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물이 만났을 때
김석이
부드러운 네 손길에 수없이 뒤척였어
각지고 굴곡진 길 파도로 뛰어넘고
비로소 난 태어났어 눈물로 키운 무늬
흐릿한 얼굴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소리를 삼키면서 침묵을 새긴 날들
수 억 년 품었던 사랑, 오늘인 듯 몸을 푼다
돌이 물을 만나면 무늬가 선명해진다. 아니 물이 돌을 굴리고 굴려서 무늬를 만드는지도 모른다. 서로 만나지 않으면 서로의 속내를 모른 채 지나갔을 모든 일들. 만남은 소중하고 만남에 의해서 모든 일은 이루어진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의 만남도 수 억 년 공들인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앞에 놓인 선명한 이 하루!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