피 하늘은 하나요, 온갖 별 다 모아도 그 하늘 속에 다 잠기겠지만 개수로는 별이 훨씬 더 많음이 위로가 되는 것이다.
달동네 아이 하나가 ‘배고픔도 추위도 모두 잊은 채’ 머리 위에 왕관처럼 뭇별을 다 이고 어린 왕자가 되었다. 달동네 아이는 밤이면 별밭에 모여든 친구와 속삭이며 아랫마을 불빛을 마냥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을 것이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