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행성에서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았고, 물리학 법칙과 머릿속 생각을 이용하여 우주를 여행하며 살았다. 나는 우리 은하에서 가장 먼 끝까지 가보았으며, 블랙홀 안에도 들어가 보았고,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거슬러 가보기도 했다.

(…) 나는 연구를 통해서 우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에 기여하는 엄청난 특혜를 누렸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우주는 그저 텅 빈 공간에 불과할 것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우주의 경이는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끝에는 우리 인간이, 단순히 자연의 기본입자들로 구성되었을 뿐인 우리들이, 우리를 지배하고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있다. 이는 실로 위대한 업적이다.” -스티븐 호킹/『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pp.53~54

산다는 것에 어쩌다 턱 숨이 막히면, 의식적으로 우주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우주적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정신과 육신을 괴롭히는 근원이 너무 하찮고 초라함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까짓 것에 괴로워하다니…. 우주를 생각함이 곧 자기반성이다.

거부(巨富)를 축적한 사업가가 인생의 고수인 양 스스로 의기양양해하거나, 그를 주변에서 대중의 이정표인 양 떠받드는 꼬라지를 목격해도 우주를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천품으로 충분히 이기적이다. 사업가는 당연히 이기적인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자이다.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사업하는 사람은 딱 한 명도 없다. 따라서 이기적으로 제 돈 번 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지만, 그의 이기심을 칭찬할 필요야 없지 않은가!

검사나 판사가 구성원인 검찰이나 법원이 엘리트 집단(조직)이란 말을 들으면, 헛웃음과 함께 우주를 생각한다. 교수, 기자, 의료, 소방 등 어떤 전문직 집단의 업무도 기소나 판결보다 더 난이도가 높았으면 높았지, 결코 더 낮은 일은 없다.

더구나 그들의 일은 ‘법전’이란 패턴이 있다. 그 패턴의 적용보다 초등교사가 어린이 가르치는 일이 더 어렵다. AI에 취약한 이유이다. 세상의 관습이나 필요에 의해 대우를 잘해 준다. 하여 그 대우 때문에 수재들이 모이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하는 일은 범재(凡才)도 충분히 감당한다. 평범한 일에 평생 종사하게 되면 수재도 범재가 될 수밖에 없다.

우주에는 1천억 개 정도의 은하가 있다. 그 각각의 은하에는 평균해서 1천억 개 정도의 별이 있다. 그리고 아마도 모든 은하 속에는 그 별과 같은 수의 행성도 있을 것이다. 그 총수는 10의 22제곱, 즉 1백억의 1조 배쯤 될 숫자이다.

1백억의 1조 배 되는 숫자는 얼마만 할까? 과학도가 아니라면 콧등에 땀이 돋도록 두뇌를 쥐어짜도, 상상을 할 수도 감도 잡을 수 없는 크기의 숫자이다. 그러나 이는 약과다. 진짜 놀라 까무러질 일은 이것이다.

1백억의 1조 배나 되는 별과 행성이 있는데, 이는 우주 전체에서 보면 아예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이다.

우주의 대부분은 텅 비어 있다. 우주를 대표하는 장소는 광대하고 차가운 진공 속에 있다. 그곳은 은하들 사이에 펼쳐진 영원한 밤의 세계이며, 매우 기묘하고 황량한 장소이다. 그 광막한 우주 속에서는 행성이나 별이나 은하는 아주 드물고 귀여운 존재이다.

만약 우리가 우주 속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졌다면, 우리들이 행성 위에 또는 그 근처에 가 있게 될 확률은 1조를 1조 배하고 또 10억 배한 것 중의 하나보다도 더 작다. 1에다 0을 33개 붙인 수를 분모로 하고 분자를 1로 한 수보다도 더 작은 확률이 되는 셈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이 같은 확률은 무시된다.(참조. 칼 세이건/『코스모스』)

이처럼 우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크고 너르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사용하는 미터(m) 같은 단위는 쓸모가 없다. 이 때문에 거리 측정에는 빛의 속도를 사용한다. 빛은 1초 동안에 30만km나 나아간다. 지구를 7바퀴 반을 도는 거리이다.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는 1억5,000만km이다. 빛이 8분 걸리는 거리이다. 빛이 1년간 날아가는 거리는 약 10조km에 달한다. 빛이 1년간 날아가는 거리를 우주에서 길이를 재는 단위로서 사용하며, 이것을 1 광년(光年, light-year)이라 부른다.

우리 은하의 지름은 대략 10만 광년이다. 우리 은하 중심에는 Sagittarius A\라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 스티브 호킹(1942~2018)은 10만 광년이나 되는 공간을 우주여행하고,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에도 들어가 봤다. 시간상으로는 138억 년 전의 빅뱅도 목격했다. 물론 사고(思考) 여행이다.

적어도 이 정도의 시·공간 스케일(규모)이 돼야 ‘생각 좀 한다’, ‘공부 좀 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역사에 밝고 견문이 넓은 사람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견해에는 깊은 통찰이 배어있을 것이다. 하물며 138억 년의 시간과 10만 광년의 공간을 여행한 사람의 견식은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호킹은 저작(『시간의 역사』(1988), 『위대한 설계』(2010))이나 강연에서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핵심은 인류와 같은 지적인 존재가 탄생한 현상이 우주의 거대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무편향적인 자연법칙으로 판단해 보면, 그다지 특별하거나 ‘목적’을 가진 사건이 아니라는 관점이다. <계속>

조송원 작가

<작가/본지 편집위원>