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치매같이 앓다 – 박홍재

박홍재 승인 2024.03.17 20:13 | 최종 수정 2024.03.17 20:23 의견 0

치매 같이 앓다

박홍재

꼿꼿한 곧은 성품 어디에 감추셨나
욕하고 엇길 걷기 스스로 하시면서

어머니 또 다른 세상
홀로 가고 있었다

똑같은 물음에도 똑같은 대답이다
또 다른 물음에도 똑같은 대답이다

당신만 가지고 계신
또 하나의 세상에선

밥 먹고 돌아앉아 시누이 붙잡고서
떼쓰며 배고프다 아기처럼 응석이다

며느리 기가 막혀서
억장이 무너진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치매 [픽사베이]

<시작 노트>
치매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가장 무서운 병이다.
자신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다.
어느 날 치매 앓는 며느리의 하소연을 들었다.
누구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곁에서 간병하는 사람이 가장 어려운 병을 앓고 있다.
치매도 무섭지만 간병이 더 무섭단다.
빨리 치료 약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앓고 있는 사람도 착한 치매이면 오죽 좋을까.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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