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AI 'copilot'를 부려 만든 이미지
개여울 우체부
이 두 의
봄꽃 너울 따라오는 발신인 없는 편지 한 통
등굣길에 부쳐달라는 동네 언니 잦은 편지 심부름 딱 한 번만 읽어 보고 부쳐주자는 친구의 제안 개봉하고 보니 다시 붙이기는 불가했다 어찌할까나 마음만 바장이다가 펄펄펄 꽃눈 내리는 교정 옆 개울가에서 편지로 종이배를 접어 무심코 물 위에 놓는 순간 수업 시작종이 울려 교실로 달려갔다 아! 세상에 이런 일이! 다음 날 개울물에서 빨래를 하던 그 언니 떠내려온 종이배를 건졌다
죄인들 불의 오라로 뜨거웠다 한동안
- 상상탐구 제11호, 계간문예
시 해설
사건은 어느 봄꽃 피어오른 날 발신인 없는 편지 한 통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우체국을 통해서 보내면 그 편지는 다른 사람에게 노출될 수도 있고 소문이 나는 것이 부끄럽고 두려워서 새침 언니는 편지를 학교에 가는 동네 동생들에게 심부름시킨 것이지요. 꼬마들은 그 심부름 처음 한 게 아니고 심부름해 줘도 답장을 전달해 준 적도 없어서 호기심이 발동했지 뭡니까.
딱 한 번만 읽어 보고 부쳐주자는 친구의 제안에 편지를 읽어 보았지요. 봄날 아지랑이 그리움 부끄러움 용기 달밤 물레방앗간, 뭐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은 시시껄렁한 내용이라 대강 읽어 보고 다시 봉투를 붙이려고 하는데 찢어진 데도 있고 도저히 다시 붙이기는 불가했지요. 어찌할까나 마음만 바장이다가 펄펄펄 꽃눈 내리는 교정 옆 개울가에서 편지로 종이배를 접어 무심코 물 위에 놓는 순간 수업 시작종이 울려 나 몰라라 냅다 교실로 우루루 달려갔지요.
아!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다음 날 개울물에서 빨래 또 하던 그 언니 윗동네 소식이 늘 궁금했는데 떠내려온 종이배를 건져보니 본인이 쓴 편지였던 것이었어요. 얼굴이 화끈거렸지요. 빨래 대야 옆에다 두고 하굣길 아이들 붙잡은 언니는 아이들을 죄인 다루듯 문책을 한 겁니다.
아이들은 맹세하고 두 가지 조건을 수락하고 풀려났습니다. 첫 번째는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 유지, 둘째는 다음 심부름은 정확히 할 것. 꽃잎이 활짝 피고 개나리 산수유 더 노랗게 변하고 아이들은 야릇하게 웃으며 집으로 갔고 개여울은 그렇게 흐르더라는 얘기입지요.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